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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 갈 때 교복을 꼭 입어야 할까?
학교에 갈 때 교복을 꼭 입어야 할까? ⓒ 연합뉴스

언뜻 사춘기의 징후처럼 보이기도 하는 우리 집 아이와의 '세대 갈등'은 교복으로부터 시작됐다. 아이의 교복에 대한 '애증'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미처 몰랐는데, 중학교에 입학한 후 몸도 마음도 부쩍 컸음을 느끼게 된다. 그 몇 달 사이 외양에서 굳이 달라진 게 있다면, 매일 아침 교복을 챙겨 입고 등교한다는 것뿐이다.

아이의 교복 입은 모습은 부모로서 대견스럽기도 하고, 다 키웠구나 싶어 뿌듯한 생각도 든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종종 걸음으로 등교하는 다른 아이를 보면 다 내 아이 같고, 그렇게 착하고 단정해 보일 수 없다. 부러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을 정도다. 조금 생뚱맞긴 하지만, 아이의 중학교 입학식 때 가장 궁금했던 게 바로 그 학교의 교복이었다.

그런데, 아이의 생각은 전혀 딴판인 모양이다. 그도 처음엔 하루 빨리 교복 입기를 바랐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들에게 교복이란 초등학생 티를 벗고 어엿한 청소년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신분증'이다. 교통카드 없이 평상복 차림으로 버스를 탈 때 기사 아저씨가 초등학생 요금을 받을 때, 되레 기분이 상했다며 순간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는 아이였으니 말이다.

그랬던 그가 교복을 입은 지 채 한 달도 못 돼 교복 말만 하면 짜증부터 낸다. 아침마다 교복 챙겨 입는 게 불편하고 귀찮다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귀찮기로 따지면 저녁마다 세탁을 하고, 아침마다 다려야 하는 부모가 더할 텐데도 막무가내로 싫단다. 교복을 입으니 비로소 중학생이 된 것 같다며 설레하던 게 엊그젠데, 대체 왜 갑자기 교복을 입기 싫다는 걸까.

"체육복 입고 등교하면 왜 안 돼요?"... 중1 아이의 반문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교복 입는 게 싫은 게 아니라 교복 '단속'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등굣길 교복을 제대로 입지 않았거나 명찰이 달려있지 않으면 벌을 받게 되는데, 매일 아침 교문에서 친구들이 벌 받는 걸 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 모습이 익숙해지다 보니 요즘 들어선 마치 선생님들이 벌을 주기 위해 강제로 교복을 입히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단다.

비에 옷 젖는 걸 끔찍이도 싫어했는데, 중학교 들어와 '아침마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도 알고 보니 그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교문에서 교복 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제는 교복 단속이든 뭐든, 매일 아침 교문에서 선생님들이 뒷짐 진 채 서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했다.

교문을 무사히 통과한다고 해서 교복 착용에 대한 압박이 사라진 건 아니다. 체육 시간에는 당연히 체육복으로 갈아입어야 하고, 한 시간 수업이 끝나면 10분 쉬는 시간 동안 교실에 돌아와 다시 서둘러 교복을 꺼내 입어야 한다. 다음 시간 수업 준비까지 마쳐야 하니, 씻을 공간도 없긴 하지만, 샤워는커녕 세수할 여유조차 없다. 다른 건 그만두고라도, 땀범벅인 몸으로 교복을 다시 입는 느낌이 너무 싫단다.

아이의 바람은 소박하다. 체육 수업이 든 날 만큼은 체육복을 입고 등교해 생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거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말도 안 된다며 일축하는 모양이다. 아이의 말에 따르면, 실내화를 신고 학교 안팎을 나다닐 수 없듯, 체육복을 입은 채 등하교할 수는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셨단다. 아이는 학교의 방침이라 하니 어쩔 수 없이 따르기는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눈치다.

솔직히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칫 학교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으로 비화될까봐 전전긍긍해야 하는 처지다. 한 번은 학교의 방침을 슬쩍 두둔했더니, 어른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반문했다.

"체육복은 학생들이 평상시 입어서는 안 되는 단정치 못한 옷이라는 편견은 대체 어디서 비롯된 건가요? 체육복을 그냥 활동하기 편한 교복으로 생각하면 안 되나요?"

