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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아니었다면 평소 혼자서 경기도 안산에 올 일이 얼마나 있었을지 모르겠다. 기억을 더듬어보니까 안산에 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안산의 첫인상은 '조용하다'는 것.

예전에도 이렇게 조용했는지 궁금하다.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안산 중앙역 앞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수막들이 걸려있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교복을 입은 학생도, 일반인도 길을 가다 멈춰 서서 서명을 한다.

개막을 알리는 자리
▲ 국제누드드로잉아트페어 개막을 알리는 자리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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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 퍼포먼스로 시작한 단원미술관

내가 안산에 온 이유는 안산 단원미술관에서 세월호와 연관된 독특한 전시회와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단원'. 그러고 보니 최근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한 단어다. 단원 김홍도가 안산과 연관있었다는 사실도 최근 알게 됐다. 김홍도가 스승인 표암 강세황 아래서 수학할 때, 스승의 터전인 안산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는게 그 유래다. 세월호라는 슬픈 계기로 알게 된 상식이다.

단원미술관에선 지금 '국제 누드드로잉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전시회다. 제목처럼 남성과 여성의 누드 작품을 전시한다. 한·중·일의 많은 작가들이 참여했다. 매년 열리는 전시회지만, 올해는 세월호 참사를 기리기 위해 특별한 퍼포먼스도 열렸다.

전시 개막 시작 전, 미술관 안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영혼의 춤>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어 타악궤범(설호종), 경기소리(공미연), 현대 무용(이소정)이 한데 펼쳐졌고, 자리의 마무리는 김묵원 작가의 라이브 드로잉으로 끝맺었다. 김묵원 작가가 전시에 대한 소개를 들려줬다.

▲ 국제누드드로잉아트페어 <영혼의 춤> 공연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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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묻습니다.
▲ 국제누드드로잉아트페어 당신에게 묻습니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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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해마다 있어왔던 전시회예요. 한중일의 누드드로잉 작가들이 모여 1년에 한 번 전시를 합니다. 원래 4월이나 5월에 전시를 했는데 올해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전시가 7월에 열리게 됐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위기로 전시회를 만들자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미술관의 한편에서는 '당신은 안전하신가요?'라고 물음을 던진 설치미술이 전시중이었다. 이번 전시회는 '심심하지않은학교(안누크)'가 주관했고 안산시가 후원했다. 약 1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단원미술관의 내부엔 남녀 누드화가 전시돼 있었고, 관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왜 하필이면 누드일까? 전시 관계자가 그 의미를 전했다.

"어떻게 보면 누드드로잉이라는 것이 모든 그림, 인물그림의 뿌리 같은 거예요. 사람의 인체를 그린다는 게 모든 그림의 시작이면서 끝일 수도 있는 거죠. 누드가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의미가 있잖아요. 누드라는 것은 가장 인간적이면서 가장 자연적인 것일 수도 있는거에요."

전시 중인 작품
▲ 국제누드드로잉아트페어 전시 중인 작품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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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중인 작품
▲ 국제누드드로잉아트페어전 전시 중인 작품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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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춤> 공연 후, 전시관 바깥에서 또 다른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세월호-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제목의 퍼포먼스다. 커다란 비닐 안에 갇힌 김석환(카니) 작가가 침몰하는 배 안에서 빠져나오려 노력하는 비극적인 장면을 즉석에서 연출했다. 이전엔 전시회 개막일에 다같이 막걸리를 마시기도 했지만, 올해는 그런 자리를 만들지 않는단다. 대신에 음료수와 떡을 먹으면서 전시회 개막을 축하했다. 김묵원 작가가 예년과는 다른 이번 전시회의 의미에 대해서 말했다.

"여기 참여하는 예술인들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있어요. 예술인들이 전시하고 공연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그 안에서 예술인들이 의식을 갖고 사회의 아픔, 역사의 아픔을 같이 공감하려고 하는 거예요. 이 참사를 잊지 않고 예술로 승화시켜서 기억하려고 하는 거죠."

▲ 국제누드드로잉아트페어 김석환 작가의 퍼포먼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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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국에 무슨 누드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세월호참사를 잊어선 안 된다. 더불어 예술의 힘으로 문제의식을 표현하고, 관객들에게 위로를 전달하고자하는 작가들의 노력도 눈여겨 봐야한다. 아름다운 그림과 퍼포먼스를 통해 세월호를 다시 기억하고, 잠깐이나마 위로를 전달 받으면 어떨까. 예술의 힘은 타인을 위로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제 누드 드로잉 아트페어는 지난 8일 개막해 오는 13일 마무리 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덧붙이는 글 | <국제 누드드로잉 아트페어>
2014년 7월 8일 ~ 7월 13일
안산 단원미술관 경기도 안산시 충장로 422 (031-481-0504)



태그:#누드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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