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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결심하고 이리저리 '잡'을 알아본다. 이곳에서 '잡'을 알아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직접 이력서(레쥬메)를 들고 매장을 방문하거나 인터넷으로 찾거나. 매장 방문은 주로 오지잡(Aussie job, 호주 현지인이 고용하는 일자리)을 구할 때 쓰는 방법이다. 케언즈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동생이 이 방법을 썼다.

"그냥 레쥬메를 들고 찾아가는 거예요. '매니저를 만나러 왔다.' 이렇게 묻고는 레쥬메를 제출하죠."

쉽진 않은 방법이다. 게다가 연락이 온다는 보장도 없다. 세 가지 문턱에 부딪친다고 동생이 말했다.

"먼저 들어가는 관문. 한 번 찾아 들어가는 게 어려워요. 쉽사리 용기를 내기 힘들죠. 또 들어가서 레쥬메를 제출하는 것. 안 받아주는 데도 많아요. 매니저에게 직접 전달해야 되는데 놓고 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마지막으로 기다리는 것. 레쥬메를 매니저에게 줘도 연락을 준다고 하지 언제 줄지 몰라요."

이 동생은 한 달을 헤매다가 겨우 오지잡을 구해 들어갔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잘 발달된 시드니시티는 매장방문보다는 쉽게 '잡'을 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이트는 '호주나라'. 호주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로 '잡' 뿐만 아니라 자동차, 생활용품까지 올라온다.

오지잡을 구하고 싶다면 '검트리'로 접속한다. 검트리는 오지인들이 주로 접속하는 사이트로 영어로 돼 있다. 여기도 호주나라와 마찬가지로 집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또한 콜스나 타겟 같은 대기업은 자체 잡서칭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일자리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나와."

인터넷을 한참 뒤지던 중 친구의 전화가 왔다. 일자리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던 친구다. 같이 밥이나 먹자며 시티로 오라고 한다. 다시 버스를 탄다.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호주에서는 운이다.

다시 말해 지인에게 부탁한 잡이 두 가지 방법보다 좋다는 것. 확실하고 최소한 사기치는 일은 없다. 워낙 사기꾼들이 많은 호주이기 때문에 잡을 구하는 것도 신중을 요한다. 지인의 추천은 신중함을 조금은 덜 수 있는 방법.

"골라봐."

친구가 잡아온 첫 번째 잡은 고기공장이다. 채스우드에 위치한 공장에서 하루 12시간 일을 하는 것. 시급이 15불이다. 스시집보다는 많지만 거리가 멀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 전화를 건다.

"군대 갔다 왔어요?"

이래저래 말을 하던 사장이 건넨 한 마디. 그러고 보면 이곳에서 군대는 필수다. 한인 남자들과 대화를 하면 으레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셰어마스터도 군대를 물어봤다. 외국에서 군대는 필순가. 내심 그렇게 생각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오지 않았다. 채스우드는 너무 멀긴 멀다. 미련 갖지 않았다.

두 번째 잡은 청소. 시티 내에서 공장이나 농장에 들어가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다. 그가 소개해준 사장은 시티 내에서 직접 만났다. 그의 질문에도 어김없이 군대가 등장한다.

워낙 육체노동이라 물어본다며 친절히 이유를 붙인다. 시급은 15불부터. 다만 차가 있다면 따로 사이트를 떼어준다고 한다. 다시 말해, 사이트를 지정 받고 거기서 청소를 하면 그만큼 페이를 지급받는다는 것. 이래저래 인터뷰를 해보니 좋은 사람인 것 같다. 페이도 세고 친구의 추천도 있었고 하기로 결정했다.

"잘 됐네."

내 결정에 친구는 축하를 해준다. 청소 일이라는 게 괜찮다며 입에 침이 튀기도록 하는 칭찬이 수화기를 울린다.

"스시집은 워홀러에게는 일종의 통과 의례야. 나도 해본 경험있다고. 근데 청소는 진짜 돈 많이 버는데. 잘해봐."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제 이직이 남았다.

덧붙이는 글 | 스물일곱.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습니다. 앞으로 호주에서 지내며 겪는 일들을 연재식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호주#청소#워홀러#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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