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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은 1992년에 수교했다. 수교 전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해운 항로는 '인천~톈진'(1991년 12월 개설)과 '인천~웨이하이'(1990년 9월 개설)가 고작이었으나 수교 후 더 늘었다.

내달 서울에서 한·중 해운회담 열려...

한중은 수교 후 1993년부터 매해 해운회담을 열고 있다. 오는 9월 3~5일 서울에서 22차 회담을 열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한국과 중국 간 카페리와 컨테이너 항로 개설을 결정하는 자리로, 인천항의 운명과 직결되기에 뜨거운 관심사다.

한중 수교 후 항로가 신설되기 시작하면서 인천항의 물동량은 크게 늘었다. 1996년 1억 1605만 톤에 달하던 벌크화물은 지난해 1억 4610만 톤으로 늘었고, 컨테이너 화물은 같은 기간 39만 5890TEU(1TEU=길이 20피트 컨테이너1개)에서 216만TEU로 늘었다.

인천항 물동량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인천~중국'의 항로 개설에 힘입어 증가했다. 그러나 '인천~중국'의 항로가 그냥 개설된 건 아니다. 한중 해운회담에서 이를 정하는 것이고, '인천~중국' 항로 증설은 2005년 이후 답보상태에 있다.

1993년 1차 회담에서 카페리 항로 4개 신규 개설과 정기 컨테이너 항로 6척 투입을 합의했다. 이후 1995년 '인천~칭다오' 카페리 항로, 1996년 '인천~단동' 카페리 항로가 개설돼 현재 카페리 항로 10개 노선(인천~단동·다롄·잉커우·친황다오·톈진·옌타이·웨이하이·스다오·칭다오·롄윈강)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인천과 중국 간 정기 컨테이너 항로는 2003년까지만 해도 없었다. 이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주주의민족통일인천연합·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인천참여자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13개로 구성된 '인천항 살리기 시민연대'와 인천상공회의소, 인천항발전협의회 등은 '인천~중국' 정기 컨테이너 항로 개설운동을 벌이며 해양수산부에 항로 개설을 촉구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인천에서 중국을 오가는 정기 컨테이너 항로가 2004년에 일부 개설됐고, 이는 인천의 항만과 물류 산업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이후 2005년에 한중은 13차 해운회담에서 컨테이너 항로를 2009년까지, 카페리 항로를 2012년까지 완전 개방한다는 '한중 해운 자유화'에 합의했다. 이 '해운 자유화'는 선박이 한국과 중국의 항만을 자유자재로 출·입항한다는 뜻이다. 한국과 일본은 '해운 자유화' 상태다.

그러나 이 합의는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하이난성(해남성)에서 열린 21차 한·중 해운회담에서도 '해운 자유화' 협정은 의제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인천항과 중국을 오가는 카페리 노선은 2003년 이후 10년 넘게, 컨테이너 노선은 10년 동안 전혀 증설되지 않고 있다.

양국이 키운 해운 독점, 발목 잡는 부메랑으로

한중은 2005년 13차 해운회담에서 '해운 자유화'에 합의했지만, 이후 열린 회담에서 '인천항~중국' 노선에 선박 추가 투입을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평택항은 2007년 칭다오·웨이하이와 카페리 항로를, 2011년엔 상하이와 컨테이너 항로를 개설했으며, 지난해엔 옌타이와 카페리 항로를 개설했다.

한중은 2012년 20차 해운회담에서 카페리 선박이 정기검사를 받는 동안 선령 20년 이상 선박을 대체 투입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합의하기도 했다.

현재, 한중이 합의해 허용한 일부 해운회사의 항로가 제한적·독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두 나라의 해운회사들이 두 나라의 항만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허용하자는 게 '해운 자유화'이다.

'한국~중국' 카페리와 컨테이너 항로는 두 나라가 승인한 해운회사만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인천항~중국' 항로는 10개가 있는데, 각 항로를 이용할 수 있는 해운회사가 제한돼있어, 사실상 독점이나 다름없다. 즉, '인천항~다롄' 항로에는 인천항과 톈진을 오가는 배가 취항할 수 없고, 반대의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나머지 항로 8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인천과 중국 간 개설된 컨테이너항로 중 우리국적 선사는 인천에서 상하이, 닝보, 웨이하이, 단동, 칭다오, 산터우, 샤먼에 각각 취항하고, 중국국적 선사는 인천과 상하이, 닝보, 다롄, 옌타이, 톈진을 취항한다.

2003년 6월 개설 된 컨테이너 항로도 마찬가지로 인천-톈진을 오가는 선박이 다롄에 취항할 수 없게 돼 있으며, 해운자유화는 커녕 증설조차 답보상태에 있다.

