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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는 한수원 소유 경주 양남면 상계리 97번지. 이곳은 송전탑이 직선으로 가는 위치다. 상계리 주민들은 한전이 설계변경으로 이 한수원 땅을 피해 마을쪽으로 송전탑을 건설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는 한수원 소유 경주 양남면 상계리 97번지. 이곳은 송전탑이 직선으로 가는 위치다. 상계리 주민들은 한전이 설계변경으로 이 한수원 땅을 피해 마을쪽으로 송전탑을 건설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 박석철

한전이 경북 경주시 외동읍 입실리에서 울산 북구 대안동까지를 연결하는 345kV 송전탑 공사를 진행하던 중 당초 주민설명회 때의 위치와 달리 경주 양남면 상계리 구간에서 돌연 설계를 변경해 공사를 시작하자 구암사와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기사(관련 기사 : 일렬로 오던 송전탑, 경주 상계리에서는 왜 꺾였나)와 관련, 송전탑이 돌연 'ㄱ'짜로 꺾여 건설되는 것이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 땅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건설중인 송전탑의 철거와 당초 설계대로 송전탑 위치를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계리 주민과 구암사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010년 주민설명회 때 상계리가 아닌 양남면 신대리에 송전탑을 건설하는 안을 밝혔다.

하지만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해당부지인 양남면 신대리 산 240번지와 374번지는 지난 1970년대 말 한전이 매입한 후 2001년 회사분할로 현재 한수원이 소유권자다. 또한 인접한 상계리 97번지도 역시 한수원이 소유권자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결국 한수원 땅에 송전탑이 건설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초의 설계를 변경해 공사를 하는 것"이라면서 "주민들은 송전탑으로 피해를 입어도 되고 한수원은 피해를 입으면 안 되는 것이냐"며 항의하고 있다.

특히 구암사와 주민들의 민원제기로 관할 경주시가 공문을 통해 한전 측에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6.4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6일 한전 측이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헬기를 동원해 건설 자제를 현지에 실어나르면서 주민들이 제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직선으로 오던 송전탑 건설 한수원 땅 피해 갑자기 'ㄱ'자로 꺽여

 경주 양남면 상계리 구암사 법공스님이 손가락으로 경주 방향에서 당초 오기로 되어 있던 신대리 쪽을 가르키고 있다. 사진에서 스님의 머리쪽에 있는 송전탑이 울산에서 건설해오는 11번까지의 송전탑이다. 하지만 오른쪽한수원 땅을 피해 왼쪽으로 꺽여 건설된 13번 송전탑이 보인다. 12번 송전탑은 땅의 위치상 사진에 보이지 않고 있다.
경주 양남면 상계리 구암사 법공스님이 손가락으로 경주 방향에서 당초 오기로 되어 있던 신대리 쪽을 가르키고 있다. 사진에서 스님의 머리쪽에 있는 송전탑이 울산에서 건설해오는 11번까지의 송전탑이다. 하지만 오른쪽한수원 땅을 피해 왼쪽으로 꺽여 건설된 13번 송전탑이 보인다. 12번 송전탑은 땅의 위치상 사진에 보이지 않고 있다. ⓒ 박석철

한전은 월성 원자력 2, 4호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용역에 착수해 2011년 7월부터 경주시 외동읍 입실리에서 울산 북구 대안동까지를 연결하는 345kV 송전탑 공사를 경주와 울산 양 방향에서 동시에 건설해 왔다.

경주 양남면 구암사와 상계리 주민들, 한전 측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013년 3월 상계리 주민설명회를 갖고 이 지역의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2010년 설명회와는 달리 상계리 인근으로 건설되는 안이 나왔고, 막상 공사를 시작하자 이마저도 해당 부지 소유자인 양남영농개발의 청와대 민원 제기로 다시 구암사와 상계리 마을 인근으로 변경됐다.

민원을 제기해 송전탑 위치를 변경하는데 성공한 양남영농조합 대표는 "이곳 땅을 살 때 '송전탑이 들어오는 일은 없다'는 말을 믿고 개발을 시작했지만 어느 날 개발지에 송전탑이 건설돼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며 "당시 한전 측과 협상을 벌였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에서 한전 측에 '상계리 374번지 쪽(한수원 땅)으로 건설하면 직선거리가 될 것이다'고 제안했지만 한전 측이 보상비 문제 등을 들어 거절해 현재의 위치(구암사와 상계리 마을)로 변경돼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대안동에서 1번부터 11번까지 오던 송전탑은 직선인 한수원 땅을 피해 'ㄱ' 자 형태로 꺽이는 기형적인 구도로 12번과 13번을 건설했고 14번은 주민들의 반발로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구암사 법공스님은 "지난 2010년 주민설명회에서는 양남면 신대리로 건설된다던 송전탑이 돌연 설계 변경돼 꺽인 것이 이상해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니 그 곳에 한수원 땅이 있었다"며 "월성 원자력 2, 4호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탑이 공급당사자인 한수원 땅을 피해가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한전 측은 지난 2013년 3월 양남면사무소에서 상계리 주민설명회를 가졌지만 당시 주민설명회에는 상계리 주민은 이장 한 명만 참석하고 나머지는 한전 측 직원과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 등 십수 명 만이 참석했다"며 "대다수 주민들은 송전탑의 위치가 변경되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법공스님은 "송전탑 설계 변경 문제가 6.4지방선거 전 출마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경주시에서도 현장에 달려와 '한전 측에 공사를 중단시키는 공문을 보냈으니 안심하라'고 했다"며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 마자 오늘(6일) 헬기가 자제를 나르고 있다"고 밝혔다.

스님은 그러면서 "전기를 공급하는 주체인 한수원의 땅은 송전탑을 피해가야 하고 주민들은 송전탑을 맞닥뜨리도록 하고 있다"며 "어느 나라 정부가 이런 행정을 펴겠나"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한전 대구경북개발지사 측은 "한수원 땅이라서 피해가는 것은 아니며 송전탑을 건설할 때 누구 땅인지 봐가며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며 "해당 부지가 한수원 땅이라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고 주장했다.


#경주 상계리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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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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