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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지사후보와 곽정근 회장이 손을 잡고  서로를 격려하고있다
 안희정 지사후보와 곽정근 회장이 손을 잡고 서로를 격려하고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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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먼저 찾아 봬야 하는데 죄송합니다."(안희정 후보)
"감사 인사를 이제서야 드리게 돼 죄송합니다."(곽정근 공주 민간인희생자 유족회장)

30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국민은행 앞. 안희정 새정치연합 충남도지사 후보와 같은 당 이수연 태안군수 후보 등의 정당 연설회가 예정돼 있었다. 안 후보가 연설을 위해 유세 차량으로 가던 중 한 노신사와 마주섰다. 첫 만남이었지만 이들은 한동안 서로 맞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서로 마주한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아 보였다. 잠시 숙연한 침묵이 이어졌다. 안 후보는 정중히 인사한 후 다시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짧고도 긴 첫 만남이었다.

안희정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안희정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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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를 처음 만난 노신사는 곽정근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공주유족회장(82)이었다.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가 고향인 곽 회장은 안 후보가 고향 태안에서 유세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자택이 있는 서울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오전에 도착한 곽 회장은 선산에 다녀온 후 안 후보의 얼굴을 보기 위해 아스팔트길에 쪼그려 앉아 한참을 기다렸다고 한다.

안 후보와 무슨 인연이 있었던 걸일까? 곽 회장의 형은 1949년 보도연맹과 관련이 됐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 공주 교도소에 수감된 그의 형은 만기 출소를 앞두고 연락이 끊겼다. 6·25전쟁이 발발한 직후였다. 후에 알아보니 그의 형은 1950년 7월 9일께 공주형무소에 수감된 정치범들과 함께 군인과 경찰에 의해 인근 공주 왕촌 야산으로 끌려가 집단 학살된 후 암매장됐다. 희생자는 약 500여 명.

집단희생자들의 유해를 수습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같은 해 이곳에서 317구의 희생자 유해를 수습했다. 하지만 발굴 도중 인근에서 수십여 구의 유해가 추가 발견됐다. 하지만 나머지 유해에 대해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수습하지 않았다. 곽 회장 등 유족들은 정부와 공주시를 오가며 유해수습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5년 가까이 유해가 방치됐다.

안희정 후보의 연설을 듣던 태안군민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안희정 후보의 연설을 듣던 태안군민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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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회장 등 유족들의 하소연에 귀 기울여준 사람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였다. 충남도는 지난 해 초 안 지사의 지시로 추경예산에 유해 수습비용으로 3000만 원을 배정하고 공주시를 통해 이를 집행하도록 했다. 이렇게 늦게나마 추가 수습된 유해는 61구였다.

곽 회장은 이날 "남아 있는 유해를 수습하지 못해 하루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며 "안 지사가 정부도 외면하던 유해수습에 발 벗고 나서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으로만 갖고 있던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오늘 유세 소식을 듣고 달려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곽 회장과 짧지만 의미 있는 첫 만남을 가진 안 후보는 연설을 통해 "좌익이라고 친북, 종북, 좌빨이라고 나누는데, 2014년 충청 대표선수 안희정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준다면 좌우가 아닌 화합과 소통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 회장을 비롯 주변 시민들의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6.4지방선거, #안희정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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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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