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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승희 강원랜드 신임 사장. 사진은 2014년 4월 11일 중국 베이징(北京)대에서 열린 한·중 국가개혁을 위한 대토론회 당시.
 함승희 강원랜드 신임 사장. 사진은 2014년 4월 11일 중국 베이징(北京)대에서 열린 한·중 국가개혁을 위한 대토론회 당시.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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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추적에 탁월했던 특수통 검사에서 이회창 후보 저격수로, 다시 친박근혜계 인사로 변신을 거듭했던 함승희 전 의원이 지난 13일 강원랜드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함 사장은 "강원랜드의 적폐를 개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국가 공인 도박장'의 수장으로 대선을 도운 친박계 인사가 발탁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굵직한 권력형 비리 사건 수수로 이름 날린 특수통

강원 양양 출신인 함 사장은 1980년 사법고시(22회)에 합격해 검사가 된 후 서울지검·수원지검 특수부 및 대검찰청 연구관을 지내면서 정치 입문 전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1982년 초임 검사 시절부터 특수부 근무를 시작해 권력형 방산비리인 율곡 사건 등 굵직한 비리사건을 수사했다.

특히 김영삼 정부 초기인 1993년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연루된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수사를 통해 노태우,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실체를 파헤쳤다. 수사는 외압 논란 속에 흐지부지 끝나버렸지만 당시 노태우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의원 등 노태우 정권의 핵심 실세들을 사법처리하기도 했다.

함 사장은 조직폭력배 수사로도 이름을 날렸다.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시절 1년 사이 280명을 구속하며 '최단기간 최다범법자 구속' 기록을 수립해 2001년 '한국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당시 함승희 검사 방에는 두 발로 들어갔다가 네 발로 나온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자백을 받기 위해 강압적 수사도 마다 않던 구시대 검사였다는 평가도 있다. 

이밖에 1990년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시절, 호화 외제 의류 밀수사범을 수사하다가 당시로서는 고가였던 수십만 원짜리 수입 팬티를 사 입은 집권층 부인들을 적발해 망신을 주기도 했다.

검사복 벗고 정치인 변신... 2002년엔 이회창 저격수로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검사복을 벗은 그는 2000년 1월 새천년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에 입당한 뒤 16대 총선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2002년 대선 국면에서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은폐의혹과 안기부 예산횡령 사건 진상규명과 관련해 '저격수'로 활약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공을 세웠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과 이어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당시 집권세력과는 완전히 등을 돌렸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이 어지럽게 이합집산을 하던 당시 범여권 차원의 재통합이 시작되자 함 사장은 민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 탈당 당시 "배신과 변절을 거듭하는 이들에게는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철학이나 소신, 의리, 책임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해보나하는 생각밖에 없어 보인다"라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하지만 그는 탈당 2주 만에 옷을 갈아입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기필코 무능한 좌파 정권의 집권연장 획책을 저지하고 자유민주세력이 집권해야 한다"라며 '박근혜 캠프'에 합류하면서 철세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박 후보의 측근이었던 김기춘 현 청와대 비서실장은 함 사장의 박근혜 캠프 합류에 "함 의원은 능력과 국가관, 인품이 탁월해서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라고 추켜올렸다. 그만큼 정치권에서 그는 권력지향적이고 여야를 막론하고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민주당 탈당 후 박근혜 지지... 친박계로 변신

함 사장은 대선 후 한나라당 친이계의 '공천학살'로 탈당한 친박 인사들이 급조한 친박연대에 합류해 공천심사위원장과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친박연대 후보로 노원갑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검찰 출신 정치인으로 변신을 거듭해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도 연구 모임인 '포럼 오래'를 운영하면서 전문가들과 함께 국정 아젠다를 발굴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을 물밑에서 지원해왔다.

대표적 친박 인사인 그의 강원랜드 사장 임명을 놓고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얼마 전 끝난 국정감사에서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밝힌 대로 박근혜 정부는 한국전통문화대학 총장 자리까지도 청와대에서 직접 챙길 정도라는 게 드러났다. 그러니 공기업 중 노른자 자리로 꼽히는 강원랜드 사장을 뽑으면서 청와대의 의중이 실리지 않았을 리 없다. 

함 사장은 낙하산이라는 비판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14일 보도된 <강원일보> 인터뷰에서 "내 나이는 새로운 벼슬, 자리를 탐할 나이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대표를 맡은 것은 강원도 출신으로서 (강원랜드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낙하산 논란 억울하다고 하지만... 3년 임기 지킬까

그러면서 함 사장은 "대통령 선거를 도와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이라면 내가 그동안 주장해온 연고주의 철폐와 배치되는 것이다. 보상 차원이라면 이 자리를 안 맡았을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보은을 운운한다면 불쾌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원랜드 노조 등 지역사회에서는 함 사장이 정치권 복귀 발판으로 강원랜드 사장 자리를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함 사장은 "모처럼 고향인 강원도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라며 임기 내 선거 불출마를 약속했지만 과연 그가 3년간의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함승희#강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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