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군 위안부 발언을 보도하는 공영방송 NHK뉴스 갈무리. ⓒ NHK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종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강력히 비난하자 일본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하고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며 "끔찍하고 매우 지독한 인권침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공식 회견에서 이처럼 강도 높게 일본군 위안부를 표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인권을 침해당한 것은 전시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충격적"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신조 총리와 일본 국민은 더욱 솔직하게, 그리고 공정하게 과거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아베 총리의 그릇된 역사 인식을 꼬집었다.
일본 정부 '당혹'... 언론도 비중 있게 보도일본 정부는 당황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 부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아베 총리는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괴로움을 당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매우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며 "정치·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일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위안부 발언을 매우 비중 있게 보도했다. NHK는 "일본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인식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국이 일본 측에 은근히 행동을 촉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나타냈다"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대응과 노력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앞서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는 데 실패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위안부 발언을 통해 아베 총리에 대한 실망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구나 아베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계속 참배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한·일 관계 회복을 바라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