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상가세입자들이 국회 앞에서 죄수복을 입고 족쇄를 차는 퍼포먼스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이하 '맘상모')이 주최했다. 이들은 권리금으로 인한 상가세입자들의 피해를 알리고 여당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위해 이와 같은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시위의 취지와 요구사항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맘상모' 상임감사 엄홍섭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엄홍섭 씨는 신논현역 부근 상가건물의 세입자이며, 건물주 측에게 상가건물에서 가게를 빼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이다.
-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저는 30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임 후에 카페를 차려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게를 오픈하는데는 1억8천만 원의 권리금과 1억원의 인테리어 비용이 들었습니다. 그 중에 일부는 대출을 받아서 충당하였습니다. 계약 당시 건물주는 재건축을 하지 않을 것이니 5년이고 10년이고 열심히 일을 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2년이 채 못된 시기에 재건축을 이유로 가게를 빼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권리금을 마련하기 위해 융자를 받은 것도 채 갚지 못한 상태입니다. 여기 건물에 입주해서 장사를 하고 있는 10개의 가게 중 9개가 3년 미만이고요. 6개 가게가 2년 미만입니다. 제일 안타까운 사정이 있는 분은 젊은 부부인데 5억을 주고 건물에 들어왔는데 그 중에 4억이 권리금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픈한지 불과 한 달 만에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4억을 그대로 뺏긴 것이지만 소송에서도 져서 권리금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올 연말까지 장사를 하게 해달라고 읍소를 해서 1월 5일까지 가게를 빼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시 3억을 배상하겠다는 각서에 도장을 찍기 직전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금년 8월에 최종 판결을 받아서 패소를 한 상태입니다. 언제든지 강제집행을 할 수 있으니 나가라고 종용을 받고 있습니다."
- 그 상황을 보면 정말 말도 안 되고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법에 허점이 있는 거네요. "그렇죠. 9개월 만에 쫓겨나는 사람, 1년 7개월 만에 쫓겨나는 사람 사정은 다양한데, 건물주 입장에서는 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당연히 주지 않죠. 임차인 입장에서는 재건축 안 한다는 약속을 믿고 들어왔습니다.
가게를 2년 하고 말려고 혹은 몇 달 하고 말려고 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돈 한 푼 못 받고 쫓겨나는데도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이죠.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사기를 맞은 것 같은데, 현행법에서는 권리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게 되어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죠."
- 이번에 여당에서 관련법 개정안을 냈잖아요.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법이죠. 그런데 이 법에 대해서 상인들이 반대하고 나섰단 말이에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죠?"이제껏 권리금이란 것이 법적으로 회자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피해사례가 늘다보니 그것이 정치권으로 들어가서 이번에 개정안에서는 법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게 한 것이죠. 그 점은 고무적이고 개정 취지에 찬성합니다. 그러나 전체 임차상인의 피해사례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재건축으로 인한 피해거든요. 그런데 이 법에는 그 부분이 없는 개정안입니다. 커다란 구멍이 뚫린 그물로 고기를 잡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도 세입자를 내쫓을 때 임대료 폭탄을 떨어뜨리거나 저항을 하는 세입자들에게 재건축을 이유로 내쫓은 다음에 재건축을 하지 않는 사례가 많거든요. 이 법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앞으로 재건축을 이유로 쫓겨나는 세입자 사례가 더 늘어나겠죠. 또 하나 문제는 건물을 비영리로 1년간 운영할 경우 세입자를 내쫓고 권리금을 약탈할 수 있는 빌미를 남겨는 두는 것이거든요.
만약에 권리금이 1년간 받을 임차소득보다 많다고 계산이 떨어진다면 세입자를 내쫓고 그 안에 보수단체를 불러들여 사무실로 사용하게 하다가 1년 후에 다시 상가건물로 이용을 하면 권리금을 또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은 이번 개정안에 신설된 조항입니다. 재건축이라는 구멍을 만든 것도 모자라 이런 식으로 구멍을 뚫어 놓고 보호법이라고 내놓으면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죠.
또 현재 법에는 5년간 임차를 보장하고 있거든요. 5년이 지나면 내쫓을 수 있다는 것이죠. 유럽 등지에서는 14년~30년, 일본의 경우는 무제한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5년 정도 해야 이제 자리를 잡는데 겨우 자리 잡자마자 나가라고 하는 것은 정말 부당한 것이죠."
- 만약에 이 법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이십니까?"개정된 순간부터 다시 상가법 개정운동을 벌일 것입니다. 이것은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싸워나갈 생각입니다. 그동안 상인들이 너무나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어서 힘이 모이지 못했습니다. 지금에라도 맘상모의 활동을 중심으로 상인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내보려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한국뉴스투데이에 동시기재합니다. 팟캐스트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에 인터뷰 전문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