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들놈이 용돈 달라고 할 때 못주고 아내가 불편한 집에서 이사 가자고 조르는 데 못가는 심정을 누가 알겠습니까?"지난 15일 서울 노원구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기획초대전을 열고 있는 서양화가 이제훈 씨를 찾았다.
'새벽을 깨우다'라는 테마로 무위자연(無爲自然),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는 그대로의 자연을 말하는 이제훈 화가. 작품들도 새벽 아침의 깨우는 소나무 숲과 햇살 따뜻한 강가 풍경, 바닷가 소나무, 눈 덮인 산 속 마을풍경, 눈 쌓인 산속 길 옆 대나무, 하얗게 부서지는 바다 파도, 연꽃과 연잎들 등 자연 그대로의 모습들이다.
"이른 새벽에 술 한 잔 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팔릴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림을 그리는데 어떻게 맨 정신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겠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려요."이 작가의 정감 넘치는 위트가 기획전 준비를 도와준 자원봉사 어머니들을 웃게 만든다. 그는 얼마 전 '시대정신 전태일' 전을 열어 전태일 재단의 기금 마련에도 나서는 등 개인 창작활동과 더불어 사회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문화운동가이기도 하다.
"세상은 하늘을 보고 사는 사람과 돈·사람을 보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태일 재단에서 일하는 사람들 같이 하늘을 보고 사는 사람들에 비하면 저 같은 화가는 아무것도 아니죠. 어릴 적 논밭을 갈던 소 같은 그들의 노고를 누가 알겠습니까?"스스로를 낮추며 우리 사회에서 희생하며 사는 사람들의 애환을 이 작가는 모른 척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림의 소재가 자연인 것을 보면 지금의 세상에서 마음 둘 곳이 자연 밖에 없을 거 같은 공감이 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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