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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자료사진, 2014년 8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자료사진, 2014년 8월) ⓒ 이희훈

지난 2012년 2월 부대에 배치된 지 19일 만에 뇌출혈로 쓰려져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한 병사가 1년 7개월 만에 의식을 되찾아 당시 선임들의 구타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당초 군 당국은 이 병사가 선천적인 혈관 이상으로 쓰려졌다고 발표한 바 있어 군과 피해자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군 당국에 따르면 육군 15사단 소속 구아무개 이병은 2012년 2월 18일 부대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이후 지난해 9월까지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다 1년 7개월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 9월에는 말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구 이병은 자신이 선임병들로부터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취사 지원이 끝난 후 선임병 7명이 자신을 생활관에서 300m 떨어진 창고 뒤쪽 한적한 곳으로 불러내 각목으로 뒷머리를 구타했다는 것.

구 이병은 사고 당시 상황과 자신을 구타한 선임병들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 이병이 쓰러진 다음 날 헌병대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구 이병이 당일 오전 7시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마치고 취사 지원을 나갔다가 생활관으로 복귀한 후, 오후 1시쯤 오락실에서 동료 병사와 함께 게임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후 별다른 징후를 보이지 않다가 구 이병이 갑자기 의식이 혼미해지면서 쓰러진 것으로 돼 있다.

구 이병 가족, 사고 직후 구타 의혹 제기... 국방부 "폭행 흔적 없었다"

당시 헌병대 보고서는 구 이병이 쓰러진 이유를 '뇌동정맥 기형에 의한 뇌출혈'로 적시했다. 뇌동정맥 기형은 일종의 혈관 기형으로 선천적인 발달이상이다.

구 이병의 가족들은 군이 구타사건을 은폐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족들은 사고 직후 구 이병 머리 뒤쪽 외상을 발견하고 구타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지만 군은 단순히 '욕창'이라고 할 뿐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에 춘천 한림대성심병원에서 실시한 정밀검사 결과, 담당 의사는 두부에 폭행한 외상 흔적이 없다는 소견을 밝혔다"면서 "MRI 촬영 등 정밀검사 결과 '뇌동정맥기형', 즉 선천적으로 좁아져 있는 뇌혈관으로 인해 뇌압 상승으로 혈관이 파열돼서 뇌출혈이 있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사건 당시 뒷머리 외상에 대한 보고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해보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수사를 맡았던 헌병대 조사관들이 당시에 나왔던 조사 내용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한 번 더 확인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선임병들은 구타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구 이병 측을 무고죄로 맞고소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대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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