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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를 놓고 강력한 사죄를 촉구해온 한국과 중국은 실망을 나타낸 반면, 미국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14일 일본의 전후 70주년 담화, 일명 아베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는 침략·식민 지배·사죄 등의 표현이 담겼으나 일본의 행동으로 명시하지 않았고, 사죄도 역대 내각의 입장을 인용하는 과거형에 그치면서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베 담화가 발표되자 우리 정부는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담화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곧 구체적인 평가는 밝힐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아베 담화에서 과거사 반성과 사죄 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라면서도 "일본의 침략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직접 언급하기보다 과거형으로 에둘러 표현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침략과 식민 지배를 불가피한 선택으로 포장하며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사실상 회피한 것"이라며 "전쟁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집단 자위권 법안을 추진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서울 시민 인터뷰와 함께 한국 내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한 50대 남성은 "사죄가 과거형이라서 불만"이라며 "한국 국민은 아베 총리가 진정한 사과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담화 내용을 분석한 뒤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공식 논평을 준비하고 있지만, 관영 <신화통신> 영문판 논평을 통해 아베 담화의 진정성 없는 사죄를 강하게 비판했다.

<신화통신>은 "아베 총리의 물타기 사죄(watered-down apology)는 진정성 시험에서 불합격했다"라며 "자신이 직접 사죄하지 않고 역대 내각의 입장을 언급하는 데 그치면서 크게 후퇴했다"라고 혹평했다.

이 신문은 "일본이 군국주의 시절 자행했던 잔인한 행위를 진솔하게 반성하고 사죄하지 않는다면 일본을 '보통 국가'로 만들려는 아베 총리의 꿈은 절대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만 '나홀로' 환영... 서방 언론도 비판 쏟아내

이와 달리 미국 정부는 아베 담화를 크게 반겼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아베 총리가 일본이 전쟁을 통해 가한 고통에 대해 '깊은 후회'를 표현한 것을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베 총리가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겠다는 약속도 환영한다"라며 "앞으로 국제사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헌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일본의 약속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더 나아가 "일본은 전후 70년 동안 평화와 민주주의, 법치에 대한 변함없는 약속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이러한 기록들은 모든 국가의 모범이 되고 있다"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유력 언론은 물론이고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 다른 서방 주요 언론도 일제히 아베 담화의 진정성 없는 사죄를 비판한 것과 상반되는 입장이다.

이처럼 아베 담화의 과거사 사죄를 놓고 이해 당사국인 한국과 중국, 미국의 뚜렷한 시각차가 드러나면서 동북아 정세가 더 깊은 안갯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