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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이 없으니 체험에 열중 할 수밖에!
핸드폰이 없으니 체험에 열중 할 수밖에! ⓒ 이혁제

매월 마지막 주 토·일에 실시되는 목포 호랑이교장 체험단 학생들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체험활동이 얼마나 큰 교육적 효과가 나타나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지난 9월 27일 일곱 번째를 맞이하는 호랑이교장 체험단 학생들의 행선지는 경남 창원일대 기념관 및 해군사관학교 방문이다.

예전과 달리 학교 체험활동 및 가족 간의 여행이 보통인 시대에 매달 수학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가벼운 여행이라기보다는 통제가 따르고 체험 내용을 기록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으니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부모님 등살에 끌려나온 듯한 친구들도 꽤 있었다. 초창기엔 이른 새벽 출발지에 집결할 때까지 부모님과 실랑이 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아이들 중엔 이제는 체험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기도 한다니, 체험 관계자들에겐 무척 큰 힘이 된다.

핸드폰 가져 오지 마라!

호랑이교장 체험단 인솔교사들은 체험을 떠나기 하루 전 모여 인솔교육 및 회의시간을 갖는다. 매번 반복되는 행사지만 안전하고 교육적인 체험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행사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핸드폰 소지 금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인솔교사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렸다. 핸드폰 소지 금지에 찬성한 교사들은 학생들이 버스안, 체험장, 숙소 등 때와 장소를 분간하지 않고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있기 때문에 적절한 체험이 진행되지 않는다며 소지 금지를 적극 주장했다.

한편 부모와의 연락, 기념물 촬영 등의 이유로 핸드폰을 소지하게하고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인솔교사들의 감독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설득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회의 결과는 핸드폰 소지 금지였다.

출발 전날 부모들에게 핸드폰 소지 금지 문자가 보내졌다. 몇몇 부모들은 답장을 통해 적극적인 찬성 의견을 보내기도 했다. 모르긴 해도 집에서도 핸드폰 게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버스 안이 시끄러워 지다

 해남에도 공룡서식지가 있는데 고성에도 있네요!
해남에도 공룡서식지가 있는데 고성에도 있네요! ⓒ 이혁제

집결지에 속속 모여든 아이들의 입에선 인솔교사를 보자마자 불만스런 목소리가 가득했다. 흡사 금단현상을 보인 금연초기 환자들인 냥 핸드폰 없이 어떻게 이틀 동안 지내느냐며 입이 한가득 나왔다.

그런데 핸드폰 금지는 버스에서 아이들보다는 인솔교사를 더욱 힘들게 했다. 도저히 시끄러워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난달 까진 핸드폰 게임에 빠져 옆 친구들과 얘기도 하지 않던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 호랑이교장 체험단은 버스 안에서도 그냥 보내지 않는다. 1박 2일 일정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자기소개시간, 간단한 외국어 공부 등을 하며 일정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장시간 버스를 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솔교사들은 조금이라도 잠을 청하며 쉬고 싶다.

엄마가 아니라 인솔교사랍니다! 호랑이교장 체험 인솔교사들은 부모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엄마가 아니라 인솔교사랍니다!호랑이교장 체험 인솔교사들은 부모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 이혁제

하지만 이번 체험 중 버스 안 잠자기는 다 틀린 것 같았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었다. 눈밭에 뛰노는 강아지마냥 안전벨트 안에서 요리조리 몸을 움직여 가며 앞, 옆, 뒤 친구들과 웃고 떠들어 댄다.

그럼에도 문득 드는 생각은 역시 아이들은 시끄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치면서도 훨씬 활발해진 아이들의 모습에서 활력소를 찾을 수 있었다.

