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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과 악수하는 정몽준 6.4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정몽준 의원이 9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노숙자와 쪽방촌 거주자를 위한 해오름 잔치에서 축사를 마친 뒤 정 의원에게 찾아온 노숙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노숙인과 악수하는 정몽준6.4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정몽준 의원이 9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노숙자와 쪽방촌 거주자를 위한 해오름 잔치에서 축사를 마친 뒤 정 의원에게 찾아온 노숙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지난 7일 새누리당의 정몽준 서울시장 경선 후보가 영등포 쪽방촌에서 하룻밤을 잤다고 한다. 그는 "서울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내가 시장이 되면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임대주택 10만 호를 짓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규 주택 공급의 절반이 재건축·재개발인데 이런 사업을 열심히 하고 기존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정몽준 후보는 지난 9일 (사)해돋는마을 등이 노숙인 500여 명을 초청해 서울역 광장에서 연 해오름 잔치에도 참석해 가난한 우리 이웃들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겠다고 했다. 어김없이 찾아온 선거철, 정치인들의 가짜 서민 행보가 시작됐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행된 토론회에서 정몽준 의원은 시내버스요금이 70원이라고 대답하여 많은 국민의 분노를 샀다. 국회의원 재산 순위 1위인 그가 버스를 타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가 매일 같이 만원 버스를 타고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서민의 삶을 진정으로 걱정했다면 국민들이 그렇게 분노했을까?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오직 당선을 위해 정치적 이벤트를 벌이고 거짓말을 일삼다가 그것이 들통나자 화가 났던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어떤 이벤트와 어떤 거짓 공약을 남발할까?

떡볶이·국밥 먹고 쪽방촌 방문... 선거 때만 되면 '친서민 코스프레'

선거 때만 되면 각 후보는 언제부턴가 약속이라도 한 듯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 친서민 코스프레를 한다. 재래시장을 방문하여 떡볶이나 국밥을 먹고, 쪽방 주민들을 찾아가 쪽방 체험을 하며 가난한 사람들과 소탈하고 격의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절망의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당선되고 나면 힘없는 사람들 편에 서겠다는 말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힘 있는 사람들 편에 서서 이들을 대변하느라 가난한 이들은 모른척하기 바쁘다. 짧은 선거운동기간이 끝나면 가난한 이들의 삶은 또다시 철저히 외면당한다.

쪽방 주민들은 선거 때마다 필수코스가 된 쪽방체험이 "불쾌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정치인들이 현장을 살피는 모습에 위로가 되기도 하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고 하니 "혹시, 진짜 달라지려나?"라는 기대감도 있었다고. 그러나 이제는 어떻게 최선을 다하고 어떻게 열심히 할 건지 궁금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고 했다.

선거 때는 정치쇼의 들러리로 쓰이다, 선거가 끝나면 이 사회의 비시민으로 조용히 살아가라고 강요당할 뿐이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선거철만 되면 자신만이 사회적 약자들이 가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나서는 후보들은 과연 알까? 쪽방 주민들이 선거용 이미지 배경으로 쓰일 때조차 열악한 환경에서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도 보장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

임대주택을 지어주겠다고? 이번엔 진짜지?

 영등포 쪽방촌의 한 방.
영등포 쪽방촌의 한 방. ⓒ 이희훈

최근 용산구에 위치한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은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고 한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던 용산 재개발의 움직임이 다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가 다가오니 재벌 정몽준 같은 시장주의자와 박근혜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황식 전 총리가 다시 개발론을 들고 나왔다.

이들은 시세 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 거래가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은 투기자본의 이익만 가져오고, 가계부채로 인한 하우스 푸어만 양산되고 있다. 이런 후보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임대주택을 마련하겠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노숙인 인권상황 보고서에서 전국의 주거 취약계층이 26만 명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응급잠자리 등 긴급 거처가 부족하여 거리 노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 가운데 노숙을 시작한 지 6년이 지나면 10%가 사망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노숙인의 건강권 확보 및 의료복지 서비스 등과 연계한 주택 보급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이처럼 가난한 이들은 주거가 상실되었을 때 건강, 노동, 인권 등의 권리도 함께 상실되지만 정부의 정책은 가난한 이들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입주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보증금과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커 신청조차 포기하는 빈곤층이 대다수다. 이렇다 보니 선거 때마다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이 넘쳐난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도 공공임대주택을 55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고,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은 공공임대주택 120만 호를 짓겠다고 내세웠었다. 그러나 사실 이들은 공공임대주택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주택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민간시장을 더욱 부추기고 있고 공공주택은 축소하거나 연기되는 등 그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

가난한 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주거의 권리보다 시장의 이윤과 개발 이익을 먼저 보장하다 보니,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는데도 빈곤층은 더 저렴한 거처를 찾아 헤매거나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가난한 주거취약계층에게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공급하고 현재 기초법에 명시돼 있는 비현실적인 주거급여도 현실화해야 한다.

집이 없어 길에서 죽어가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곳에서 인간의 권리와 존엄을 잃어버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건 필자의 주장이 아니라,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가난한 이들과 시민들에게 외치던 공공의 약속이었다. 속속 후보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 약속을 꼭 지켜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정숙씨는 건강세상네트워크 빈곤층건강권 사업단에 있습니다.



#인권#건강권#쪽방#선거#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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