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나르 차밭
문나르 차밭 ⓒ 최오균

거지가 없는 풍요로운 땅 남인도

인도를 여행을 하면 할수록 점점 의문 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인도인가 봅니다. 인도를 열 두 번이나 여행을 했다는 어느 여행자가 "인도는 여행을 할수록 알 수 없는 나라예요"라고 했던 말이 상기됩니다. 그러니 내가 몇 번의 인도여행으로 인도에 대하여 글을 쓴다는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나는 느끼는 감성대로 감히 인도에 대한 여행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곳 남인도 께랄라 주를 여행하면서 나는 인도에 대한 또 다른 발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북인도는 어느 여행지를 가나 거리에는 거지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길바닥에, 기차역에, 관광지에... 그래서 인도는 "거지가 많고, 더럽고, 시끄럽다"라고 각인이 되어 있었는데, 이곳 께랄라 주에서는 "1달라"하고 손을 내미는 거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께랄라 주는 인도 서쪽 아라비아 해안을 따라 약 590km에 걸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너비가 좁게는 11km에서 120km로 비좁아 마치 남미의 칠레와 같은 지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대 몬순 기후를 가지고 있는 이 지역은 풍부한 해산물과 연간 4모작까지 가능한 쌀농사, 그리고 문나르 지역의 맛좋은 차 생산 등으로 인도에서 가장 풍요로운 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께랄라 주에는 거지를 볼 수 없습니다.

해발 2000m 서고츠 산맥에서 만난 오색조

버스는 서고츠 산맥의 가파른 비탈길을 헉헉대며 올라가다가 그만 멈추어 서고 말더군요. 다소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합니다. 샌딥의 말로는 버스의 엔진이 너무 달구어져서 엔진을 좀 식혀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 잠시 쉬어 가야 한다고 합니다. 글쎄요. 그 잠시가 얼마나 긴 시간이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고개턱에는 파라솔을 펴고 리어카위에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팔고 있는 노점상이 있군요. 아마 많은 자동차들이 서고츠 산맥을 오르다가 이 고갯마루에서 쉬어 가는 모양입니다. 버스가 멈춰서 엔진을 식히는 동안 나는 서고츠 산맥의 웅장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사진을 찍던 카메라 앵글에 아주 아름다운 새가 잡혔습니다. 온통 푸른 색깔을 가진 아름다운 새!

 서고츠 산맥의 아름다운 새
서고츠 산맥의 아름다운 새 ⓒ 최오균

 서고츠 산맥의 오색조
서고츠 산맥의 오색조 ⓒ 위키백과

"우와~ 너무 예뻐요!"
"저렇게 아름다운 새도 있다니……."

모두들 희귀한 색을 가진 아름다운 새를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버스가 잠시 쉬어가는 틈에 이렇게 아름다운 새를 보다니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는 붉은 꽃가지에 앉아 꿀을 빨아 먹고 있는지, 아니면 벌레를 잡아먹는지 고개를 처박았다가 들곤 했습니다. 이곳 서고츠 산맥에는 큰 부리새(Great hornbill), 오색조(Barbet) 등 희귀 새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바빗 종류인 것 같기도 한데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어떤 새는 목 주위에 빨강, 파랑, 노란 색을 띠고 등에는 초록색깔을 띤 것도 있습니다. 나중에 호텔에서 위키 백과를 검색해 보니 얼굴붉은 바빗(Crimson-fronted Barbet)이라고 쓰여 있군요. 우리는 그 아름다운 새들을 넋을 잃고 한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는 거의 한 시간 동안 엔진을 식히고 나서야 다시 출발을 했습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스마트폰은 참으로 편리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와이 파이가 있는 지역에서는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조회와 검색을 할 수 있고, 또 카카오톡을 통해 무료 채팅과 보이스톡으로 소통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130년 전통 타타그룹... 정치자금은 전혀 안 내

버스가 고개턱을 넘어서자 푸른 차밭이 끝없이 펼쳐졌습니다. 해발 2000m 문나르 고지에  이렇게 아름다운 차밭이 있을 줄이야! 버스는 어느 교회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섰습니다. 나는 버스에서 내려 언덕에 세워진 교회로 올라가 고지에 펼쳐진 푸른 차밭을 바라보았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차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군요. 찻잎을 딴 여인들이 머리에 차를 이고 푸는 차밭 사이로 걸어오고 있습니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입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손으로 차를 딴 여인들은 매우 고단하겠지요.  