'해운 자유화'는 세계 10대 해운회사에 꼽히는 한국의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중국의 차이나쉬핑 등이 인천에서 물건을 싣고 다롄에서 하역한 뒤, 다롄에서 다시 물건을 싣고 톈진이나 칭다오 등에 입항해 하역하거나 싣고 다시 인천항으로, 또는 멀리 동남아는 물론 미주나 구주까지 취항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불가능하다. 이것이 한중 해운업 시장의 발등을 찍고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한·중 해운회사는 두 나라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국~중국' 항로를 이용할 수 있으나, 두 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 해운회사는 이 항로를 허가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 부산항 물동량 고려할 때 '시기상조'

세계 경제에서 동북아시아의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2013년 기준 세계 GDP 73조 9821억 달러 중 유럽연합이 17조 3716억 달러, 미국이 16조 7997억 달러, 동북아시아는 16조 675억 달러를 차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은 2003년 해운회담 체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정철 인하대학교 연구교수는 "동북아시아 경제블록의 비중이 커질수록 동북아시아와 구주(=유럽연합), 미주를 잇는 해운 항로가 발달하기 마련이고, 또 이를 오가는 대형 선박이 취항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재 한중 간 해운구조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대형 선박 대신 3국의 선박만 취항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한중 해운 자유화는 인천신항의 물동량과도 직결된다. 내년 5월 1-1단계 부두가 개장하는 인천신항은 대형 선박을 맞이할 준비가 돼있다. 그런데 현 해운구조에서 인천신항은 인천남항의 기능을 대체할 뿐이다. 두 나라의 대형 선박이 발이 묶여 있으면 굳이 인천항에 기항할 이유가 없어 기존 한중 간 항로에 소형 선박만 투입하면 된다. 그래서 한·중 해운 자유화로 북중국(다롄·톈진·칭다오 등) 항만과 인천항을 미주, 구주와 연결할 때 인천항이 동북아시아 허브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한중 해운회담을 앞두고 인천시는 해양수산부에 해운 자유화 협정 문제를 정식 의제로 채택해줄 것을 요청했다. 안인호 시 항만공항정책과장은 "한중 해운 자유화 의제는 두 나라가 2005년에 합의한 내용이다. 약속을 지키는 일만 남은 것이다. 이번 해운회담 때 정식 의제로 채택해 줄 것을 해수부가 강하게 제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해수부는 부산항 물동량 등 국내 해운시장의 여건을 고려할 때 컨테이너 항로 개방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수부는 내년 인천신항 개장 후 물동량 추이를 파악해 향후 한중해운회담에서 협의한다는 입장이다.

한중 간 주요카페리 해운업체, 모두 '해피아'가 사장

2005년 한국과 중국이 제13차 한중해운회담에서 해운자유화를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답보상태에 있는 배경에는 해운시장에 진출한 해피아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 때 한국선급과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해운조합 등의 부실과 비리가 밝혀지면서, 소위 '해피아(해수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외에도 국가항만 관리운영 공기업인 인천항만공사, 부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의 사장은 모두 해수부 출신 관료다.

'해피아' 낙하산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시장에도 떨어졌다. 현재 한중카페리 항로에는 11개 해운사가 운항 중인데, 이중 4개 업체 사장이 해수부 출신이다.

한중 간 해운자유화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운자유화가 될 경우 각 노선별로 독점하고 있는 해운시장에 경쟁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고, 이 경우 한중해운을 독점하고 있는 이들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카페리 13개 항로 중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항로는 10개로 나머지 3개는 평택이다. 인천10개 항로에는 9개 선사가 운항 중인데, 실제로 이들 대부분은 해운자유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인천-중국 간 항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천과 북중국 항만 간 항로는 모두 해피아가 해당 해운사의 사장으로 있다.

한중카페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천-웨이하이, 인천-칭다오 간 항로의 위동항운 최장현 사장은 해수부차관보와 국토해양부 2차관을 지냈고, 인천과 옌타이 항로의 한중페리 박원경 사장은 해수부 해운선원국장 출신이며, 인천과 다롄을 오가는 대인페리의 이용우 사장은 해수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냈다.

평택과 웨이하이(룽청)을 오가는 대룡해운의 정홍 사장 또한 해수부 해운정책과장 출신이다. 한중 간 가장 물동량이 많아 시장이 큰 항로의 해운업체 사장은 모두 해피아 출신이 맡고 있는 셈이다.

인천항만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해피아만 문제가 아니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중카페리업체는 한국과 중국자본이 반반씩 지분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도 해수부(=교통운수부)가 있고, 마찬가지로 여기 관료출신이 카페리 사장이다. 이들도 해운자유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중해피아가 한중카페리노선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인천-중국 간 카페리노선은 추가로 개설되지 않고 있다. 한중컨테이너노선 또한 제한적 개방체제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어 인천, 평택과 중국 간 컨테이너시장이 제3국에는 개방되고 양국선사는 자유로운 참여가 금지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기존 해운사의 경영여건을 감안한다 해도 최소한 미주와 구주를 오갈 수 있는 항로는 이번에 반드시 개방해야 한다. 해수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한중해운독점은 공정거래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사전조율 때 이번 해운회담 의제가 안 됐더라도, 추가 의제로 해운자유화 의제를 다시 거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중해운회담#해피아#한중카페리#한중컨테이너항로#해운자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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