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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협의를 앞두고 인상 수준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 간의 치열한 대립이 올해도 역시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동결 내지 소폭 인상을 주장하며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크며 민주노총은 시간당 임금 1만 원 수준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향상과 안정적인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주장의 골자다.

이와 같은 대립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입장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제 도입의 목적이 노동자들의 보호와 생계유지에 있다고 보고 이를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설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은 비용증가를 가져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경영유지를 어렵게 하며, 고용을 감소시키고 실업을 증가시켜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부정적인 형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에 대한 각계의 입장

경영계에서는 경제학에서의 경쟁시장이론을 바탕으로 최저임금제의 도입 혹은 최저임금의 인상이 고용 감소와 실업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위 시장균형임금 이상의 임금이 설정될 경우 기업의 노동수요가 줄어들어 고용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수요 이상으로 노동이 공급됨으로써 실업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것은 나아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이윤 몫이 줄어들 경우 투자가 위축되어 경제 성장과 고용 증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림1] 최저임금제 시행으로 인한 고용 감소 및 실업 발생
 [그림1] 최저임금제 시행으로 인한 고용 감소 및 실업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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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는 반드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나 실업 발생으로 이어진다고는 보지 않는다. 경제학의 경쟁시장이론에서는 노동시장에서 임금이 노동의 한계생산물가치(Value of marginal product of labor)와 동일한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경쟁시장이론에서는 노동시장에서 노동의 수요자인 기업과 공급자인 가계 모두 가격수용자라고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균형임금에서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의 한계생산물가치가 일치하다고도 할 수 있다.

* 노동의 한계생산물가치 : 노동의 한계생산물(marginal product of labor)이 시장에서 가지는 가치를 나타냄. 일반적으로 노동의 한계생산물에 생산물 한 단위가 가지는 시장가치(가격)를 곱해 구함. 이 때 노동의 한계생산물은 노동단위 하나가 더 투입됨에 따라 늘어나게 되는 생산물의 양을 나타냄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업이 임금을 결정할 수 있는 비대칭 권력을 가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경쟁시장이론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임금이 결정되지 않는다. 노동시장에서 임금을 결정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지는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강제함을 통해 초과 이윤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런 현실와 이론 사이의 갭은 결국 임금이 노동자의 한계생산물가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결정됨으로 최저임금의 인상은 고용 감소나 실업 발생이 아닌, 기업의 이윤 수준을 줄이고 노동자의 소득 수준은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윤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이윤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최저임금의 인상은 어떻게 적용될까? 이윤 수준이 낮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 중 일부는 임금과 노동의 한계생산물가치가 일치하는 수준과 비슷하게 임금이 설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리하여 실제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사이의 역관계에 대한 연구들은 이와 같은 이윤 수준이 낮은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Center for Economic and Policy Research(CEPR)의 Schmitt는  2013년 보고서("Why Does the Minimum Wage Have No Discernible Effect on Employment?", CEPR.) 에서 기존의 많은 연구결과들을 검토했을 때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많은 실증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연구자들마다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경쟁시장이론을 따른다고 해도 노동시장에서의 거래 단위는 노동시간인데, 고용인이 많지 않은 자영업의 경우를 예를 들면, 노동자 2명을 30시간 총 60시간 고용하는 사용자의 경우 임금이 10% 상승할 경우 노동자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이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이 경우 사용자는 고용을 줄이기보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

- 노동자의 소득향상을 통한 소비 확대 (임금주도성장이론)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를 촉진시켜 소비에서 투자로 이어지는 경제선순환 구조를 회복시키고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소비 확대는 경영계의 우려와 달리, 자영업자의 70%를 차지하는 고용없는 독립영세자영업자들의 소득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 독립영세자영업자 : 2015년 3월 현재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규모는 397만 6천 명이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61만 7천 명임. 전체 자영업자 559만 3천 명의 71.1%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로, Vosko 등과 같은 학자들은 이들 독립영세자영업자들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불안정 노동자(Precarious worker)에 포함시키기도 함.

- 소득불평등 및 빈곤 완화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향상시킴으로써 노동시장 내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킬 것이다. 이는 가계 소득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동소득의 불평등을 완화시킴으로써 가계 소득 불평등의 완화도 기대할 수 있으며,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상승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근로빈곤을 감소시켜 빈곤 완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성 정책으로서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

최저임금 인상은 여성정책으로서의 중소성도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 중 여성의 비중이 큰 현실을 고려했을 때 최저임금 인상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의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여성 빈곤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적정 최저임금의 수준은?

현재 한국의 '최저임금법'에 명시된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인데, 실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 기준들이 활용되는 구조는 매우 불분명한 것이 사실이다.

'최저임금법' 제1장 제1조는 최저임금제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것이라고 명시한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결정 기준은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가능하게 하는 수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최저생활수준(minimum standards of living)을 충족해야 하며, 단순 사회적 빈곤수준이 아니라 최소한 주 40시간 일하는 전일제 노동자가 노동력의 대가로 받는 임금으로 그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데 있어 고통과 수치심을 느끼는 않는 수준이어야 한다.

적정 최저임금 계산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미국의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에서 처음 개발된 이후 MIT에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저임금가구의 생활비용을 추산하기 위해 응용 설계한 모형(Basic Needs Budget)에 기반해 적정 최저임금의 수준을 추산하였다.

"최저생활비용 = 식료품비 + 주거비 + 보건의료비 + 양육비 + 교통비 + 조세+ 기타" 모형에 대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2014년 자료를 이용하여 가구유형별, 지출 항목별 중위수를 추출하여 합산하였으며, 각각 가구유형에 맞춘 최저임금을 보기 위해, 성인1명, 성인1명- 자녀1명, 성인1명- 자녀2명, 성인2명- 1명, 성인2명- 자녀2명 (성인은 모두 전일제 임금노종자, 자녀는 모두 만 14세 이하) 의 형태로 분류하였다.

 표1 ? 최저생활비용 구성항목
 표1 ? 최저생활비용 구성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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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출결과
전 가구유형 평균 필요한 최저임금은 9521원
출산과 양육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최저임금 수준은 7466 ~ 1만3128원 사이


일반적인 대한민국 가구 유형의 1인 가구부터 4인 가구까지 최저생활비용을 충족하는 최저임금의 평균은 9521원이다. 출산과 양육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 7466에서 1만3128원 사이의 최저임금은 지급되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 총 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기혼 여성의 45% 이상은 자녀수가 2명인 점을 고려한다면, 최소 8733원 이상은 보장되어야 사회적 재생산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표2 ? 가구유형별 최저생활비용 및 시간급 환산액, 단위: 원
 표2 ? 가구유형별 최저생활비용 및 시간급 환산액, 단위: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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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연구결과는 최소 8733원 수준 이상의 최저임금이 노동자들의 경제활동 참가를 통한 생계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임금 주도 성장을 통한 경제선순환 구조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www.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경제#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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