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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생들에게 묻다, 당신은 왜 한국을 떠났나요?
독일 유학생들에게 묻다, '등록금 없는 나라'는 어때요?
프랑스 유학생들에게 묻다, 그곳은 '자유'롭습니까?
독일 유학생들에게 묻다(2), '마이스터'가 무슨 뜻이죠?

'유학생들에게 묻다' 시리즈는, 한국 대신 외국의 교육을 선택하고 떠난 유학생들(미국, 유럽, 아시아)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기획입니다. 오늘은 독일과 프랑스 음대생의 목소리를 통해 두 나라 유학 정보와 삶의 버팀목이 되는 음악의 기쁨을 살펴봅니다. - 기자 말

[인터뷰] 독일 음대생과 프랑스 음대생

 바이마르 국립음대 수업.
 바이마르 국립음대 수업.
ⓒ 바이마르 국립음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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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훈일: "독일 바이마르 국립음대 박훈일(가명)이다. '독일음대 유학/준비'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와 블로그 운영자로서 학생들의 유학 준비 및 입학을 돕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수영: "프랑스 크레테이 국립음악원에서 성악 배우는 김수영(가명)이다."

- 유학을 간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
훈일: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많은 연주자들이 독일에서 공부한 점, 독일 음대 교수진과 외국인도 차별없게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려해 결정했다."
수영: "충분한 진로 탐색을 하기도 전에 다음 단계들을 밟아 올라가도록 재촉받는 한국 20대의 삶에 회의를 느꼈다. 더 자유로운 시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어학연수를 시작했고, 한국에서 배운 성악을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자 음악원까지 입학했다."

- 독일, 프랑스의 음대 교육과정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훈일: "국립음대(실기전공)와 일반 종합대학(이론전공)으로 나뉜다. 종합대학은 학사, 석사, 박사를 거쳐 최고과정 졸업시 박사학위를 받고, 국립음대는 최고과정 졸업시 엑자맨(Konzertexamen)으로 인정받는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최고연주자과정에 해당한다. 국립음대 학업기간은 학사 4년, 석사 2년, 엑자맨 2년이다."
수영: "음악원(실기 위주)과 일반 종합대학(이론 위주)로 나뉜다. 종합대학은 학사, 석사, 박사를 거쳐 최고과정 졸업시 박사학위를 받고, 음악원은 1기부터 3기까지 일반과정을 거친다. 그후 전문연주자과정을 밟고 싶으면 오디션을 통과해야 한다."

- 독일 음대 입학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훈일: "종합대학은 아비투어(대학 입학 자격 종합시험)를 치르는 등(한국 수능 성적 등으로 대체 가능) 준비가 필요하다. 국립음대는 아비투어를 안 치러도 만 16세 이상으로 음악 재능이 있으면 지원 가능하다. 다만 수업이나 개인 레슨을 받으려면 독일어가 필수고, 입학시 기본적인 음악이론, 서양음악사 시험 등을 독일어로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구두시험을 대비해 독일식 음악용어를 미리 습득해두는 게 중요하다. 그밖에 학과 종류나 세부적인 지원자격, 전형방법, 제출서류 등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으니 잘 살펴봐야 한다."

- 프랑스 음대 입학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수영: "프랑스 음악원도 언어는 필수다. 다만 한국처럼 학생들이 어느 정도의 음악 수준에 도달한 상태에서 일괄적으로 입학 자격 시험을 치르는 게 아니라, 해마다 각 학년 수준의 결원만큼 오디션으로 뽑는다. 다시 말해, 본인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잘 찾아봐야 한다. 한국 음대가 전문 음악인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는 편이라면, 프랑스 음악원은 누구에게나 음악을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까지 덧붙은 것 같다. 그런데 나이 제한이 있고 어릴수록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으니 가능하면 어린 나이에 유학을 결정하길 권한다."

 바이마르 국립음대 공연 모습.
 바이마르 국립음대 공연 모습.
ⓒ 바이마르 국립음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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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음악 교육은 한국과는 어떻게 다르던가.
훈일: "한국처럼 주입식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성찰하고 느끼게 하는 교육이다. 국립음대가 평준화가 잘 되어 있어서 한국처럼 대학의 서열을 구분짓는 일 따위도 하지 않는다. 한국 학생들은 익숙한 학교의 이름만으로 학교를 판단해 대도시 학교들을 더 선호하는 경우도 많지만, 소도시의 학교일수록 교수진이 더 잘 되어 있고 역사가 깊은 경우가 많다. 유학 전에 독일의 모든 학교의 정보를 조사한 다음 진학하는 게 좋다."

