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언니가 은우 울게 해서 미안해~ - 사랑하는 은우의 언니가 -
11일 아침 동생을 유치원에 보내고 나서 손녀 콩이가 건네준 쪽지 내용이다. 언니가 여덟 살, 동생이 네 살이다. 터울이 있어 싸우지 않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자주 다툰다. 질투와 시샘이 원인이다.
콩이는 동생과 친구처럼 지낸다. 학교에서 배운 동요도 가르쳐주고 엄마놀이, 의사놀이도 하면서 같이 놀아준다. '엄마, 아기가 울어요. 배가 고픈가 봐요.', 언니가 엄마고 동생이 딸이다. 둘이는 인형 아기를 보면서 논다.
언니가 그림을 그리면 동생도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면 노래도 따라 부른다. 여기까지다. 갑자기 놀이에 싫증이 나면 장난감도 뺏고 그림도구도 뺏어버린다. 따라 하는 동생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동생은 울고불고...
"언니! 미안해~~""괜찮아, 나도 미안해."동생은 한참 울다가 지쳐 잠이 든다. 그러나 잠깐이다. 언제 짜증을 냈냐는 듯이 서로 미안해 한다. "이 장난감 언니 가져.", 그토록 아끼던 장남감도 서슴없이 줘 버린다. 옆에서 지켜보면 저들에게도 사는 이야기가 있다.
오늘 아침이다. 애들 엄마를 대신해서 유치원이나 학교 보내는 일은 할아버지 차지다. 셔틀버스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고 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숨이 가쁠 정도다. 갓 잠에서 깬 아이, 세수하랴, 밥 먹이랴, 옷 갈아입히랴 정신이 없다.
전에 어른들이 아이들 밥을 먹이기 위해 애를 쓰던 모습이 생각난다. '안 먹으면 말지, 배가 고프면 지가 먹을 텐데...' 생각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막상 우리 아이가 밥을 먹지 않으니 생각이 다르다. 어떡하든 한 숟갈이라도 먹이고 싶어진다.
언니도 밥을 먹지 않으려는 동생을 보니 답답했던 모양이다. 저간엔 야단 좀 친다는 것이 소리가 커졌다. 울면서 유치원에 가는 동생을 보니 마음이 아팠던 모양이다.
"할아버지 동생 유치원에서 오면 읽어주세요."
아직 글을 모르는 동생에게 쓴 편지다. 어린아이가 건네준 쪽지 한 장이지만 여러 가지 상념에 잠기게 한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들이다.
덧붙이는 글 |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불쾌지수가 높아 아무것도 아닌 일로 서로 다툽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특히 그러합니다. 아! 쑥스러워 하지 못하는 말,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욱 하다가도 스르르 녹아 버리고 맙니다. 빨리 무더위가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