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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월호 참사 관련 특례입학과 관련, 세월호 희생자인 박수현군의 아버지인 박종대씨가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이 문제는 일부 유가족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이고, 공개적으로 논의될 수도 없는 안건이며, 단원고 3학년 전체 학생의 자존심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논의돼야 하는 사항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세월호침몰사고 생존 단원고 학생들이 지난 15일 경기도 안산에서 국회를 향한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 단원고 생존학생, 국회로 도보행진 세월호침몰사고 생존 단원고 학생들이 지난 15일 경기도 안산에서 국회를 향한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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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회 국정조사에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단원고등학교 3학년생의 대학 특례입학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지난 15일에는 "사고 당시 단원고 3학년 재학생 505명과 희생자의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 20명 등 총 525명의 학생에 대하여 대학 정원의 1% 내에서 정원 외 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도록 여야가 합의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나는 분명히 둘 다 잘못된 판단이라 주장한다.

해당 부처 입장을 고려한다면, 단원고 3학년 전체 학생에 대해 특별 전형을 실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또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가족같은 후배들의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인해 심각한 충격을 받았고, 그것이 학업에 지장을 주었을 것이라는 판단에도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이 여론을 등지고, 국민의 법 감정을 자극하면서까지 특혜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특례 혜택과 상관없이 순전히 자신의 실력으로 대학 입시에 성공한 학생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경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대학 입학 후 같은 과 친구들에게 "안산 단원고를 졸업했다"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겠는가?

정말 배려가 필요한 학생들

하지만 단원고 및 비단원고를 불문하고, 사망한 친동생이 있는 수험생(고3 및 재수생)의 경우에는 똑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 없다. 이들은 사고 발생 이후 어른들이 생업에 복귀하지 못하거나, 복귀했다 하더라도 다시 휴직 및 퇴직의 길을 걷는 것처럼, 정상적으로 학업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집중력과 기억력, 지구력 저하로 인해 이미 지난 중간고사에서 성적이 하락한 학생들이 다수 있었다.

곧 치르게 될 기말고사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세월호 참사로 내려진 휴교 조치 때문에 단원고 학생들은 현재 못다한 수업을 받고 있으며 아직 기말고사도 치르지 않았다). 수능까지 며칠 남지 않았는데, 심리 치료 등 때문에 정상적인 수업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느 날 갑자기 친동생을 잃은 내 딸도 입시를 앞둔 고3이다.

분명한 것은 이들에 대한 구제책이 국가적 차원에서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정조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이 사건은 국가 주요기관의 중대한 과실 또는 심각한 직무유기로 인해 304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그리고 희생자 형제들(수험생)은 이 사건을 경험한 대가로,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최악의 상태에서 보내고 있다. 사실상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해 그들의 아름다운 꿈을 짓밟은 것이다.

학부모들의 경제적 피해는 수치화할 수 있으며, 배상과 보상으로 어느 정도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입 수험생의 경우는 다르다. 피해 정도를 가늠도 할 수 없고,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특히, 내신과 수능 성적을 기초로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현 입시구조 속에선, 3학년 성적 모두를 망쳐 버린 학생은 내년에 실시되는 '패자 부활전'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은 사망자 다음으로 최대 피해자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가 논란이 되기 전에 국가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확실한 가산점 부여 또는 정원 외 특례입학 자격 부여 등 다른 수험생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그런 조치를 말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사망이라는 최악의 상태까지 가지 않았을 때, 해당 학생들의 성적이 "객관적으로 유지 또는 개선되는 것이 기대되는 선" 정도는 보장되는 방안(예를 들어서 내신은 2학년까지만 반영하게 한다든가) 등은 어떨까.

현재 여기에 해당하는 학생은 단원고 및 비단원고를 합해 약 20여 명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빠른 시간 내에 확실한 대책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태그:#세월호, #단원고 특례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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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범한 회사원 입니다. 생각이 뚜렷하고요. 무척 객관적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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