- 프랑스 음악 교육은 한국과는 어떻게 다르던가.
수영: "진입 장벽이 낮다. 개인이 구하기 어려운 악기가 음악원에 구비가 되어 있고, 전속 피아니스트도 있어서 개인의 경제력으로 모셔와야 하는 부담이 없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 한 음악원에서 배우는데, 이미 직업을 가진 성인들이나 일반 대학에서 학업 중인 학생들도 음악을 배우러 올 정도다. 음악을 굳이 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음악을 삶에서 즐길 수 있는 공공의 가치로 인식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 현지에서 부담하는 유학 비용은 얼마나 되나.
훈일: "학생이 가난해서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은 없다. 기본적으로 등록금 자체가 없고 장학금 제도도 잘 되어 있어서 외국인이라도 성실한 학생들은 장학금을 준다. 도시마다 생활비는 다르지만 독일 조사기관에 따르면, 유학생들이 독일에서 공부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돈은 월 680유로(약 89만원) 정도다."

수영: "등록금은 음악원마다 다르지만 국립대와 비슷한 수준이다(한 학기 30만 원 남짓). 한국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도시마다 생활비는 다르지만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비자 발급 기준이 월 615유로(약 81만 원)를 지출하는 거다. 실생활비의 경우, 대도시는 집세가 비싸 알바로 일부를 충당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학생 신분으로 국가에서 보조 받는 교통비, 국립 카페테리아, 공공기관 이용료 할인 등을 통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천재가 많은 독일, 활동 무대가 많은 프랑스

 들라크루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왼쪽)과 베토벤 초상화(오른쪽)
 들라크루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왼쪽)과 베토벤 초상화(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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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프랑스의 음악 분야를 비교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음악가를 떠올려 보라. 서양 음악사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닌 이상, 베토벤, 바그너, 슈만 등 주로 독일 음악가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가? 프랑스는 음악가는 가물가물해도 다비드, 들라크루와, 마네, 르누와르 등과 같은 화가 이름은 잘 생각이 날 것이다. 단순한 우연도 아니고 프랑스의 음악이 독일보다 뒤떨어져서도 아니다.

오히려 역사적인 배경 특히 18~19세기라는 시대 상황의 영향력이 크다. 독일은 유럽 주요 나라들 중 근대 시민사회 정립이 늦은 편인 나라였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 시민들이 '왕의 목'을 단두대에서 잘라내고 18세기 중엽부터 영국의 산업혁명이 일어날 때도, 독일은 봉건세력들의 지배를 받는 농업국가에 머물렀다.

그래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을 때 독일 지식인들은 한껏 꿈에 부풀었지만, 현실에서는 봉건세력이 '내부 단속'에 나섰다. 정치활동 탄압과 학문·언론·출판 검열을 심하게 했고 시민혁명의 불길이 독일까지 번지지 못하게 막았다. 이 시기 독일 지식인들이 암호문 같이 난해하고 관념어로 꽉찬 글들을 폭발적으로 쏟아낸 이유이기도 하다.

가령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철학자 헤겔의 책들은 '글로 쓴 프랑스혁명'이라고도 부를 정도다. 또한 현실 정치로는 분출되지 못한 독일인의 문화적 에너지는 예술 특히 음악으로 승화됐고, 베토벤은 혁명 이념을 유럽 전역으로 실어나르던 나폴레옹에게 <영웅>이라는 곡을 헌정하기도 했다(*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며 독재자의 길을 걷자, 베토벤이 분노하며 <영웅>의 악보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는 후일담도 있다).

왜 음악일까? 보통은 회화보다 음률이 더 추상적이고 정신적이며, 회화는 더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영역이다.

독일인의 고뇌 깊은 내면에는 당장 눈으로(정치로) 보여줄 수는 없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고, 프랑스인은 이미 '눈으로 볼 수 있는(정치적으로 실현시킨)' 프랑스 혁명이나, 혁명 이후 시민들의 여가 풍경을 그림으로 많이 담아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19세기를 기점으로 각 나라의 예술적 분위기가 흥하고 계보가 이어졌으니, 왜 유독 독일은 음악가가 프랑스는 화가가 두드러져 보이는지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는 정치혁명, 독일은 정신혁명, 영국은 산업혁명이라는 삼중혁명을 통해 각자가 각자의 몫을 짊어지며 조금씩 전진했고, 오늘날 서로의 장단점을 많이 보완하게 된 셈이다.

"현재 프랑스는 음악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일상의 여건들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는 교수들이 적극 도와주고, 밖에서는 공연장, 강연 등 배움의 기회가 많다. 많은 프랑스인이 자본주의로 인한 물질적 결핍에 고통받지만, 일상의 저녁모임(soirée)에서의 문화적·정치적 연대는 존엄성을 지켜내는 삶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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