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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과 '조선 민족은 게으르다'는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문 후보자는 지명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문창극 칼럼서 "식민지배 우리 탓도 있다" 주장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2011년 교회 강연장에서 문창극 후보자가 일제 식민지배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고 있다.
▲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2011년 교회 강연장에서 문창극 후보자가 일제 식민지배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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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 11일 <뉴스 9>에서 문창극 후보자의 특강 동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2011년 6월,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 특강에 나선 문 후보자는 식민지배를 '하나님의 뜻'으로 표현했다.

문 후보자는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 라고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 속으로"라며 "아까 말했듯이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너희들은 이조 5백년 허송세월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강연에서뿐만이 아니었다. '문창극 칼럼'에서도 일제 식민지배에는 우리의 잘못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일제 침략에 의한 식민지배는 우리 탓도 있다는 <중앙일보> 2010년 8월 31일자 문창극칼럼
 일제 침략에 의한 식민지배는 우리 탓도 있다는 <중앙일보> 2010년 8월 31일자 문창극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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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와 관련해) 지난 100년 동안 우리는 일본만을 탓하며 지내왔다. 그렇다면 우리의 잘못과 못남은 없었는가? 우리의 잘못은 덮어두고 남의 탓만을 하는 마음이 올바른가? …(중략) 일본 탓은 이제 그만하면 족하다. 언제까지 남의 탓만 할 것인가… (중략) 이제부터는 우리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으며 다시 그런 수치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우리의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 문창극 칼럼 '수치의 옷을 이제 벗자(2010년 8월31일)' 중

2010년 8월 31일 게재한 '문창극칼럼' '수치의 옷을 이제 벗자'에서 문 후보자는 식민지배와 관련해 "우리의 잘못과 못남은 없었는지"를 묻고는 "우리의 잘못은 덮어두고 남의 탓만을 하는 마음이 올바른가"라고 주장했다. 이는 KBS가 공개한 강연에서의 발언이 우발적 실수가 아님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총과 칼을 앞세운 일제의 강제합병으로 인한 식민지 편입 과정에서 '우리의 잘못'을 찾아야 한다는 역사관은 일본의 식민사관에 다름 아니다. 이는 2013년 4월 일본 참의원에 출석한 아베 총리의 "침략이라는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한 주장과 유사하다.

총리 후보자의 민족 비하 조선 민족은 게으르고 남 신세지는 DNA라고 주장한 문 후보자
▲ 총리 후보자의 민족 비하 조선 민족은 게으르고 남 신세지는 DNA라고 주장한 문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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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강연에서 문 후보자는 우리 민족에 대해 비하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 후보자는 "조선 민족의 상징은 아까 말씀드렸지만 게으른 거야.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거, 이게 우리 민족의 DNA로 남아 있었던 거야"라고 발언했다.

문 후보자가 지명됐을 때 일각에서는 그를 합리적 보수로 묘사했다. 그런데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인물이 1950년 전쟁의 폐허 속에서 나라를 재건했고, 1970~1980년대에는 세계가 놀랄 정도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 민족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게으르고, 남 신세지기 좋아하는 민족으로 폄훼할 수 있다는 말인가.

더욱 놀라운 대목은 그가 게으르고 신세지기 좋아하는 나라의 총리 후보자로 지명돼 함박웃음을 짓고 기자회견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당파적 시각, 위험한 역사관, 더 문제 있는 민족관

문창극 후보자의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역사관과 '조선 민족은 게으르다'는 민족관이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에 논란이 됐던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칼럼에 기름을 들이부은 격이 됐다.

당장 야당에서는 그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금태섭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 총리 후보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반민족적 망언"이라고 강력히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와 사과를 공식요구하고 나섰다.

총리 지명자가 '식민사관'을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은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다.

거센 비판여론을 고려한다면 문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서기 어려울 듯싶다. 안대희 후보자에 이어 연속 두 번째, 김용준 후보자까지 고려한다면 박근혜 정부 집권 1년 반 동안에 총리 후보자가 세 번째 물러나는 '인사 대참사'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10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문창극 후보자 지명 사실을 전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많아 인선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문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보면 청와대는 장고 끝에 최악수를 둔 모양새다.

세월호 대참사에 대한 대처 미흡과 총리 후보자에 대한 거듭된 검증 실패. 박근혜 정부의 국정 난맥상을 여지없이 노출 시키고 있다.


#문창극#박근혜#하나님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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