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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배를 바라보며,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와 그 유가족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생사를 결정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정치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더 이상은 지켜보기만 할 수도,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 청소년 투표 선언문 중에서

또래 친구들이 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속수무책으로 가라앉는 것을 보면서 더욱 절박해졌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에게 메어있을 수만은 없었다. '1618 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아래 1618시민연대) 회원들은 청소년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찾기 위한 발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1618시민연대는 '6·4지방선거 청소년 투표' 시작을 알리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행동하고, 움직이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1618시민연대는 '6·4지방선거 청소년 투표' 시작을 알리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행동하고, 움직이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 1618 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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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시민연대는 '6·4지방선거 청소년 투표' 시작을 알리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행동하고, 움직이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9일(5월 17일~25일) 간의 청소년 투표를 통해 청소년도 직접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주체임을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서울, 경기도, 인천, 대구, 광주에서 진행한다.

'1618시민연대'는 교육감선거 만 16세, 기타선거 만 18세로 선거연령 하향조정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그동안 릴레이1인 시위, 서명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실제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성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모의 투표' 형식을 빌려 청소년들의 의사를 직접 반영해 보기로 했다. 선거권 연령제한이 낮춰질 때까지 다음 총선과 대선을 바라보며 시작한 행동이다. 지난 23일 '1618 시민연대' 대표 최훈민(19)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납득하기 어려운 선거연령 만 19세... 직접 행동으로 나섰다

 ‘1618 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 최훈민 대표.
 ‘1618 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 최훈민 대표.
ⓒ 김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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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권 하향조정 논의가 있었다. 민주당에서 제출한 것으로  선거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은 심신의 미성숙을 근거로 제시하며 선거권 연령을 낮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반대했다.

"전세계의 232국 중 92.7%(215국), OECD 국가 중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선거연령을 18세 이하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18세 청소년들이 다른 나라 청소년들에 비해 정치적으로 미성숙하고 무능력하다는 판단의 근거가 뭔지 되묻고 싶다."

최훈민 대표는 정개특위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만 18세 청소년들이 미성숙하다고 한  새누리당의 입장에 대해서 유감을 나타냈다.

"군 입대, 공무원 임용, 주민등록증 발급, 운전 면허 취득 자격 등 국가적 행위에서 만큼은 만 18세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선거권에 한해서만은 만 19세 이상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나이만을 이유로 선거권을 배제시키고 선거 과정에 어떤 목소리도 낼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선거가 보통 상반기에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상 대학생 새내기의 70% 정도는 대학생이 되어도 투표권이 가질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그는 "정치적 기본권은 기킨다고 하기엔 부끄러운 정도다"라고 말했다.

'1618시민연대'는 다양한 방법으로 선거연령 하향조정 운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에 어른들의 응답은 없었다. 직접 행동을 결심했다. 스스로 나서서 자신들의 입장을 표현하기로 한 것이다.

"릴레이 1인시위, 국회의원실 방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요구를 전달했다. 하지만 기성세대들은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것 뿐이었다. 요구만 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한지 반성을 했다. 청소년들 스스로 정치적 기본권을 행사하고 국가로부터 배제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6·4지방선거 청소년 투표'를 기획했다. 제도적 한계로 지금은 모의 형식이지만 우리의 권리를 스스로 찾는 작은 발걸음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당찬 행동에 제동을 걸어온 것은 공교롭게도 기성세대들이었다. 청소년 투표를 공식 홍보하기도 전에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왔다. 선거관리위원회였다. 공직선거법 위반의 여지가 있다며 무시무시한 판례들과 선거 규정이 적힌 공문을 보내왔다.

"이해가 안 된다. 공직선거법에 의해 청소년들이 선거권은 배제되었다. 어떠한 선거운동도 할 수 없고, 어떠한 정치적 권리도 배제시킨 법이 공직선거법인데, 처벌은 공직선거법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청소년 투표'가 선거법 위반에 걸리면, 이를 시행한 5개 시도 모두에서 과태료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청소년들에게 수 천만원의 과태료는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다. 27일에 투표 결과를 발표 하기로 한 계획은 결국 지방선거 종료 이후에 발표하는 것으로 선관위와 합의하게 되었다. 발표 시기와 방식은 논의중이다.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참여, 의미 있다"

"지방선거에 참여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청년들의 반응은 아주 호의적이다. 각 지역  후보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고 있다. 주변 친구들에게까지 알려가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모인 선거인단은 1000여명 정도가 된다. 일반적인 여론조사에 비춰 봤을때 청소년 1000명의 응답률은 그 세대의 의견을 대표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최 대표는 선거철에 나타나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정책 결정에서 뿐만이 아니라 선거철에도 청소년들은 유세 대상에서 배제되어 왔다는 것이다.

"선거철에 후보들이 자주 찾아가는 곳은 경로당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있는 곳을 찾는 후보는 보지를 못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사진을 청소년과 사진을 찍는 후보는 있지만, 청소년에게 찾아가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는 후보는 없다. 그렇기때문에 청소년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말도 안 되는 정책들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정치 문화의 변화, 더 나아가 사회 변화의 기반이 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도 사회의 주체로써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등굣길에 학교 앞에서 학생들을 향해 인사하는 정치인들이 생겨야 진짜 교육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슬픔을 나눌 기회조차 박탈하는 현실, 우리가 바꿔 보자

또래 친구들이 세월호 참사로 많이 희생되었다. 기울어져 가는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방송을 믿었던 학생들 그대로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또래 청소년들에게도 큰 충격과 절망감을 안겨 주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의 반성의 목소리와 대한민국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애도의 현장에서도 배제 되어 있다는 것이 최훈민 대표의 의견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청소년들은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하고 있다. 여전히 꼼짝말고 너네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청소년 투표' 제재, 촛불집회 참가자 연행 등을 보면 그러하다. 투표 연령을 낮추는 운동은 이전부터 해 왔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선관위의 압박 속에서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절박함 때문이었다."

  ‘1618 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 홈페이지의 청소년 투표 시행 화면.
 ‘1618 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 홈페이지의 청소년 투표 시행 화면.
ⓒ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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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정치의 문제는 어른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제로 보았다. 더 이상 가만이 있지 않고 사회의 주체로 함께 서기 위해 또래 청소년들에게 지방선거 청소년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큰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저 역시 마찬가지다. 무력함을 많이 느꼈다. 그런 것들을 표출할 수 있는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그런 길에 청소년 투표에 함께 해 주길 바란다. 투표는 25일(일)까지 진행된다.

잠깐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교육감과 시도지사를 뽑는 하나의 작은 움직임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바꿔가보자. 우리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때만이 사회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청소년의 권리를 찾는 청소년 투표에 참여해 주기를 부탁한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홍보를 해주기를 바란다. "

* 가만히 있지 않으려는, 청소년의 작은 움직임, '제1회 6.4지방선거 청소년 투표' 선거인단 참여 및 투표 홈페이지


#6.4 지방선거# 1618 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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