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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3일 오전 10시 40분]

 동조단식 3일째를 맞은 청소년 활동가 양지혜씨가 몸자보를 들고 웃어보이고 있다.
동조단식 3일째를 맞은 청소년 활동가 양지혜씨가 몸자보를 들고 웃어보이고 있다. ⓒ 장성렬

8월 30일 5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광화문 단식농성장에 청소년 20명이 모였다. 양지혜(여, 중산고 2학년)씨가 제안한 '청소년 공동행동' 참가자들이다. 양씨는 8월 28일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 선언과 함께 청소년 공동행동을 제안했다(관련기사 : "열여덟 고등학생이 단식을 시작합니다")

공동행동 참가자들은 약 1시간 동안 청소년 공동행동 집회를 진행하고, 홍대 부근에서 세월호 캠페인을 하던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참가자들과 함께 범국민 집회에 참여했다. 범국민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곧 경찰 병력에 막히고 말았다. 집회 참가자와 경찰 사이에 대치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 청소년은 배를 맞아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청소년에게는 '대학'이라는 굴레가 씌워진다. 청소년들은 그 때문에 사회의 부조리함에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나는 지난해 고등학교 재학 시절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전 사회적으로 이목을 끌었을 때 학교에 대자보 한 장 마음대로 붙일 수 없었다. 혹시나 핀잔을 듣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번 청소년 공동행동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8월 30일, 3일째 단식 중인 양지혜씨를 광화문 농성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명보다 이윤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 읽게 됐다"

 광화문 농성장에서 청소년 약식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광화문 농성장에서 청소년 약식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김은하

양지혜씨는 '청소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제안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행동에 나서게 된 이유를 '무력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무력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내가 스스로 구할 수도 없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용혜인(25)씨의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제안을 보고 무력감을 해소하려고 나갔습니다. 한번 경험하니까 내 주변에 있는, 생명보다 이윤을 중요시하는 사회의 분위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양씨는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단식을 했다. 장학사가 기사를 보고 학교 측에 연락을 했다고 한다. 주위의 우려스러운 목소리에도 불구, 단식이란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같이 살자'는 의미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식이 김영오씨한테는 오히려 밥을 같이 먹자는 공존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방법으로 사람을 많이 불러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년은 수단이 없기 때문에 (단식으로) '같이 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양씨는 학교는 획일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기 때문에 청소년이 고립감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획일화된 삶에서 벗어나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어야 하다고 주장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고립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교육면, 대인관계가 그렇습니다. 학교가 획일성을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상황에서 청소년은 고립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고립된 책상을 벗어나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이것이 제가 활동하는 이유이자 목표입니다."

세월호 집회에서 주로 나온 구호는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였다. 이 구호가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청소년을 주체가 아닌 보호받아야 되는 존재로 여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양씨는 청소년 보호주의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단식으로 '같이 살자'는 메시지 전하고 싶었다"

 경찰 병력이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로 행진하려는 유가족들을 막아서고 있다
경찰 병력이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로 행진하려는 유가족들을 막아서고 있다 ⓒ 장성렬

"'공부해야 하는 나이인데 집회에 나온 것이 기특하다', '청소년까지 거리로 나와주어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기특함, 대견함 자체가 청소년을 배제시키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집회에서) '우리 아이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구호를 외쳤는데 이것이 청소년을 대상화 시키는 구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청소년을 보호받아야 될 존재로 통제하는 '청소년 보호주의'가 만연합니다. 모든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곳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이런 시각은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규정하고,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되는 존재로 인식되게 합니다. 지금 청소년의 위치는 '가만히 있으라'의 절정인 것 같습니다.

8월 28일 기자회견 때 '18살 고등학생이 단식을 합니다'라는 현수막을 사용했습니다. 이때 '청소년까지 거리로 나와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이 또한 청소년을 배제시키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의 불합리함을 외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도 공공연하게 들린다. '청소년은 대학을 들어가야 한다' 또는 '고등학교 때 공부는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수단이다'라는 의견이 다분하다. 이에 양지혜씨는 "제도권 교육이 진짜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5월 집회 때 '고등학생도 알 것은 압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현재 제도권 교육이 진짜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부는 청소년들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학교에서보다) 행동하면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양지혜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소년 공동행동의 일환으로 '방과후 농성장'을 제안했다.

"이번 8월 30일 집회(청소년 공동행동)가 큰 수확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 집회에 많은 사람이 모이지 않았더라도 누군가는 그 마음을 담아갈 수 있는 집회였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청소년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경찰과 대치 중, 한 참여자가 시민들에게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 경찰과 대치 중, 한 참여자가 시민들에게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 장성렬



#양지혜#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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