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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6일 오후 3시 13분]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입을 열었다. 홍준표 지사가 "감사 없이 예산 없다"며 내년도 무상급식(식품비) 지원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박 교육감은 6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급식, 도민들과 함께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지난 3일부터 28일까지 90개 일선학교에 대해 '2012, 2013년 무상급식 특정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경남도교육청이 월권행위라며 거부했고, 경남도는 감사를 보류했다.

2010년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의 협약에 따라 무상급식 예산은 경남도 30%, 경남도교육청 30%, 18개 시·군청 40%의 비율로 부담해 왔고, 올해 경남도는 25% 정도를 부담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감사 없이 예산 없다'며 내년도 무상급식 식품비 분담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6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급식, 도민들과 함께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감사 없이 예산 없다'며 내년도 무상급식 식품비 분담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6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급식, 도민들과 함께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 윤성효

그동안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박 교육감은 시민사회, 종교계, 교육원로 등을 통해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교육감은 회견문을 통해 "경남도의 감사는 급식지원 중단을 위한 핑계였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교육자치, 지방자치에 대한 겁박, 도민을 무시하는 독선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 "농산어민의 피해가 커지고 지역경제의 위축이 우려된다", "교육청의 예산으로 내년 3월까지는 버틸 수 있다", "학교급식 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학교급식비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법정전입금 확보 입법 활동을 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 병행해 나갈 것"이라며 "교육청 안에 '학교급식 되살리기 비상대책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여론조사와 홍보물 제작, 학부모와 도민과의 소통 창구 마련 등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육감은 "홍준표 지사가 준 고통의 과제를 도민들과 함께 풀어가겠다"며 가장 무거운 짐은 제가 감당하겠고, 학교급식을 지키는 길에 도민 여러분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2월에 경남도와 '확대 합의'... 10월에도 공문받아"

모두 발언에서 박 교육감은 "한 마디로 부담이고, 어제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제가 내놓을 카드가 많지 않다"며 "새벽에는 홍준표 지사를 만나는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그는 "홍 지사는 타협을 못하고 불같은 성정도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따뜻함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학교급식에 대해 내용을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경남도는 무상급식 지원 의사를 밝혀 왔다. 윤한홍 경남도 행정부지사와 김명훈 경남도 부교육감은 지난 2월 17일 "향후 학교무상급식은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학교급식 식자재는 우선적으로 도내산 농수축산물 공급을 확대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학교무상급식 지원 합의서'를 주고받았다.

또 경남도(농산물유통과)는 지난 10월 15일 경남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을 통해 "내년도 예산 확보 등 학교급식 지원사업이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며 "학교무상급식 지원사업 추진을 위해 경남도(시군 포함)에서 지원할 예산의 규모는 교육청에서 전체 예산을 결정하면 식품비의 50%만 지원함"이라고 했다.

박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부지사와 김 부교육감이 주고받은 합의서와 경남도 농산물유통과의 공문 사본도 함께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박 교육감은 "급식 예산에 대해 여러 차례 경남도와 협의를 해왔고 공문도 받았다"며 "그런데 경남도는 느닷없이 그동안 진행된 협의나 공문을 뒤엎고, 급식을 뿌리째 흔들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참담하고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박 교육감은 "무상급식은 교육이고, 급식이 돈을 받고 파는 것으로 되면 교육적 기능이 훼손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감이 싸우는 듯한 모습으로 바깥으로 비춰지는 것이 부담"이라면서도 "앞으로는 차분하고 세밀하게 그리고 단 한 명의 학부모도 놓치지 않고 부당함에 호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들과 나눈 질의응답이다.

"경남도 감사, 전례가 없다는 것은 그런 이유가 없다는 것"

- 홍준표 지사를 직접 만나 타협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지?
"아직 적극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아직 시기가 아니다. 그러나 언제든 (홍) 지사를 만나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찾아뵙고 대화를 나눌 생각도 있다."

- 회견문에 보면 예민한 단어들도 있는데.
"그래서 되도록 바깥으로 크게 목소리를 내는 것에 자제해 왔다. 서로 상대에 대한 예의가 있어야 한다. 서로 표현에 있어서는 일방적이라기보다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 경남도가 교육청을 감사할 권한이 없다고 보는지?
"헌법이나 법률, 조례를 포함시켜도 경남도가 교육청을 감사할 권한은 없다. 그런 전례도 없다. 전례가 없다는 것은 그런 이유가 없었다는 말이다. 아이들의 급식비를 (경남도에서) 받기 위해 전례도 없는 감사를 받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 타협점은 없는지?
"그래서 우리는 감사원에 감사지원을 요청했다. 경남도의회가 행정사무감사권한을 발동해서 감사를 하겠다고 하면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경남도만의 감사는 교육청을 통째로 팔아먹고, 교육자치를 뿌리째 흔드는 것이다."

- 법제처에 의견을 물었는지?
"경남도가 감사를 할 수 있다 없다에 대해 논란인데, 우리 자문변호사한테 물어보면 당연히 없다고 했다. 교육부에 의견을 묻는다면 우리 쪽이기에 오해를 살 수 있어, 중앙정부 전문부서인 법제처에 의견을 물었다. 조금 전 전화로 연락을 받았는데, 법제처는 지방정부 조례의 유권해석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 의견을 낼 수 없다고 했다."

-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법률검토를 했는데 대상이 되지 않는다. 권한쟁의심판청구는 중앙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간의 문제가 대상이다. 같은 지방자치단체 안에서 발생한 문제는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 전국 교육감협의회 차원은 대응은?
"지난주 제주도에서 교육감협의회 회의가 있었는데 보고를 했고, 구체적으로 논의는 하지 않았다. 어제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전국교육감협의회 차원의 대응을 검토하는 것 같다."

- 새누리당 안에서도 무상급식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새누리당과 대통령은 무상급식 확대를 공약했다. 그런 차원에서 무상급식을 줄이는 문제에 대한 공식 논의는 부담일 것이다."

- 도민들은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돈 받으면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정서가 도민들 사이에 있는 것으로 안다. 법률적으로 상호 존중이라는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 도민들한테 설명해 나갈 것이다."

- 주민투표는 생각하고 있는지?
"홍준표 지사는 절대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동의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잘못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주민투표는 생각해 볼 수는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할 이야기가 아니다."

경남도 "허위사실과 선동적 언어로 진실왜곡" 주장

경남도는 박종훈 교육감의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해, 이날 오후에 낸 자료를 통해 "허위사실과 선동적 언어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남도는 "학교급식 업무는 학교급식법에 따라 교육청의 사무이고 교육감의 공약사업"이라며 "(경남교육청이) 대등한 독립기관이라 감사를 받을 수 없다며 거부했듯이 대등한 독립기관으로서 공약사업도 자체 재원을 마련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남도는 "감사는 겁박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른 필수적 절차"라며 "지금 감사하지 않으면 부정하게 집행된 보조금이 있더라도 이를 환수할 수 없다"고 전했다.

행정부지사와 부교육감의 합의서에 대해, 경남도는 "내용과 진의가 왜곡됐다"며 "교육청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도와 시군에서 추가로 지원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더 이상 아이들의 밥그릇을 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아이들의 밥그릇에 숨어서 아이들의 미래를 탕진해서는 안 되고, 세금급식이라는 정책의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끌고 가는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훈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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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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