걸어다니면서 게임하던 얘들이 변했다

 해군사관학교 거북선 앞에서 찰칵!
해군사관학교 거북선 앞에서 찰칵! ⓒ 이혁제

 퇴역 군함 앞에서 멋지게!
퇴역 군함 앞에서 멋지게! ⓒ 이혁제

거의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창원 해양공원과 해군사관학교였다. 사실 목포도 해양도시이기 때문에 목포 아이들에게 바다와 바다와 관련된 기념관은 그리 신기하지 않다. 여러 가지 해양생물과 배들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목포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기념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 보며 시간을 보냈을 중학생들조차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사진 찍는 줄도 모르고 뭔가 적고 있는 아이들이 넘 예뻐요!
사진 찍는 줄도 모르고 뭔가 적고 있는 아이들이 넘 예뻐요! ⓒ 이혁제

해군사관학교 바닷가에 밀려든 해파리를 보며 너무나 신기해하고, 거북선에 올라 화포며, 뒷간을 돌아보며 체험활동에 집중했다. 핸드폰 하나 없앴을 뿐인데 이렇게 달라지다니, 앞으로도 계속 핸드폰 소지 금지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히 들게 되었다.

핸드폰 게임보다 재밌는 건 축구

 핸드폰 게임보다 재밌는 놀이에 푹 빠졌어요!
핸드폰 게임보다 재밌는 놀이에 푹 빠졌어요! ⓒ 이혁제

골기퍼가 된 성수목 호랑이교장 선생님 무섭기만 하던 호랑이교장 선생님이 골기퍼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하였다. 그런에 호랑이교장 선생님 바지 엉덩이가 쫙 찢어지느 불상사가 일어났다.
골기퍼가 된 성수목 호랑이교장 선생님무섭기만 하던 호랑이교장 선생님이 골기퍼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하였다. 그런에 호랑이교장 선생님 바지 엉덩이가 쫙 찢어지느 불상사가 일어났다. ⓒ 이혁제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준비된 것은 태권무와 축구였다. 요즘 아이들에게 부족한 육체적 활동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준비된 프로그램이다. 태권무는 태권도 관장님을 인솔교사로 동반해야 했지만 축구는 공 하나면 족했다.

흥겨운 태권무와 격파 시범이 있고 나서 전체 아이들이 함께 태권무를 따라했다. 태권무를 잘 따라 하는 얘들에겐 격파의 기회도 주어졌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축구였다. 여자 아이들은 실내에서 피구를 즐기며 축구 못지않은 즐거움을 가졌다.

 나는 야 격파왕!
나는 야 격파왕! ⓒ 이혁제

조명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운동장에서 수십 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동네 축구를 하면서도 아이들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머리에서 발끝 까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중학생 형이 손으로 민다며 울먹이는 얘, 안경알이 빠져 없어지고 안경테가 부러졌다고 선생님에게 달려온 얘가 있는가 하면, 흡사 박지성을 본 듯한 개인기를 구사하며 골을 넣는 아이도 있었다. 골세레머니 또한 국가대표급이다. 한 녀석이 골을 넣고 잔디밭에 넘어지자 같은 편들이 달려들어 때리고 덮치고 난리다.

 핸드폰 게임 말고 보드 게임에 한참인 아이들!
핸드폰 게임 말고 보드 게임에 한참인 아이들! ⓒ 이혁제

 머리 묶기도 우리 스스로 할 수 있어요!
머리 묶기도 우리 스스로 할 수 있어요! ⓒ 이혁제

핸드폰 없는 아이들의 생존 방식은 숙소 안에서도 이어졌다. 보드게임을 가져온 것이다. 대여섯 명이 모여 어른들 고스톱 치는 것처럼 둘러 앉아 보드게임에 한창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훈수를 두는 모습이 영락없는 장기판이다. 이렇게 아이들의 긴긴 하루는 자정이 돼서야 끝났다.

언제부터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핸드폰을 먼저 사주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아무리 문명의 이기라고 하지만 1박 2일 핸드폰 없는 아이들을 보면서 역시 아이들 손에 있어야 할 것은 기계가 아니라 자연이고, 축구공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호랑이교장 체험 이었다.


#목포호랑이교장체험단#한국과학기술캠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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