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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사람이 타지 않은 무인 자동차부터 사람처럼 두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 등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만한 각종 신기한 기술들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연료를 넣지 않고, 태양광으로만 하늘을 나는 무인비행기도 나왔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비롯해 기업 연구소와 학계, 초등학생 발명가 등까지 나름 '창의적' 인간들이 한데 모인 장이 열린 것이다.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역시 '로봇'이었다. 물론 '로봇' 자체는 더이상 새롭지 않다. 이미 일부 일상생활에선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로봇에 대한 동경은 여전하다. 이날 눈에 띈 '로봇'은 사람이 직접 입는 로봇(wearable robot)이었다.

입는 로봇은 '아이언맨'과 같은 공상과학영화에서 자주 등장해, 우리에겐 친숙하다. 대개 팔과 다리에 로봇처럼 금속성 뼈대를 입힌다. 그리고 이를 기계의 힘으로 움직인다. 이날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선보인 입는 로봇도 비슷하다. 그렇다고 얼굴 마스크가 따로 있거나 팔다리를 금속으로 입힌 형태는 아니었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에겐 '꿈의 로봇'...혼자 힘으로 걸을수 있어

 현동진 현대차 의왕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박사)이 창조경제박람회에서 직접 입는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현동진 현대차 의왕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박사)이 창조경제박람회에서 직접 입는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 김종철

현동진 현대차 의왕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박사)이 직접 입고 선보인 외골격형 로봇은 '에이치-렉스(H-LEX, Hyundai Lifecaring Exo Skeleton'다. 외골격형 로봇은 몸을 지탱하는 골격이 밖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현 연구원은 자신의 양쪽 발과 허리를 로봇에 맞추고, 한발씩 움직였다. 빠른 걸음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러웠다.

언뜻 쉬운 걸음처럼 보였지만,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몸을 둘러싼 각종 금속과 와이어, 이를 감지하는 센서와 모터 등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현대기아차의 '로봇' 기술에 대한 애착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회사 미래 신기술을 선행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의왕 중앙연구소에 인간편의연구팀이라는 별도의 팀까지 꾸려졌다.

최서호 팀장은 "이미 로봇 기술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게다가 인구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가까운 미래에 상당한 일상을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웨어러블 로봇의 경우 인간의 지능을 빌어서 로봇을 제어하는 경우"라며 "우리 팀에서 개발한 의료형 모델은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 착용해 혼자 힘으로 걸을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현대기아차가 이번에 공개한 '입는 로봇'은 모두 4종류다. 무릎형(KAMO )과 고관절형(HAMO), 그리고 모듈결합형(H-LEX ), 의료형(H-MEX ) 등이다.  무릎형과 고관절형은 대체로 무릎과 고관절 등 장애가 있는 신체부위에 장착된다. 모듈결합형은 이들 두가지를 결합한 것으로 앉기와 서기, 평지 걷기와 계단 오르내리기 등을 수행할수 있도록 했다.

서 팀장은 "H-LEX의 경우 별도의 동작 명령을 입력해서 다리 움직임을 제어할 수도 있다"면서 "보행이 불편한 노약자나 재활 등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보행 훈련에 큰 도움을 줄수 있는 착용로봇"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형으로 개발된 H-MEX는 앞선 H-LEX보다 한단계 더 진화한 로봇"이라며 "혼자 힘으로 설 수조차 없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도 착용해 걸을수 있도록 개발됐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공개된 의료형 모델의 경우 양손의 목발에 부착된 인터페이스 기기를 통해 앉기와 서기, 멈추기 등의 동작 명령을 통해, 좀더 자연스러운 걷기가 가능했다.

자동차회사에서 왜 입는 로봇을 만들었을까

 현대차 의왕중앙연구소의 인간편의연구팀 연구원들이 '입는 로봇' 시제품을 놓고 실험을 진행하고있다.
현대차 의왕중앙연구소의 인간편의연구팀 연구원들이 '입는 로봇' 시제품을 놓고 실험을 진행하고있다. ⓒ 현대차

그렇다면 왜 자동차 회사가  '입는 로봇' 개발에 나설까. 크게 두가지다. 로봇 개발에 들어가는 각종 센서 기술 등이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다. 최근 세계 자동차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자율주행 자동차'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기술이 로봇으로부터 나왔다는 것.

최 팀장은 "무인 자율주행차 뿐 아니라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미래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터와 제어, 센서기술 등이 로봇과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일본 도요타와 혼다 등 완성차 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미래 기술력 강화를 위해 로봇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하나는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추구해 온 모빌리티(Mobility), 이른바 '이동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다. 이번 로봇연구를 주도해 온 현동진 책임연구원은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약자를 비롯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 사회적 약자에게도 쉽게 이동할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는 것.

최 팀장도 "현재 국내 척추장애인협회 등의 도움을 받아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보다 쉽고, 편하게 걸을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이번 개발의 중요한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개발 속도라면 오는 2018년께 보다 무게를 가볍게하고 착용성을 높인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0년께부터는 양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의료형 로봇의 경우 산업, 군사 등의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아이언맨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입는 로봇'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실제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사는 지난 2011년에 '헐크(HULC)'라는 입는 로봇을 만들었다.

헐크를 입고 달리기까지 가능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었다. 한번 배터리 충전에 90킬로그램 짐을 지고도 20킬로미터를 갈수있다고 했다. 하지만 헐크는 상용화까진 가지 못했다. 헐크를 입은 사람이 체력이 크게 떨어지는 등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 것.

현대기아차쪽에선 로봇 분야가 향후 미래 신기술로서 새로운 먹거리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선행기술 개발에 연구를 집중하겠다는 투자와 계획까지 잡혀 있다. 자동차 신기술과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 사회적약자를 위한 이동성 구현 등 로봇기술이 과연 선물만을 던져줄까.


#현대차#입는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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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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