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스레 빨리 찾아온 추위에 온 세상이 얼어 붙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시 만덕동에 위치한 만덕 5지구 개발을 둘러싸고 주민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아래 LH)의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만덕5 지구지정 해제'와 더불어 만덕 5지구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도 진행 중이다(
관련 기사 : 만덕5지구 주민공동체 김미경씨와 만나다).
현재 만덕5지구에 거주하는 주민(보상 거부 주민 포함)들은 종일 쿵쾅거리는 소음 속에서 살고 있다. 주민 김미경(37, 만덕주민공동체)씨가 말했다.
"얼마 전 5지구 빈집을 철거하는 과정에 불이나서 119가 와서 불을 껐습니다. 철거 과정에서 기름통이 쏟아졌다고 하는데, 온갖 잡동사니들이 불에 그을린 모습이었습니다. 계속 망치로 두들기고 깨고, 부수고... 작업하는 사람들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갓난 아기(태명 만덕이)와 행복을 나눠야 할 때 가슴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갑니다. 진짜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6년 가까이 진행된 지리한 소송은 올해를 넘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만덕5지구 강제 철거 공사 중지 가처분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받고 있다. LH 부산울산지역본부의 정문과 후문, 그리고 부산 북구 만덕 지하철역 앞에서 매일 1시간씩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만덕5지구 강제 철거 규탄 및 면담을 요구하는 1인 시위다.
만덕 주민공동체의 겨울나기 준비지난 28일 만덕공동체의 만덕 사랑방에는 약 서른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강제철거 속에서 지친 주민들의 마음은 날씨만큼 얼어 붙어있었다. 만덕 사랑방에서 언 마음을 녹이고, 혼자 생활하시는 어르신들과 나눠 먹을 김장을 함께 하기로 한 날이다. 배추와 무를 보내온 사람, 양념을 보내온 사람, 만원, 이만원 현금을 보내온 사람 등의 후원으로 이 날 김장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김미경씨가 덧붙여 말했습니다.
"대다수가 칠팔십대 어른신들이라 아직 이주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에 놓여 있습니다. 강제 철거는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습니다.오늘은 참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많은 분이 한걸음에 달려와서 내 일처럼 해 주셨습니다. 시간이 안 맞고 연말이라 선약이 있어 못 오신 분들도 마음으로 함께 해 줬습니다. '내 집에 살겠다'라는 우리 주민들에게 응원과 후원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대추나무골 만덕사랑방은 너무나 든든하고 힘이 됩니다."철거는 마을의 중심부로 서서히 좁혀오고 있다. 동네는 산산이 부서지고 있지만 이들은 함께 김장도 하고, 혼자 사시는 어르신을 찾아가 서로 안부를 확인하며 마을을 살리려고 노력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28일 만덕 주민 공동체에서 김장 김치와 수육 먹으러 갔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