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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천>이 2007년 1월 1일부터 2014년 6월 30일까지 인천 지역 집회신고 다발 지역에 대한 집회신고 내역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의 '집회신고 독식'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는 대기업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의 허점을 악용해 일반 시민들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 인천, 대기업 '허위 집회 신고' 여전).

총 2736일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이마트 계양점은 2590일 동안 집회 허가를 받았지만, 단 한 번도 집회를 열지 않았다. 또한 이마트 연수점은 2582일 동안 집회 신고를 한 뒤 56일만 집회를 열었다. 대기업의 집회신고 독식 현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2736일 중 2336일 동안 집회를 열겠다고 신청했지만, 실제 집회를 연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인천 현대제철의 경우도 이 기간 중 2103일 동안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지만 집회를 연 적은 없었다.

대기업만 집회신고를 독식했던 것은 아니었다. 대형 의료기관도 같은 현상을 보였다. 인천의 대표적인 종합의료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은 2736일 중 2402일 동안 집회 신고를 해놨다. 하지만, 실제 집회를 연 횟수는 1회에 그쳤다.

이와 같은 '유령 집회 신고'로 인한 경찰력 낭비도 심각한 문제다. 집회 신고가 발생하면, 이를 접수받고 내부 절차를 밟아야 할 뿐만 아니라 집회가 실제 진행됐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집시법에 따르면, 신고된 집회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관할 경찰서장에게 사전에 신고하게 돼 있다. 하지만, 집회가 실시되지 않았을 경우 신고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제재 조항이 없는 게 문제"라면서 "현재 국회에서 개정 법률안이 논의되고 있어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싹쓸이 집회로 인해 집회를 독식하는 문제는 집회 장소를 분리하는 방법 등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5년간 유령 집회 남발 현황 살펴보니

 2012년 7월 1일부터 2014년 6월 말까지 인천지역 집회신고 다발지역 상위 30개소.
2012년 7월 1일부터 2014년 6월 말까지 인천지역 집회신고 다발지역 상위 30개소. ⓒ 인천지방경찰청

<시사인천>은 2009년 7월 1일부터 2014년 6월 30일까지(총 1825일) 인천 지역 집회신고 다발지역 상위 10곳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분석했다. 인천 지역 집회신고 다발지역 상위 10곳은 인천의 향토기업뿐만 아니라 대형유통재벌이 운영하는 대형유통매장 등으로 나타났다.

<시사인천>이 정보공개를 통해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중 포스코건설 사옥에서는 총 1821일 동안 집회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실제 집회가 열린 경우는 275일에 불과했다. '유령 집회'가 열린 1546일은 대부분 포스코 건설 측에서 신고를 낸 날이었다.

그 다음은 현대제철이었다. 현대제철의 경우 1825일 중 1797일 동안 유령 집회가 신고됐지만, 집회가 열린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CJ제일제당의 경우도 이 기간 중 1796회의 집회가 신고됐지만, 집회가 개최된 경우는 역시 '제로'였다.

포스코건설, 현대제철, CJ제일제당 다음으로 유령 집회가 남발된 경우는 길병원(1883일), 이마트 계양점(1775일), 인하대병원(1761일), 롯데백화점 인천점(1715일)이었다. 이외에도 이마트 연수점이 1698일, 부평힘찬병원이 1360일 동안 집회 신고를 냈으나 단 한 차례도 집회가 열리지 않았다.

이현웅 변호사는 이런 현상을 두고 "집회를 신고하는 것은 합법적으로 집회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자금과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오히려 이를 악용하고 있다"라면서 "경찰에게 심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최소한 유령 집회 여부에 대해서는 신고를 걸러내는 법률적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광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인천의 유력 기업들과 유통 재벌들은 시민들이 있었기에 돈을 벌었다"라면서도 "기업들이 유령 집회 신고를 통해 사회적 이익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는 매우 비도덕적이다"라고 꼬집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령집회#집시법 악용#가천대 길병원#집시법#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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