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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①] 서울 주민 45세 A씨

A씨는 지난 8일, 구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간밤에 고열과 기침이 심해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상담을 받기 위해서였다.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더니 보건소측은 일단 보건소로 오라고 했다. A씨는 정부가 발표한 메르스 병원을 다녀온 적은 없었지만 불안했다.

A씨는 덜컥 겁이 났다. 개인 차량이 없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옮기지 않을까 걱정됐다. 보건소에 전화를 해서 응급차를 보내줄 수 없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어렵다'였다. A씨는 사람들의 눈을 걱정하며 30분 거리에 있는 보건소에 다녀왔다.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불안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사례②] 경기 평택시 경찰관 35세 B씨

B씨는 지난달 26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입국한 지인을 만난 후 발열 등 증세가 생겨 지난달 31일 평택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진료의사는 보건당국에 B씨를 의심환자로 신고했고, 이후 B씨는 지난 2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 격리됐다. 하지만 이틀 뒤 나온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 4일 퇴원했다.

B씨는 퇴원 뒤에도 메르스 의심 증상이 계속돼 지난 5일 아산 충무병원에 다시 입원했고, 상태가 더욱 악화돼 9일 단국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결국 11일이 돼서야 메르스 확진 환자로 분류됐다. 2주 가까운 시간 동안 입원, 퇴원, 재입원을 반복한 것이었다. 그 사이 B씨는 자가용과 지하철을 이용해 병원을 옮겨다녔다.

검사 받으러 왔다갔다... 4차 감염 방지 방안은?

메르스 비상, 발열검사 실시하는 의료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10일 현재 108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메르스 노출자 진료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내원객에 대한 발열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 메르스 비상, 발열검사 실시하는 의료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10일 현재 108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메르스 노출자 진료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내원객에 대한 발열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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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 여부가 이번주를 기점으로 판가름이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사회를 통한 감염 여부가 관건이 되고 있다. 특히 자가 격리자들이 당국의 통제를 제대로 따르지 않거나 무분별한 자의적 이동 등으로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날 확진환자로 판명된 B씨의 경우, 병원을 옮겨다니면서 추가로 감염을 일으킨 것은 아닌지 주목받고 있다.

이런 우려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자가 진단을 통해 증상이 의심되는 이들이 직접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심환자로 판명되기 전까지 보건 당국이 하는 대응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의료기관 방문 검사 외에 자택 방문 검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A씨와 같이 의심 증상이 나타나도 의료기관까지 이동해 의심환자로 판명돼야 후속 조치가 이뤄진다. A씨처럼 개인 차량이 없어 지하철과 버스 등의 대중 교통을 이용해야 할 경우가 문제다. 이후에 B씨처럼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될 경우, 지역 사회로 메르스가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이 직접 의심 환자의 자택을 방문해 검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메르스 대응 지침'에는 의심환자일 경우에만 대응하도록 돼 있다. 이 지침에는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심환자를 절대 독립된 공간 밖으로 내보내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돼 있다.

"동의시 자택 검사도 필요...모든 수단 검토해야"

만원 버스 속 벗지 못하는 마스크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던 삼성서울병원 내 만원이 된 마을 버스 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만원 버스 속 벗지 못하는 마스크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던 삼성서울병원 내 만원이 된 마을 버스 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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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자택 방문 검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석균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그동안 지역사회 감염 환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확진 전 감염자들이 지역에 마음대로 돌아다녔다"면서 "스스로 감염이 의심된다고 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보건소 등에서 (신고자에게) 자택 방문에 동의를 구해서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 위원장은 "특별히 의심되는 환자의 경우 보건 당국이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미정 전국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도 "사전 전화 검사를 통해서 의심 증상 유무를 판단한 뒤 보건당국의 철저한 안내로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자의적이고 섣부른 이동은 메르스 확산 우려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의심 환자가 자택 방문에 동의한다고 해도 보건소 차량과 간호사 등의 인력 장비 동원이 쉽지 않다. 반면 현재 3800여 명에 달하는 자택 격리자는 공무원·경찰 등 관계 당국이 1대1로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관계자는 "특별한 의심 환자에 대해서 환자가 동의할 경우에는 방문 검사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메르스#자택 방문 검사#중국인 동포#보건소#삼성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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