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철사를 이용해서 3차원 공간에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제가 평소에도 사물들에 관심이 많았는데 제가 사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자각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어요. 그때를 시작으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 너무 익숙해서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는 사물들을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김수현(29) 작가는 일반적인 그림이나 조각이 아닌, 철사를 이용해서 작품을 만든다. 굵은 철사부터 얇은 철사까지 다양한 철사를 통해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전거나 가방부터 시작해서 속옷까지 수많은 사물들을 표현한다.
김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 서울 방배동 갤러리토스트(관장 이도영)에서 2월 27일부터 3월 13일까지 열린다. 오프닝이 있었던 지난 27일에 전시장에서 김 작가를 만나봤다. 김 작가는 위에서 언급했던 계기에 대해서 말한다.
"비가 엄청 많이 오던 날이었어요. 그날 제가 좋아하던 우산을 들고 다니고 있었는데, 그 우산이 부러져버린 거에요. 처음에는 그냥 아쉽고 속상한 마음으로 그 우산을 하나의 도구로만 바라봤어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 우산의 여러 가지 면들, 작은 버튼부터 시작해서 손잡이의 구부러진 곡선이나 비닐에 생긴 주름 등을 마치 손으로 만지듯이 읽어나가고 있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제가 사물을 이런 식으로 바라보고 있었구나."그때의 기억이 김 작가에게는 계속 남아있었다. 그래서 이런 사물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일반적인 2차원의 드로잉 속에 사물을 넣어두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3차원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신에게 남겨진 이미지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작가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그렇게 선택한 재료가 철사다. 공간 속에서 스스로 고정되고 드러낼 수 있는 재료를 고민하다가 철사를 택하게 됐다. 그 우산은 사용하기 힘들게 되었지만 아직도 가지고 있단다. 마음이 아픈 면도 있어서 차마 버리지 못하겠더라고. 김 작가는 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했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철사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철사라는 재료가 저한테 좀 익숙하기도 했어요. 조각 공부하면서 많이 다루기도 했고 용접도 많이 했었거든요. 저 산소용접, 전기용접 이런거 잘해요. 전기톱으로 나무 깍는 것도 재미있더라고요."20대 여성이 용접을? 편견이나 선입견일 수 있지만 쉽게 상상되지 않는 모습이다. 김 작가는 다양한 굵기의 철사를 작품에 사용한다. 일반적인 철물점에서 구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보통 부산에 있는 전문점에서 몇 십 킬로그램 단위로 주문해서 작업에 사용한다.
이렇게 철사로 작업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굵은 철사를 구부리고 휘면서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려면 얼마나 손이 힘들고 아플까. 작품을 만들 때 한번에 완성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않고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겪을 때도 있을 텐데.
평소에 장갑을 끼고 작업을 하지만 작은 작품을 만들때는 맨손으로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장갑을 끼면 둔해질 수 있다고. 김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굳은 살이 박힌 자신의 손을 보여주었다. <자전거>를 작업할 때 특히 좀 어려웠다고 한다.
"자전거 핸들을 만들 때가 힘들었어요. 제가 원하는 느낌이 잘 안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다섯 번 정도 계속 반복해서 작업한 다음에 나온 핸들이에요. 그런 과정을 거친 철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고 따로 모아둬요. 버리지는 못하겠더라구요."철사로 작업할 때의 장점과 힘든점
전시장 안에는 철사로 만든 여러 작품들이 벽에 고정돼 있다. 한번 만져보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되는 작품들이다. 김 작가는 철사의 장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철사는 자신의 두손을 따라오는 재료라는 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을때로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구부러지고 휘어지면서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김 작가는 전시장을 찾아줄 관객들에게 말한다.
"스쳐지나갈 수도 있는 그런 사물들을 여러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전거를 보면서, 자전거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자전거와 관련된 어떤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겠죠. 드로잉의 한 기법이구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전시장에 오시는 분들이 잠시라도 일상에서 벗어나서 제 작품을 감상하시면 좋겠어요. 일종의 쉼표같은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요." 덧붙이는 글 | 갤러리토스트 www.gallerytoa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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