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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지역 ‘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된 울산시민학교. 이곳에는 올해 80명이 학력인정 과정을 밟고 있다
 울산지역 ‘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된 울산시민학교. 이곳에는 올해 80명이 학력인정 과정을 밟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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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시를 거치지 않고도 초등학교 학력 인정을 받는 길이 열렸다.

지난 201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초등교육을 배워야 할 잠재 수요자는 192만여명(5.2%)에 이르고, 중학교 교육 잠재수요자는 385만여명(10.5%)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 수요자들은 50~70년대 산업화 시절,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생업에 종사하느라 배움의 기회를 놓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고령으로 학습능력이 못미쳐 검정고시 응시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관련기사: 칠순 넘은 노인, 검정고시 합격... "하루 3시간 자요")

하지만 이제 국가기관에서 지정한 문해교육기관에서 3년간 이수하면 초등학교 졸업 인정을 해 주는 것. 초등학력을 지니지 못한 만 18세 이상 성인이 그 대상으로, 이들은 1단계 1년, 2단계 1년, 3단계 1년 등 3년 동안 모두 640시간을 이수하면 해당 시·도교육감 명의의 초등학교 졸업 인정서가 수여된다.

3년간 1~3단계 640시간 이수하면 초등학력 인정

현재 서울, 경기, 충청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이 제도를 운영중이며 울산에서도 올해부터 문해교육 울산지역 거점기관인 울산시민학교(교장 김동영)를 비롯해 울산푸른학교(교장 이하형) 등 두 곳이 지정됐다. 울산에는 초등학력이 없는 사람이 6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울산시교육청은 교육청 산하 중부도서관과 남부도서관 두 곳에서 지난해부터 1단계를 시범 운영했고 올해부터는 동부도서관과 울주군도서관 등 지역 4개 공공도서관으로 확대했다. 올해부터 민간 문해교육기관에도 이 제도를 확대한 것.

울산시민학교 김동영 교장은 "그동안 고령의 학습자들이 뒤늦게 배움에 열중하면서도 막상 학습능력이 달려 검정고시에 응시할 엄두를 못내면서 응시률이 낮았다"며 "이제 검정고시를 거치지 않아도 학력 취득의 기회가 생겨 비문해자들에게 성취감과 행복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졸업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지정 문해기관에서 3년간 3단계, 모두 64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 재량활동, 특별활동이며 국어의 수업 시간이 평균 67%로 가장 높다.

수업 1단계는 초등학교 1~2학년 과정을 배우며 주 2회 4시간 모두 160시간을, 2단계는 3~4학년 과정을 주 3회 6시간 모두 240시간의 수업을, 5~6학년 과정의 3단계는 2단계와 같은 240시간이다.

2007년 평생교육법 전면 개정으로 학력인정제 제도화 틀 만들어

우리나라는 이미 고학력 시대에 돌입했지만 국민 구성원 중 5% 이상은 여전히 초등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통계로 나왔다. 일제 치하와 6·25전쟁, 산업화 과정 등을 거치며 초등학교를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것. 그동안 야학을 거쳐 문해교육기관에서 이들의 교육을 담당해오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이들 비문해자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의 문해기관을 선정해 일정의 예산을 지원해 왔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을 통해 지원되는 예산은 2006년 전국 178개 문해기관에 13억 7500만 원이던 것이 2013년 261개 기관 19억 5000만 원으로 소폭 늘었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7년 평생교육법의 전면 개정으로 문해교육에 대한 지원, 학력인정, 지자체의 지원 의무화 등으로 제도화 틀을 만들었던 것.

하지만 그 후에도 몇 년의 기간을 거친 후 지난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전국 시도에 문해거점기관을 중심으로 학력인정 기관이 지정되기 시작했다. 결국 울산도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올해부터 초등학력 인정제를 시행하게 된 것.

현재 울산시민학교에는 80명이, 울산푸른학교에는 30명이 초등학력 인정을 받기 위해 문자해득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력 인정을 받으려는 뜻이 있으면 언제든 신청할 수 있다.


#초등학력 인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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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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