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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5시 40분께 부산도시철도 1호선 양정역을 떠나 시청역으로 향하던 전동차 내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 수백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17일 오후 5시 40분께 부산도시철도 1호선 양정역을 떠나 시청역으로 향하던 전동차 내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 수백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 부산소방본부

"부산지하철 사고는 이제 월중행사인 것 같다."

지난 17일 부산 시청역에서 발생한 부산도시철도 1호선 전동차 화재사고 소식을 접한 주민성(37)씨가 말했다. 주씨는 사고 소식에 2012년 11월 22일을 떠올렸다. 그날 아침, 주씨는 어김없이 부산도시철도 3호선을 타고 사직동 직장으로 출근을 했다.

갑자기 전동차가 멈춰선 건 배산역을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객차 위 천장에서 불꽃이 튀더니 불이 꺼졌다. 전기 끊겨 멈춰선 지하는 검은 페인트통에 빠진 듯 어두웠다. 놀란 주씨가 황급히 승무원에게 이 소식을 알렸지만 승무원은 "구난열차가 오고 있으니 내부에서 대기하라"고만 말했다.

혼자서 전동차를 몰고 있던 승무원이 우왕좌왕하며 원인을 찾고있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가 발생했다. 구난을 하기 위해 달려오던 전동차가 주씨가 탄 멈춰선 전동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그대로 추돌해버린 것이다.

그 충격으로 순간 하늘로 몸이 뜬 주씨는 그대로 바닥에 내리 꽂혔다. 주씨 뿐 아니었다. 실내에 비명 소리가 가득했다. 그제야 승객들은 너도나도 전동차 문을 열고 밖으로 탈출했다. 흥분한 승객들 중에는 전동차 승무원을 폭행하는 사람도 있었다.

곧장 병원으로 후송된 주씨는 전치 4주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40여 명이 이 사고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후로도 1년간 주씨는 병원을 오가며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더 큰 건 마음의 상처였다. 주씨는 지금도 지하철을 타는 것이 겁이 난다고 했다. 그런 주씨에게 매달 반복되는 부산도시철도의 사고는 생각하기 싫은 기억을 계속 강제로 꺼내보이고 있다.

올 들어서만 4번... 노후 전동차 몰려있는 1호선 주요사고 집중

 지난 2012년 부산도시철도 1호선 대티역 전동차 화재 직후 관계자들이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2012년 부산도시철도 1호선 대티역 전동차 화재 직후 관계자들이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정민규

올 들어서 주요사고만 네 번째다. 1월 20일 토성역, 5월 21일 범일역, 6월 10일 동래역, 7월 17일 시청역까지. 사고는 노후 전동차가 가장 많은 1호선에서 발생했다. 잦은 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 언론은 사고가 날 때마다 사설까지 써가며 부산지하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6월 동래역 사고 직후에도 <부산일보>는 '부산도시철도 1호선 전동차 교체 서둘러야'는 제목의 사설을 썼고, <국제신문>도 '부산도시철도 이번엔 또 정전사고인가'라는 사설을 통해 "잇따른 지하철 사고에 시민은 하루하루가 위태롭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좀 더 적극적이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지난 8일 부산지하철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 토론회에서 부산지하철의 노후전동차 비율이 80% 이상으로 전국 최악 수준이고 무리한 인력감축으로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부산도시철도 1호선에서 운행 중인 지하철 360량의 대부분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도입된 노후 전동차이다. 83%가 20년 이상 됐고, 52%는 25년 이상된 전동차다. 사고도 대부분 이들 노후 전동차에서 발생하고 있다. 시청역 사고 전동차 역시 1994년 도입돼 21년을 달린 차량이다.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노후 전동차가 지목되고 있다면 사고 이후 제대로된 초기 수습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1인승무제'에 있다는 지적이다. 남원철 노조 사무국장은 "사고 발생시 한 명의 승무원이 안내방송과 사고대처, 화재진압, 승객 대피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도돌이표 대책... 선거 때 교체 약속한 부산시장 피켓시위 그냥 지나쳐

 지난 16일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지하철노조 조합원이 노후 전동차 교체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하루 뒤 시청역에서는 지하철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6일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지하철노조 조합원이 노후 전동차 교체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하루 뒤 시청역에서는 지하철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 민주노총

사고와 함께 반복되는 것은 부산교통공사의 대책이다. 운영사인 부산교통공사는 2012년 대티역 화재사고 이후 노후 전동차 교체 요구가 들끓자 대수선(리모델링)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노후 전동차에 대한 대수선을 7년에서 5년으로 앞당기겠다는 계획이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그때마다 부산교통공사는 예산 문제를 들이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체 편성 차량에 대해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25일까지 추진장치 회로를 개조하고 앞으로 과전류 대응능력을 높이도록 회로차단기를 보완해나가겠다"며 "장기적으로 리모델링(대수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차량 교체 문제에 대해 이 관계자는 "예산이 된다면 새 차 도입을 하겠지만 비용상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전동차들이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내장재를 전면교체했기 때문에 핵심부품만 교체하면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리만으로는 한계점이 있다는 반박도 있다. 지하철노조는 18일 낸 입장에서 "6월 10일 사고전동차는 작년 11월, 어제 사고 전동차는 작년 7월에 회로차단기를 리모델링했다"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신차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한다고 공언했지만 사고는 멈추지 않는다"고 부산교통공사를 비판했다.

노조는 부산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시에 얼만큼의 의지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16일에도 부산시청 앞에서는 노후차량 교체를 원하는 지하철노조원들의 피켓 시위가 있었다. 선거기간 첫 일정으로 부산도시철도 차량기지를 방문해 노후 전동차에 대한 안전진단 후 새 전동차 교체를 약속한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날 피켓 시위에 눈길도 주지 않고 황급히 청사로 들어섰다. 다음날 시청과 연결된 역에서는 지하철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부산도시철도#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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