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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큰 아이가 세상에 처음 나와 백일 때까지 제 손에 물이 마를 날 없었습니다. 6월 생이라 한 여름 장마철에 통풍도 안되는 집에서 매일 천 기저귀를 삶아 썼습니다. 아이 엉덩이에 천 기저귀가 좋다고 해서 그랬지요. 녀석이 벌써 고3이니 세월은 살같이 빠릅니다.

아이가 처음 태어날 때 산모나 아이나 모두 고통스럽습니다. 아이는 양수 위에서 편안히 누워있다가 좁은 관을 통해 세상에 나오기가 얼마나 힘든가요. 게다가 고요하고 어두운 엄마의 배속에서 나오자마자 밝은 조명 아래 눈이 부시다 못해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예전엔 울지 않으면 아이를 거꾸로 들고 볼기를 쳤습니다. 요즘도 그러나요. 태아는 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그 갓난 것을 간호사가 갑자기 거꾸로 쳐들고 때리면 척추가 온전할까요. 아이 입장에서는 정말 끔찍합니다. 인간이 세상에 나와 느끼는 첫번째 감정이 모성의 포근함이 아니라 무자비한 공포였는지도 모릅니다.(요즘 허리가 아프신분 그 간호사 찾아가서 따지세요^^)

그렇게 고통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세상을 알아갑니다. 오감을 통해서지요. 손에 쥐어지는대로 입으로 가져가 혀로 느낌을 알아보고, 눈 앞에 어른거리는 사람이 엄마라는 사실을 알아갑니다. 방울을 흔들면 까르르 웃어대고 응가를 하면 찝찝한 느낌에 울어대지요. 그러면서 백지 상태였던 천진난만한 아이의 의식이 하나 둘 무언가로 채워집니다.

점점 자라면서 부모와 티브이나 스마트 폰을 통해 정보라는 것을 습득하지요. 또 교육을 통해 나름 지식을 쌓아갑니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자기 나름대로 세상에 대한 자기만의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 믿음은 나이가 들수록 굳어지지요. 눈 앞에 들이대고 그것이 아니라고 보여줘도 고개를 흔들 정도로 굳은 믿음입니다. 일상의 수많은 현상들에 대한 자기 나름의 신념이기도 하고 종교의 형태로 자리잡기도 합니다.

열이 나면 아스피린을 먹어야 하고, 추우면 감기에 걸린다고 하고, 땅에 떨어진 건 주워먹으면 안되고, 음식은 골고루 먹어야 되고, 이런 친구는 가까이 하면 안되고, 잘 살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채식이 건강에 좋다고 하고, 달착지근한 것을 많이 먹어 뚱뚱해진다고 하고, 요가가 정신건강에 좋다고 하고.....

수 없이 많은 정보들이 때로는 경험을 통해 무의식적인 '믿음'으로 쌓여갑니다. 그래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가는 일은 수십년간 쌓였던 그 강철같은 믿음을 넘어가는 일이라 결코 쉽지 않습니다. 타인이 그 '믿음'을 흔들면 강한 부정으로 맞서지요.

심지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세상의 기준으로 삼을 때 타인의 존재까지도 부정합니다. 그 사람의 생각마저 조정하려고 하지요. 그게 틀렸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자신이 옳다고 '선'의 위치에 놓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되기도 합니다. 동시에 타인이 '악'이 되버리니까요. 그 악은 물들면 안된다고 격리시키기까지 합니다.

이런 경향은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편차가 있을 뿐이지요. 전쟁을 겪고 가난의 늪에서 살아남은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커서까지 힘든 사회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수십년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아버지의 이름으로 강요해서 그렇겠지요. 자신이 경험했고 그래서 옳다고 믿었으니까요.

자신의 믿음을 넘어선다는 것은 태아가 숨막힐 듯 좁은 관을 통해 나오는 것처럼 무척 고통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믿음은 얼마든지 진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그 철옹성 같은 믿음을 깨뜨려야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정의는 언젠가는 승리한다구."

혹시 그 정의.., 자기 눈에 정의고, 정당화는 아닌지요. 무엇을 '승리'라고 하시나요.

"과학을 몰라서 하는 소리야."

광막한 우주의 점 하나에 불과한 지구 어느 귀퉁이에서 아침 저녁으로 바뀌는 생각을 가진 우리가 말하는 과학은 무엇인가요.

"예수 믿고 천국 갑시다!" 

어디를 가시나요. 천국은 내 안에 있다고 하셨는데.

"그대를 사랑해요..." 

오호, 꿈속을 거닐고 계십니다.

경험적으로 굳어진 자신의 '믿음'을 깨는 것,
다시 태어나는 길이 거기 있지 않나 싶습니다.

 광막한 우주의 점 하나에 불과한 창백한 점 하나, 지구. 저 세상이 전해준 우리의 믿음이 깨지는 순간을 기독교에서 '거듭남'이라고 합니다. 언젠가 다마스커스로 가던 바울이 그렇게 고통스럽게 거듭났다지요. 세상을 오래 살고 교회를 오래 다닐 수록 거듭나기 더 어려워 보입니다. 그 믿음이 깨져야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입니다.
광막한 우주의 점 하나에 불과한 창백한 점 하나, 지구. 저 세상이 전해준 우리의 믿음이 깨지는 순간을 기독교에서 '거듭남'이라고 합니다. 언젠가 다마스커스로 가던 바울이 그렇게 고통스럽게 거듭났다지요. 세상을 오래 살고 교회를 오래 다닐 수록 거듭나기 더 어려워 보입니다. 그 믿음이 깨져야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입니다. ⓒ flickr



#거듭남#진실#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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