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좀 그랬는데 오늘은 정상궤도예요. 상당히 분위기가 반전돼서, 고 후보님은 지금 강남 서초 쪽에서 유세…"
"본부장님, 후보님 오늘 거리유세 안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져 듣고 있던 홍보팀장이 황급히 총괄본부장의 말을 잘랐다. 선거사무실에서 기자들에게 고승덕 후보의 유세일정을 설명하던 우상길 총괄본부장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아니 그래도 강남 쪽 가신 건 맞잖아, 사람들 만나러 돌아다니시는 거잖아." "예. 그건 그런데..." "그럼 유세 맞지 뭐." 이어 홍보팀장이 말했다. "본부장님, 사무실로 잠깐만..."

"고승덕 후보 강남 쪽에서 조용히 돌고 계신다"

큰사진보기
▲  2일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에 위치한 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 선거사무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캠프 측은 고 후보의 공식 유세일정이 전혀 없다고 밝혔으나,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고 후보는 소수 참모진들과 함께 이날 오전 강남구 쪽을 돌며 사실상 '조용한 유세'를 하고 있었다.
ⓒ 유성애	관련사진보기

교육감 선거를 이틀 앞둔 2일 오전, 친딸이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을 올려 곤경에 처한 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에 위치한 고승덕 후보 선거사무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전화를 받는 직원과 캠프관계자 3~4명 외에는 사람들도 잘 보이지 않았다. 홍보팀장 등 참모진들도 사무소 내 '관계자 외 출입금지'란 종이가 붙은 방을 들락거리며 회의하기에 바빴다. 사무실 오른쪽에는 '(선거) D-02'란 글자가 큼직하게 붙어있었다.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 고승덕 후보 전 부인의 딸 캔디 고(27)씨가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파문이 일었다(관련기사: 고승덕 딸 "자식 교육 방치한 아버지, 교육감 자격 없다").

고 후보는 다음날인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 캠프 쪽의 정치공작이 의심된다"며 후보직을 사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막판 '표심잡기'에 나선 타 후보들과 달리 고 후보 측은 2일 공식 유세일정을 잡지 않았고 밝혔다. 캠프 측은 또 선거 전까지 기자회견 등 선거관련 공식 일정도 전혀 없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공식적인 유세일정이 중단된 만큼 참모진들은 을지로3가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보자의 유세 동선을 짜는 신진호 단장은 "후보와 함께 다니며 유세하는 사무원들은 무한대기상태"라며 "저희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신 단장은 "제가 원래 동선을 짜고 총괄하는 역할인데 못 하고 대기 중"이라며 "어제 기자회견 후에는 저희도 직접 뵌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 후보의 캠프에서는 고 후보의 유세 일정이 없다고 했지만,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고 후보는 소수 참모진만을 대동한 채 이날 오전 강남구 쪽을 돌며 비공개 유세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의 모습은 감춘 채 사실상 '그림자 유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캠프 관계자들은 여론을 의식한듯 '유세'라는 단어의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강남 쪽부터 조용히 돌고 계신다, 하지만 1:1인터뷰나 이런 건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캠프 측 "공식유세는 아니고, 선거운동원 격려 차..."

큰사진보기
▲  2일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에 위치한 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 선거사무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홍보팀장 등 참모진들도 사무소 내 '관계자 외 출입금지'란 종이가 붙은 방을 들락거리며 회의하기에 바빴다.
ⓒ 유성애	관련사진보기

큰사진보기
▲  캠프 측 상임본부장은 사무소 내 벽에 붙은 고승덕 후보의 과거 사진들을 가리키며 "후보님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그는 "저도 고 후보님과 같은 교회를 다니는데, 교회에서 강의하실때도 가족사가 나오면 마음 아파하셨다"며 "저게(사진) 연출된 거겠나, 후보님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덧붙였다.
ⓒ 유성애	관련사진보기

사무실에서 만난 홍보팀장은 "(고 후보가) 공식유세는 아니고 개인일정을 소화한다"고 했지만 내부 정리가 되지 않은 듯 참모진들의 말이 모두 달랐다.

"바빠서 사무소는 못 오시지만 거리유세는 계속 하신다"고 말하던 홍아무개 본부장은 홍보팀장과 따로 얘기를 한 뒤 입을 닫았다. "(고 후보가) 강남 서초구 쪽에서 유세"한다던 총괄본부장도 내부회의를 하고 온 뒤 "강남 쪽은 맞는데 유세가 아니라 선거운동원들 격려"라고 말을 바꿨다.   

홍 본부장은 사무소 내 벽에 붙은 고승덕 후보의 과거 사진들을 가리키며 "후보님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사무소 뒤쪽에는 고 후보가 어린이집 일일교사체험·외고 및 대학강의 등 과거 활동한 사진들이 붙어있었다. 그는 "저도 고 후보님과 같은 교회를 다니는데, 교회에서 강의하실때도 가족사 얘기 나오면 마음 아파하셨다"며 "저게(사진) 연출된 거겠나, 후보님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덧붙였다.

후보 지지자로 보이는 남성 2명이 사무소 뒤편에 앉아 조용히 얘기를 주고받았다. 지지율을 걱정하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서, 선거를 앞둔 캠프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래도 지지율에 큰 변화는 없죠?"
"가족사니까…. 잘 될거야,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