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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값'은 한 끼 식사값을 말 할 수도 있지만 할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 이기도 합니다.
 '밥값'은 한 끼 식사값을 말 할 수도 있지만 할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 이기도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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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오늘 밥값 했소?'하고 묻는다면 '네'라고 답할 자신이 있습니까? '밥값'은 다의어입니다. 아주 간단하게는 한 끼 식사 값을 말할 겁니다. '해야 할 역할'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밥값을 했다는 건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답일 겁니다. 역할은 노릇이고, 구실이고, 도리입니다. 남편은 남편으로서의 구실이 있고, 아버지나 선생은 아버지나 선생으로서 해야 할 노릇이 있습니다. 제자나 자식으로서 해야 할 도리도 있습니다.

종교인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종교지도자로서 해야 할 역할과 노릇, 구실과 도리가 있으니 무엇을 하고 있건 간에 각자의 입장에서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 때, 누군가가 '오늘 밥값 했소?'하고 묻는 질문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네'하고 답할 수 있을 겁니다.

스님 열여덟 분이 내놓은 밥값 <밥값 했는가>

 <밥값 했는가> (지은이 도원스님 외 17명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5년 2월 13일 / 값 1만 2000원)
 <밥값 했는가> (지은이 도원스님 외 17명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5년 2월 13일 / 값 1만 20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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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분 스님이 밥값으로 <밥값 했는가>(지은이 도원스님 외 17명 / 펴낸곳 불광출판사)를 내놨습니다.

책값을 어림해 봤습니다. 역할(노릇, 구실, 도리)로는 계산할 수가 없어 아주 단순하게 열여덟 분이 수행자로 살면서 드셨을 밥값으로만 계산해 봤습니다.

스님 열여덟 분의 출가수행 기간을 총잡아 어림해 보니 대략 850년쯤 됩니다. 도원 스님 74년, 성타 스님 63년, 월주 스님 69년…, 출가수행 기간이 제일 짧은 연광 스님께서도 23년이나 됩니다.

스님들께서 출가 수행자로 산 850년을 날로 계산하기 위해 1년 365일로 환산해보니 310250일(日)이 됩니다. 310250일 동안 드셨을 삼시 세끼를 계산하니 930750끼가 되고, 한 끼 밥값을 5000원 정도로 어림해 계산해 보니 무려 46억 원이 넘는 거액이 됩니다.   

수행하는 사람이 왜 '먹는 타령'을 할까 싶지만 , 이는 수행을 오래 하다 보면 그만큼 단순해진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예요. 어른이 먹는 타령이나 하면 철이 안 들었다고 핀잔을 주겠지만 어린아이가 먹는 타령할 경우엔 그렇게 나무라지 않는 법입니다. -<밥값 했는가> 153쪽-

잘못된 말 한마디가 때론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 화살과 독이 됩니다. 고통과 분노, 미움과 원망의 씨앗이 됩니다. 그러니 말 한마디라도 조심해서 해야 합니다. 나 자신도 남들도, 있는 그대로 보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바른 수행의 길이며 불자의 길입니다. -<밥값 했는가> 167쪽-

책 맛도 어림해 봤습니다. 열여덟 분 스님이 차려 낸 밥상은 18첩 산해진미 진수성찬입니다. 18개 그릇에 18가지 맛으로 담긴 18가지 음식 입니다. 법랍이 제일 오래되신 도원 스님께는 "시간이 나는 대로, 단 5분이라도 '이 뭣고'하고 생각해 보라"는 가르침을 차리셨고, 법랍이 가장 짧으신 연광 스님께서는 '베푸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마음을 여는 배워야만 큰 일이 생겼을 때 수습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는 푸짐한 밥값으로 차렸습니다.

 열여덟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18개 그릇에 담겨 18가지 맛을 내는 18가지 음식입니다.
 열여덟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18개 그릇에 담겨 18가지 맛을 내는 18가지 음식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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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훈 스님께서 들려주시는 '관음증'이라는 용어의 유래에서는 진정성과 희생정신을 음미하게 되고, 대원 스님께서 들려주시는 '밥 한 그릇도 못 먹고 쫓겨 난 어느 스님 이야기'에서는 '실천'이 가장 큰 덕목이라는 것 다시금 깨닫게 될 것입니다.

열여덟 분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각양각색입니다. 당신께서 경험한 신행담도 있고, 부처님 말씀도 있고, 책과 구전을 넘나드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열여덟 분 스님들께서 "자네 밥값 했는가?"하고 물으며 차려놓으신 듯한 <밥값 했는가>(지은이 도원스님 외 17명, 펴낸곳 불광출판사)에는 850년쯤은 묵었을 법한 묵은지 같은 전설의 맛도 담겨있고, 46억 원이 훨씬 넘을 것 같은 삶의 지혜, 행복해 지는 비법들을 맛나게 읽을 수 있는 글맛들도 담겨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밥값 했는가> (지은이 도원 스님 외 17명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5년 2월 13일 / 값 1만 2000원)



밥값 했는가 - 우리 시대 스승 열여덟 분의 가슴팍을 파고드는 절절한 가르침

도원 스님 외 18명 지음, 불광출판사(2015)


#밥값 했는가#도원 스님#혜총 스님#주경 스님#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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