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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 겉표지
<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겉표지 ⓒ 엘릭시르
아무도 들어올 수 없고, 나갈 수도 없는 곳에 여러 명의 남녀가 모였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한 명씩 살해당한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떠올릴 것이다. 이 작품에서 무인도에 놀러온(?) 다양한 직업의 남녀들은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이라는 동요의 가사에 맞춰서 한 명씩 살해당한다.

어찌보면 이것은 일종의 '예고 살인'과 같다. 살인을 예고할 수 있다면 피할 수도 있다. 동요의 가사에 따라 살인 사건이 발생하니까, 그 부분에 언급되는 내용만 조심하면 살인을 피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작품에서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다보면, 폐쇄된 장소에서 달아날 수도 없는 사람들이,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모습이 느껴진다.

선박 여행을 위해 모인 7명의 남녀

나쓰키 시즈코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뛰어넘는 작품, 또는 패러디한 작품을 만들려고 마음을 먹었던 모양이다. 나쓰키 시즈코의 1988년 작품 <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는 우선 제목에서부터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연상하게 만든다.

설정도 비슷하다. 서로 알지 못하는 7명의 남녀가 호화로운 요트에 초대받는다. 각종 음식 재료와 술이 풍부한 그곳에서 일주일간 선박 여행을 하게 된다. 반면 이들 중 아무도 누가 진짜 초청자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단지 초대장을 받고 요트여행에 동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요트는 밀실로 변한다. 생각해보면 '선박' 만큼 밀실이 되기에 적당한 곳도 없다. 일단 바다로 나가고 나면 아무도 들어올 수 없고 나갈 수 없다. 스스로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지 않는 이상. 모두 모인 첫 날, 배 안의 스피커에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죄상을 폭로하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이들은 각자 어떤 이유로 인해서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메시지는 미리 누군가가 녹음해둔 것이다.

이제 연속 살인이 시작된다. 갇힌 공간인 배 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한 명씩 죽음을 맞는다. 목이 졸려서 죽는 사람도 있고, 머리에 둔기를 맞아서 죽는 사람도 있다. 약물 중독처럼 보이는 죽음을 맞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서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누가 범인일까? 그리고 누가 마지막에 남을까?

애거사 크리스티에게 보내는 오마주

굳이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설정 자체가 상당히 흥미롭다. 누군가가 공짜로 호화로운 요트 여행에 자신을 일주일간 초대한다. 시간적인 여유가 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참가해보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초대한 사람이 누군지 정확히 모르더라도, 그 일주일간 정말 여유로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혹시 모르지 않나. 그 안에서 어떤 로맨스가 생겨날 수 있을지.

<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에서 그 일주일은 악몽으로 변한다.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가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의심한다. 그것도 살인자라고 의심한다. 그 의심에서 벗어날 방법은 별로 없다. 말로 해명할 수도 없고 경찰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자신이 마지막에 혼자 살아남는다면 그거야말로 자신이 살인자라고 누명을 쓰게 되는 상황이다.

작가 나쓰키 시즈코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뛰어넘으려고 했는지, 아니면 그냥 패러디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도 애거사 크리스티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그 안의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고.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애거사 크리스티와 비슷하다고, 대신에 결말은 더 의외라고. 무인도건 선박이건, 어딘가에 갇힌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 나쓰키 시즈코 지음 / 추지나 옮김. 엘릭시르 펴냄.



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

나쓰키 시즈코 지음, 추지나 옮김, 엘릭시르(2015)


#그리고누군가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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