딱히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몇 해 전 중국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가 생각났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는 여행에서 돌아와 유명 관광지보다 체육복을 입은 채 무리지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어느 도시, 어느 학교를 가든 똑같은 모습이었는데, 중국의 모든 학교에서는 체육복이 곧 교복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무척 놀라워했다. 여하튼 아이의 느닷없는 질문은 그때의 경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루에 몇 번씩 옷 갈아입는 아이들... 이게 최선일까요?

그런데, 사실 체육복만의 문제는 아니다. 겨울과 여름 교복과 함께, 요즘처럼 때 이른 무더위가 계속될 때를 대비한 간편복이 하나 더 있다. 이름 하여 '생활복'이다. 요즘엔 학교마다 없는 곳이 없을 만큼 보편화된 '제2의 교복'이다. 대개는 학교 로고가 찍힌 구김 없고 시원한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인데,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교복, 체육복과 함께 동시에 구매한다.

편한데다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는, 나름 일석이조인 학교의 '공식' 복장이지만, 이 역시 체육복처럼 아무 때나 입을 수는 없다고 한다. 교칙 상 등하교 때는 안 되고, 교복을 입고 등교한 후 교실에서 갈아입을 수는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는 실제 수업 시간표를 들어, 때 맞춰 세 벌의 옷을 갈아입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시늉을 내며 보여주었다.

우선 교복을 입고 등교를 한다. 아침 조회 전에 '생활복'으로 갈아입고 수업을 듣는다. 3교시 체육 시간 때는 다시 체육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한 시간 뒤 교실로 돌아와 '생활복'으로 다시 갈아입은 후, 점심을 먹고 오후 일과를 보낸다. 7교시 정규 수업이 끝나면 다시 교복을 꺼내 입고 하교를 한다. 나름 부모로서 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이의 설명을 듣고 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도 든다.

빠듯한 시간과 번거로움 외에도 문제는 또 있다. 샤워장이나 탈의실이 별도로 마련된 것도 아닌데다 그때그때 옷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조차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거다. 아이들에게 '임시 옷장'은 다름 아닌 책가방이다. 요즘 같은 여름철, 등하굣길에는 '생활복'과 체육복이, 체육 시간 때는 교복과 '생활복'이, 평소에는 교복과 체육복이 구겨진 채 마구 포개져 있다.

매일 세탁하고 다려야하는 번거로움은 그렇다 쳐도, 집에 돌아와 책가방을 열었을 때 진동하는 악취는 차마 말로 표현하기도 민망하다. 그런 아이들이 한두 명도 아닌 교실 안은 어떨는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담임선생님도, 학교도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별다른 조처는 없는 것 같다. 그저 여름 한철의 일이라며 눙치려는 것일까.

천편일률적인 와이셔츠와 양복바지 스타일을 버리고, 체육복이나 '생활복'을 교복으로 삼을 수는 없을까. 체육복이 단정치 못해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면, 적어도 여름 교복만이라도 반바지 차림의 '생활복'으로 대체하면 안 되나. 학교도 인정했듯 '생활복'이 필요하다는 건, 어쩌면 여름 교복이 정작 여름철에 입고 지내기가 힘들다는 반증 아니겠는가.

아이의 '일리 있는 불만' 앞에서 두루뭉수리 넘어가려니, 영 뒤통수가 따갑다. 학부모로서 아이가 듣는 데서 담임선생님과 학교를 흉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누가 교사 아니랄까봐 교칙을 따르라며 아이의 바람을 막무가내로 무질러버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말 그대로, '아빠'와 '교사' 사이의 갈등이다.

순간 몇 해 전 학생부장 시절, 한 선배 교사가 건넨 '조언'이 떠올랐다. 학교도 변했고, 교복을 입는 '전통적인' 이유도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학교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외부에 학생다움을 드러내며, 경제력에 따른 위화감을 줄일 수 있다는 건 이미 옛말이라는 거다. 외려 교복이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공동 구매조차 한 벌에 수십 만 원짜리 브랜드 교복이 대세가 됐다. 남는 건 다분히 주관적인 '학생다움'의 필요뿐이다.

"두발과 교복 단속은 학생 생활지도를 위한 교사들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일지도 몰라. 머리가 짧고 교복을 입어야 학생답다는 지독히 오래된 편견에 기대어 아이들 앞에서 군림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두발과 교복 단속을 생활지도와 동의어로 여기는 마당에, 그것이 교육적인지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하물며 두발 검열이 사라졌으니 남은 건 교복밖에 없잖나."

○ 편집ㅣ박혜경 기자



#교복#학생 생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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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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