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생활의 거처를 떠나 낯선 도시를 경험한다는 건 인간에게 비교대상이 흔치 않은 설렘을 준다. 많은 이들이 '돌아올 기약 없는 긴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정주가 아닌 유랑의 삶이 주는 두근거림. 절제의 언어인 '시'와 백 마디 말보다 명징한 '사진'으로 세계의 도시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설렘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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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푸른 아드리아해와 맹렬하게 붉은 두브로브니크의 붉은색 기와. 이 둘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둔감한 이들조차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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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브로브니크의 언덕에 올라 내려다본 도시 전경.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속에 숨어있는 인종간, 종교간 갈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는 많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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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의 고성 위로 갈매기가 날았다. 도시에서 벌어진 비극을 저 새도 지켜봤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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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온 팔열지옥의 시간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선량하고 낙천적으로 보였다. 아이들 역시 귀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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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들만 알지 못한다눈이 시린 아드리아 물결 아래로비극의 그림자가 검게 일렁였다쪽빛 비키니의 소녀들은 꽃을 흔들고사철 벌거벗은 듯 그을린 피부의 소년은 이방인에게 이름 모를 조개를 건네는데석양이 지면 이상스런 추위가 도시를 뒤덮었다두브로브니크, 아드리아해의 보석붉은 기와와 짝을 이룬 푸른 바다는아름다움에 둔감한 이들마저 입 벌리게 만들고누구나 행복해져 먼 나라 라틴의 춤을 추는데민박집 아저씨는 밤마다 술추렴이다"나는 아이들 여덟 명을 죽였다고."멀지 않은 시간의 저편영원히 화해하지 못할 서로 다른 종교가정치와 인종문제에 불을 붙였다팔열지옥이 그들을 스쳐갔다화염의 거리에서 어제의 이웃을 도륙한 이들도그마는 자신의 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 있을까아름다움에 덮여 묻힌 듯 보인 내전의 생채기그러나, 천만에다아들을 제 손으로 묻고 견딜 수 없는 증오에광기의 총을 들었으나죽음으론 죽음을 덮을 수 없는 법아들보다 제가 죽인 아이의 얼굴이 자주 떠올랐다어두움 내린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안다이 도시는 회복되지 않을 상처로 시퍼렇다는 걸학살된 이웃의 피로 붉디붉다는 걸아무것도 모른 척 살사를 추는 처녀와 네이비블루 빛 포말 일으키며 바다를 가르는 소년그들도 안다모르는 건 그들이 섬기는 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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