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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4월 10일) 밤 미국 뉴욕 힐튼호텔에서 한 사건이 발생했다. 정치부 기자들과 정치인들의 자선 모금 만찬회에서 빌 드 블라지오(Bill de Blasio) 뉴욕 시장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자가 무대에 나와 30초 동안 나눈 농담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4월19일 뉴욕 주 민주당 대의원선거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꼭 이겨야하는 절대절명의 순간에 힐러리가 흑인을 비하하는 농담에 휘말려든 것이다.

이날의 모임은 백악관 출입기자 연례만찬회 같은 성격이었다. 흑인 레슬리 오덤(연극배우)와 함께 무대에 오른 드 블라지오 시장과 힐러리는 아주 느리고 분명한 말투로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다.

Hillary: Thanks for the endorsement, Bill. Took you long enough.
Mayor: Sorry, Hillary. I was running on CP time.
Black actor: I don't like jokes like that.
Hillary: Cautious Politician time. I've been there.

힐러리: 나를 지지한다고 선언해주어서 고마워요, 빌. 참 오래도 결렸네요(참 일찍도 하셨네요.)
시장: 미안해요, 힐러리. 나는 흑인시간에 따라 움직이거든요.
흑인배우: 난 그런 농담 좋아하지 않습니다.
힐러리: (CP는) 조심스런 정치인 시간이란 뜻이겠죠. 나도 그런 적 있어요.

문제는 뉴욕 시장이 'Colored People time(CP time)', 즉 매사에 느릿느릿한 흑인들을 비아냥거리는 농담을 했다는 것이다. 마치 한국 사람한테 시간 잘 지키지 않는다는 뜻으로 'Korean Time(코리안 타임)'을 언급하는 것과 같다. 비록 힐러리가 CP time을 'Cautious Politician time(조심스런 정치인 시간)'이라고 둘러대긴 했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다.

두 민주당 정치인의 농담 대화가 미리 마련된 대본대로 한 것인지, 즉흥적으로 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어쨌든 흑인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힐러리가 뉴욕 시장과 이런 농담을 공개장소, 그것도 기자들 앞에서 했다는 건 흑인들을 매우 불쾌하게 만들었음에 틀림없다. 다음 주 뉴욕 대의원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그건 그렇고, 힐러리가 마지막으로 한말 I've been there는 "나도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잘 안다" 또는 "그거 별것 아니다"는 뜻으로 흔히 쓰는 말이다. Been there, done that.(비인 데어 다안 댓)이라고도 말한다.

덧붙이는 글 | 조화유 기자는 재미작가이며 영어교재 저술가입니다.



#힐러리 클린턴#CP TIME#흑인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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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후 조선일보 기자로 근무 중 대한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흉일"당선. 미국 Western Michigan University 대학원 역사학과 연구조교로 유학, 한국과 미국 관계사를 중심으로 동아시아사 연구 후 미국에 정착, "미국생활영어" 전10권을 출판. 중국, 일본서도 번역출간됨. 소설집 "전쟁과 사랑" 등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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