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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경남도 학생들에게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고 그 예산으로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홍준표 도지사는 2014년 11월 4일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경남도교육청이 무상급식비에 대한 감사를 거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무상급식 보조금에 대한 재정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관련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이는 무상급식 사업의 가치와 실효성,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모두를 무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5년 3월 9일, 홍준표 도지사가 이미 공언한 대로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20일부터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힘으로써 당장 내달부터 경남도 학생들에게 급식비 지원이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경남도 학부모들과 교육시민단체들이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홍준표 도지사의 결심을 바꾸긴 어려워 보인다.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가 보편적 복지인 급식 지원보다 우선이라는 그의 확고한 신념 탓이다.

그러나 경남도에서 추진하려 하는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경남도교육청의 교육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 홍준표 도지사가 무상급식 지원 중단과 교육지원사업을 시행하기에 앞서 교육의 주체인 경남도교육청과 경남도 학부모들의 의견수렴을 하지 않은 것도,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무상급식 중단, 무엇이 문제인가?

무상급식은 무상보육과 더불어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고자 하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상급식을 '공짜' 급식이라고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상급식은 '국민이 낸 세금을 재원으로 시행하는 교육복지 서비스' 중에 하나일 뿐이다. '무상'이란 서비스가 제공될 당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명한 것이지 공짜로 누리는 혜택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국민이 낸 세금이 국민 모두에게 복지 혜택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국가는 국민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인간적인 존엄성을 보장하고 보편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보편적 복지를 시행해 나가는 것이 어렵더라도 궁극적으로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무상급식 중단은 이런 방향성에 역행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선별적 복지는 적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장애인, 빈곤층 등의 저소득층에 대한 시혜적, 차별적 지원이라는 측면을 갖는다. 또한 일부 계층에 국한된 복지정책은 소외된 계층에 대한 불만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을 막기 어렵다. 내가 가난해서 국가의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당연한 권리를 누린다는 인식과 국민 모두가 인간다움을 보장받을 수 있는 복지정책은 국민적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자원 배분의 관점에서도 세금 납부자와 복지 수혜의 대상자를 일치시키는 것 즉, 내가 낸 세금이 나에게 복지 혜택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야만 부족한 국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를 논의할 분위기를 형성할 수도 있다.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이념을 내세우기보다 무엇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행복한 삶을 가져올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때다. 무상급식은 단순히 공짜 급식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동등한 교육적 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 아이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기회를 가질 때 비로소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핀란드의 교육 모델을 세운 에르키 아호는 2012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인적자원을 길러내는 교육은 우리 사회에 핵심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므로 부모들의 경제적 형편에 의해서 학생들의 교육받을 기회나 조건이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부모의 돈이 아이들의 장래를 결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모두에게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핀란드인들의 기본적인 합의사항이다. 교육은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한겨레신문 2012년 3월 25일자 '교육은 배움과 돌봄, 경쟁 줄이는 방향으로 개혁을').


#무상급식 #보편적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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