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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포기에 10kg이 넘는 양배추. 농약을 알체 치지 않고 내 손으로 키운 양배추이기에 그 맛도 각별하다.
한 포기에 10kg이 넘는 양배추. 농약을 알체 치지 않고 내 손으로 키운 양배추이기에 그 맛도 각별하다. ⓒ 최오균

지난 7월 15일 모래밭에 어린 양배추 모종을 심었다. 양배추가 잘 자라 주기를 간절하게 그리며 어린 모종을 메마른 모래땅에 심었다. 내가 손수 만든 퇴비로 밑거름을 주었지만 과연 이 모래땅에서 양배추가 잘 자라줄까? 나는 어린묘목에 풀을 덮어주며, 바가지로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천천히 물을 주었다.

그리고 금년 봄에 심었던 양배추가 결구되지 않았던 실패를 교훈삼아 이번에는 어린 묘목 위에 한랭사를 씌웠다. 봄에 심었던 양배추는 배추벌레가 끝까지 갉아먹는 바람에 결구는커녕 배추 잎 하나도 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약을 일체 하지 않고 양배추를 재배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양배추는 배추벌레의 산실이나 다름이 없을 정도로 각종 벌레들이 들끓는다. 그만큼 영양분이 풍부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신부에게 면사포 씌우듯 정성스럽게 농사지었더니"

그래도 농약을 일체 하지 않는 나는 이번에는 비싼 한랭사를 인터넷을 통하여 구입하고 마치 신부에게 면사포를 씌우듯 어린 묘목에 한랭사를 정성스럽게 덮어 주었다.

 지난 7월 15일 심었던 양배추 모종
지난 7월 15일 심었던 양배추 모종 ⓒ 최오균

다행히 양배추는 무럭무럭 자라나 주었다. 물론 한랭사를 덮어 주었다고 해서 전혀 배추벌레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배추흰나비들은 교묘하게 망사를 뚫고 들어가 알을 까고 나서 장렬하게 순교를 했다. 알을 낳고 미처 망사를 뚫고 나오지 못한 나비들이 그 자리에서 죽어간 것이다.

때로는 망사 속에서 밖으로 나오려고 몸부림치는 나비를 발견하면 방생을 하여 주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나비들은 배추애벌레를 생산하여 양배추를 먹어치우기도 하지만, 꽃들에게 수분을 하여 인간에게 갖가지 양식을 주는 이로운 생명체다.

 한 포기 한 포기에 정성들여 물을 주고 수분이 증람하지않도록 풀로 덮어 주었다.
한 포기 한 포기에 정성들여 물을 주고 수분이 증람하지않도록 풀로 덮어 주었다. ⓒ 최오균

다행히 양배추는 무더운 7~8월의 날씨를 잘 견디며 면사포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리고 8월말일경부터 결구를 하기 시작하더니 9월에 들어서는 제법 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9월 15일 경 나는 면사포를 벗기고 손수 만든 깻묵 퇴비로 추비를 주었다. 깻묵과 왕겨를 섞어 발효를 시킨 퇴비인데 냄새는 지독하지만 양배추에게 영양을 공급하기에는 그만이다.

10월이 되자 양배추 포기는 단단해지기 시작하며 마지막 결구를 완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놀라울 만큼 커진 양배추는 손으로 눌러 보아도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결구되어 갔다.

10월 23일 나는 양배추 한포기를 잘라 수확을 해보았다. 양배추 포기가 어찌나 큰지 한손으로 들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저울에 달아보니 무려 10kg이나 나갔다. 내가 보기에도 믿어지지않을 정도로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 양배추 한 포기를 아내에게 안겨주었더니 아내의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와아, 이렇게나 컸어요! 정말 이건 대박인데요?"
"그러게 말이요. 너무나 고맙지 않소? 모래땅에서 이렇게 자라주다니…"

 배추벌레 방지를 위해 한랭사를 씌워주었다.
배추벌레 방지를 위해 한랭사를 씌워주었다. ⓒ 최오균

자연이란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어린 양배추 모종은 바람과 물, 햇빛을 받으며 인간에게 맛있고 영양이 듬뿍 든 자신의 몸을 통째로 내주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며칠에 한 포기씩 양배추를 캐내어 생채로, 쌈으로, 즙으로, 샐러드로, 된장국으로… 다양한 요리를 해먹고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양배추는 비타민, 단백질 등 영양이 풍부하고, 저열량 저지방 식품으로 식이섬유소 함량이 많아서 포만감을 주어 식사량을 줄여주므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아직 우리 집 모래밭에는 양배추 20여포기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농약을 치지 않고 내손으로 양배추를 직접 길러서 먹는 맛은 각별하다. 유기물이 듬뿍 든 모래땅에는 지렁이가 기어 다니고, 그 지렁이를 잡아먹으려고 두더지들이 매일 터널을 판다.

아침마다 텃밭에 나가 두더지가 파놓은 구멍을 발로 밟아가며 정성을 기울여 키운 양배추를 혀끝으로 느껴보는 감동이란 길러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각별한 맛이다. 

 망사 속에서 결구되어가는 양배추(8월 31일)
망사 속에서 결구되어가는 양배추(8월 31일) ⓒ 최오균



#양배추 #양배추 재배#양배추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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