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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맞은 이종걸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취임 100일 맞은 이종걸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 유성호

지난 14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무난하게 연착륙하는 모습이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내 비주류 진영의 지지를 업고 원내대표로 당선된 그는 산적한 원내 현안을 유연하게 풀어내며 "강경하다"라는 지적을 불식시켜 왔다.

"불안하다"라는 우려도 잠잠해진 분위기다. 원내대표 선거 출마 당시만 해도 '지각종걸'이라는 별명이 '아킬레스 건'으로 떠올랐지만, 취임 이후에는 회의에 대체로 늦지 않아 이 같은 평가는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다소 언사가 거칠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과거에도 SNS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그년'으로 지칭해 구설에 오른 적 있는 그는 원내대표직을 수행해온 3개월여 동안 위태위태한 발언으로 원내를 떠들썩하게 했다.

유승민 '엄호' 외쳤지만 결국... "병 주고 약 주나"

이 원내대표는 취임 한 달도 안 돼 '입' 때문에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국회법 개정안 정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칫 '비하 발언'으로 오해를 살 만한 말을 내뱉은 게 화근이었다.

"(대통령이) 헌법 공부 좀 하셔야겠다. 헌법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 (2015년 5월 29일 국회 개원식 행사)

"공무원들은 헌법 공부도 안 하는 것 같다. 대통령을 닮아서 그런지 모르겠다." (2015년 5월 31일 새정치연합 소속 시·도지사 정책협의회)

또한 이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시사한 박 대통령을 향해 "너무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호들갑 떨지 말라는 것은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는 뜻의 순수한 우리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청와대는 "대통령을 폄훼하는 것은 국민을 폄훼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때 원내 협상파트너였던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궁지에 몰아넣은 적도 있다. 국회법 개정안 정국으로 당내에서 위기에 내몰린 유 전 원내대표의 구명에 힘쓰면서도, 한편으로는 엉뚱한 발언으로 그를 더 난감하게 만든 것이다.

지난 6월 16일 국회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 참석한 이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 중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전제하면서 "유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게 되면 의결정족수를 맞춰주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여의도에 또 한 번 파장을 불러왔다.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과 당내 반대해도 불구하고 재의결에 협조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새누리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즉각 반발했다.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유 원내대표는 어떠한 자리에서도 이와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음을 분명하게 밝혀 둔다"라며 "이 원내대표가 정말 그렇게 발언했다면, 이는 언론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역시 논란이 일자 "서로 간의 정치적 신뢰가 있다는 표현이었다"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이후 유 원내대표는 당 내홍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시 이 원내대표는 "나무가 태풍에 부러질 수 있지만 좋은 나무는 재목으로 남는다"라며 아쉬움을 표했지만, 여당 일각에서는 "병 주고 약 준다"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광복 70주년 축사 내용으로 여당과 얼굴을 붉혔다. 지난 15일 서울시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이 원내대표는 사전에 배포한 축사 원고를 통해 "지난 70년은 친일과 변절, 독재가 여전히 당당하고 부끄럽지 않은, 그들만의 조국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정림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훌륭한 독립운동가의 후손이자 제1야당의 원내대표라면 이념·세대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사그라지지 않는 발언 실수 우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새정치연합을 곤란에 빠트리기도 했다. 의원정수 발언이 대표적이다.

당 혁신위원회가 선거제 개혁을 골자로 한 5차 혁신안을 발표한 지난달 26일, 그는 지도부와 상의 없이 의원정수 확대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당시 이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정수를 390명으로 늘리면서 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선거제도 개혁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라며 "'비노(비노무현)' 개혁파가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당시 새정치연합은 이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멘붕(멘탈붕괴)' 상태가 됐다. 의원 수 확대를 두고 국민 비난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자칫 '반개혁 정당'이라는 역풍에 휩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내 주류뿐만 아니라 비주류 인사들도 이 원내대표의 주장에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개인적 견해일 뿐"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고, 비주류인 원내 주요관계자도 "이 원내대표가 평소의 소신을 말한 것"이라며 "원내 차원에서 당론을 추진할 계획이 전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원내대표의 '깜짝 발언'들을 두고 당내에서는 우려가 여전하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아직 (이 원내대표의) 말들이 위험 수위를 넘지는 않아 다행"이라면서도 "언젠가 대형 실수를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와 가까운 원내 관계자는 "평소 소신을 가감 없이 얘기하다 보니 가끔 발언 수위가 좀 앞서나가는 듯하다"라며 "최근에는 원내대표로서 발언에 신중하기 위해 조심하려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17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도 어김없이 이 원내대표의 '돌발 발언'이 화제가 됐다. 그는 당내 신당 창당 흐름 관련 질문에 "한 지역에서 4번 선거를 치렀지만 그때마다 번호가 다 다르다, 제가 탈당만 3번 했다, 이번에는 번호를 그대로 유지해야 맞을 것 같은 예감"라며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이 자리에 함께한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급하게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 했고, 이 원내대표와 가까운 최재천 정책위의장과 최원식 원내부대표 역시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종걸#새정치민주연합#박근혜#유승민#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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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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