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일 오전 미군의 탄저균 국내 반입을 규탄하기 위해 부산미국영사관을 찾은 고창권 민주수호부산연대(왼쪽), 정한철 전교조 부산지부장(가운데),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오른쪽)이 항의서한 직접 전달을 가로막는 영사관 보안담당자에게 항의하고 있다.
 2일 오전 미군의 탄저균 국내 반입을 규탄하기 위해 부산미국영사관을 찾은 고창권 민주수호부산연대(왼쪽), 정한철 전교조 부산지부장(가운데),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오른쪽)이 항의서한 직접 전달을 가로막는 영사관 보안담당자에게 항의하고 있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2일 오전 부산진구의 한 빌딩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오산 주한미군기지에 탄저균을 반입한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한국인들과 이 빌딩에 입주한 미국영사관 경비업체의 한국인 직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것. 항의서한을 든 한국인들은 미국 영사에게 직접 전달하겠다고 했지만 보안담당자라고 밝힌 장아무개씨는 그저 자신에게 맡기라는 말만 반복했다.

영사관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장씨의 말대로라면 그 시간 미국영사관에는 미국인 직원이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았다. 영사를 비롯한 미국인 직원들은 모두 '바쁜 일'이 있어 외부에 있다고 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이 "그걸 말이라고 하냐"고 따졌지만 장씨는 "그럴 수도 있다"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내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 사람들보다 곱절은 더 많은 경찰이 주변을 에워쌌다. 고창권 민주수호부산연대 대표가 영사관 경비에 동원된 의무경찰들을 바라보며 "미군에게는 탄저균 예방접종을 시키고, 한국군에게는 예방접종도 시키지 않았다는데 억울하지도 않느냐"고 소리쳤다. 경찰은 아무 말이 없었다.

자신에게 전달하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전달할 방법이 없다는 경비직원에 막혀 항의서한은 미국 영사에게 직접 전달되지 못했다. 서한을 건네받은 보안담당자는 "잘 전달하겠다"는 짧은 말만을 남겼다.

함께 현장을 찾았던 정한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장은 "고려를 침략했던 몽골군도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이들의 답답한 마음은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발표한 성명에도 담겼다.

탄저균 국내 반입에도 속수무책 "검역주권을 찾아와야"

 2일 오전 부산미국영사관이 자리한 부산진구의 한 빌딩 앞에서 민주노총 부산본부 관계자들이 미군의 탄저균 국내 반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일 오전 부산미국영사관이 자리한 부산진구의 한 빌딩 앞에서 민주노총 부산본부 관계자들이 미군의 탄저균 국내 반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민주노총은 이날 영사관을 항의방문 하기 전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저균을 밀반입한 미국 정부를 규탄했다. 의사이기도 한 고창권 민주수호부산연대 대표는 "탄저균은 그 자체가 독으로 피부나 호흡기, 소화기 어디로 들어가든 일주일 내 증상이 발생하고 거의 다 사망한다"면서 "이러한 생화학 무기는 이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되고 그 자체가 악마의 무기"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치명적인 탄저균이 일반 국제택배로 배송되었다는 점을 두고 "운송되는 과정에서 차량 사고라도 나서, 그 탄저균에 한국 국민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노출되었다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2001년 미국에서는 일반 우편물에 탄저균을 묻혀서 배달한 '우편테러'가 발생해 우편물 배달원 등 5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미군의 탄저균을 국내에 반입하며 이용한 업체는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은 결국 불평등한 SOFA(주한미군지위협정)가 이러한 문제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주한미군 내 위험물질이 반입되더라도 우리 정부는 검역할 권리가 없다"면서 "우리 정부와 국민은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지라도 알 길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우리의 검역주권을 찾아와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권은 미국의 눈치만 살피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당당한 주권 국가답게 미국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따지고 사과를 받아내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제도개선에 나서야 될 것"이라 주문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탄저균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