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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이 확산시켜"  마크 리퍼트 미국대사의 아버지인 짐 리퍼트가 현지 언론인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이처럼 빠르게 확산된 것은 한국언론이 매우 비중있게 보도했기 때문(One of the reasons, Mark told us, that this spread so quickly was because the event was being pretty heavily covered by the press in South Korea," Jim Lippert said.)"이라고 말했다.
"한국언론이 확산시켜" 마크 리퍼트 미국대사의 아버지인 짐 리퍼트가 현지 언론인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이처럼 빠르게 확산된 것은 한국언론이 매우 비중있게 보도했기 때문(One of the reasons, Mark told us, that this spread so quickly was because the event was being pretty heavily covered by the press in South Korea," Jim Lippert said.)"이라고 말했다. ⓒ 신시내티 인콰이어러 갈무리

[기사수정] 9일 오후 1시 25분

"아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이처럼 빠르게 확산된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언론에서 매우 비중있게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 짐 리퍼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아버지인 짐 리퍼트가 미국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지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 언론(the press in South Korea)'을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해당 기사는 현지시간으로 5일 오후 2시 반에 게재됐다. 한국시간으로 6일(금) 오전 시간, 조간신문에는 하루 뒤인 7일(토)자에 반영될 수 있었을 것이나 이와 같은 내용을 보도한 언론은 없다.

리퍼트 미국대사의 부모가 처음 사건 소식을 들은 것은 피자를 가지러 밖으로 나갔을 때 며느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이 보도에 따르면, 그들은 다른 세 딸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소식을 전한 뒤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TV를 틀자 현지 방송에서는 이미 한국에서 발생한 사건이 보도되고 있었다. 이처럼 사건이 빠르게 확산된 것과 관련해 아버지 짐 리퍼트는 아들 얘기를 빌어서 한국언론을 언급한 것이다.

외교관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피습 당한 사건은 충격적이다. 리퍼트는 한국 언론에서 '동맹'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 미국대사이기에 언론의 관심이 매우 큰 상황이다. 미국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종북테러' 등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한국 언론과는 대조적으로 사건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다.

'종북'과 '배후세력'에 집중하는 한국언론, 자신있나?

당정청 그리고 보수언론 한 목소리 '종북세력' 단정 <한겨레> 3월 7일자
당정청 그리고 보수언론 한 목소리 '종북세력' 단정<한겨레> 3월 7일자 ⓒ 한겨레pdf

사건 뉴스의 하나로 보도하는 미국언론과 대조적으로 한국언론의 보도방향은 이해하기 어렵다. 3월 6일자 <조선일보> 헤드라인 제목은 '한미동맹 찌른 종북테러'였다. 이튿날인 7일자 헤드라인 제목 역시 '종북세력 개입했나, 집중수사'였다. 다른 언론도 유사했다. '종북'과 '테러'가 이 사건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부상됐다.

미국에서조차 '테러'라고 규정하지 않고 공격, 폭력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테러'라고 규정하는 것의 '배후'가 오히려 궁금할 정도다. 한국의 대통령은 수도 서울이 백주대낮에 '테러'가 발생하는 곳임을 만천하에 인정했다. 그 대상도 주한 외교관이다. 그 경호실패, 치안실패에 대한 책임이 뒤따를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는가.

<조선>은 6일자 단정적인 제목의 보도가 부담스러웠는지 이튿날 '종북세력 개입했나'라며 한 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수언론의 보도는 향후 더욱 조심스럽게 후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자가 외국 대사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사당국과 한국언론만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지속적인 종북몰이에 제한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3월 6일자 관련 뉴스를 보도한 <뉴욕타임스>의 제목은 '마크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인물은 단독으로 범행했다(South Korea Says Attacker of U.S. Ambassador, Mark Lippert, Acted Alone)' 였다. 기사 내용에는 한국 정부가 김기종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배후세력'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9년 전 나와 같아'... 2006년 당시엔 '경호' 비판

박 대통령 "배후 철저 조사" <SBS>3월 7일자 뉴스
박 대통령 "배후 철저 조사"3월 7일자 뉴스 ⓒ sbs갈무리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수위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사건 발생 직후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백주대낮에 미국 대사가 테러를 당했다는 것은 우리 국민과 정부에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어떤 목적에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단독으로 했는지 배후가 있는지 모든 것을 철저히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대통령에 의한 또 다른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이 일 전망이다. '배후세력'을 직접 언급한 이도 대통령이다. 이어 박 대통령은 리퍼트 대사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5일 저녁 리퍼트 대사와 통화하면서 박 대통령은 "몇 년 전 비슷한 경험을 한 입장에서 (마크) 리퍼트 대사가 얼마나 힘들지 이해가 된다"며 위로했다.

지난 2006년 5월 20일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맞아 신촌에서 유세를 하다가 '커터 칼' 습격을 받았다. 사용도구와 피해부위가 매우 유사하다. 수술을 한 병원이 세브란스란 점도 동일하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경호'를 둘러싼 언론의 문제제기 유무이다.

2006년 언론에서는 '도대체 제1야당 대표 경호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당시에는 경호 인력이 배치돼 있었지만 박 대표가 지지자들과 악수하기 위해 잠시 옆으로 이동한 찰나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호를 어떻게 했기에'라는 언론의 비판이 제기됐다.

리퍼트 미국대사의 경우는 어떠한가. 행사장 외곽에 경찰병력이 배치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국무부도 6일(현지시간) "리퍼트 대사에 대한 경호는 적절했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나. 대통령의 주장처럼 그가 '테러'를 당한 것이라면 결과적으로 테러를 막지 못한, 경호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테러' 운운하는 것은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상황이다. 

'테러'를 예방하지 못한 정부의 '테러' 강조... 비이성적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도 '테러'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이 사건을 '테러', '배후세력' 운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 '테러'라면 그것을 막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텐데 '테러'를 언급하는 대통령의 말투에서는 확신이 느껴질 정도다.

리퍼트 미국대사의 아버지인 짐 리퍼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이 확대된 이유 중 하나로 아들의 입을 빌어 '한국언론'을 언급했다. 그가 보기에도 뜨겁게 달아오른 한국언론이 실은 '종북'과 '테러'로 도배가 되고 있는 것을 안다면 그는 어떤 생각이 들지 의문이다.


#리퍼트#신시내티#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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