 타타그룹에서 경영하는 남인도 께랄라 주 문나르 차밭
타타그룹에서 경영하는 남인도 께랄라 주 문나르 차밭 ⓒ 최오균

문나르 차밭은 인도에서 가장 큰 기업인 타타 그룹의 소유라고 합니다. 타타그룹은 'Tata'라는 브랜드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지금 우리가 타고 가는 버스도 타타그룹에서 만든 자동차입니다. 인도의 모든 버스는 거의 타타그룹에서 생산을 할 정도로 거대한 기업입니다.

위키 백과를 검색해 보니 타타그룹은 총자산 1072억 달러, 연간 매출액 1050억 달러, 순이익 230억 달러, 종업원 45만5000명(2013년 기준)에 달한다고 기록되어 있군요. 130년 전통을 자랑하는 타타그룹은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국민기업이라고 합니다.

 타타그룹 회장 라탄 타타
타타그룹 회장 라탄 타타 ⓒ 위키백과
매년 1억 달러 이상을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하여 사회에 환원을 하는 타타그룹은 온 국민들의 존경을 온 몸에 받고 있다고 합니다. 기업의 이익보다는 사회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타그룹이 사회에 환원하는 금액은 어마어마하지만 정치자금은 전혀 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타타그룹은 24개 항목의 윤리강령을 성문화하여 타타 직원이 되면 반드시 서명을 하여 지키도록 한다고 합니다. 윤리강령의 첫번째 항목은 "타타 회사의 모든 행동은 활동중인 국가의 경제적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뇌물 제공습득금지, 정치참여금지, 친척이 있는 회사가 타타 계열사들과 거래관계를 맺게되면 먼저 신고를 하고 회사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등 직원의 이해와 회사의 이해가 상충되는 부분에 대하여 아주 세밀하게 규정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엄격한 윤리강령 대신 직원 복지는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타타직원이 순직했을 경우에는 유가족들이 100퍼센트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순직이 아닐 경우에도 배우자 또는 자녀에게 고용을 장려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복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타타그룹에서 인도의 젊은이들이 꿈을 펼치며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이 그들의 로망이라고 합니다.

 타타그룹에서 생산한 국민차 나노
타타그룹에서 생산한 국민차 나노 ⓒ 위키백과

인도의 부자들은 불신으로 가득 찬 우리 모습과는 달리 대체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기업이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수익을 낸 만큼 가난한 자들에게 베풀 줄 아는 자비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이익을 가난한 이들에게 봉사를 하는 것이 곧 신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 부자의 선두 주자인 비를라 그룹은 학교를 400개나 세워 교육 사업으로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을 하고 있습니다. 남인도 최고의 체띠아 상인 카스트인 무르가빠그룹은 매년 이윤의 1.5%를 기부하고 학교와 병원을 설립하여 운영을 하고 있고, 자이나교의 상인 카스트인 파트니그룹은 기업 이윤의 10퍼센트를 매년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인도의 부자들은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어서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또 설사 사회에 환원을 하지 않는 부자들이 있다고 하여도 인도의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인도사람들 마음속에는 카르마, 즉 윤회사상이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인도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처지를 절대적으로 받아들이지 남과 상대적으로 비교를 하여 불만을 터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세의 가난과 고통은 전생의 업으로부터 연유된 것이고, 반대로 현세의 부와 명예는 전생에서 그만큼 남을 위해 베풀고 영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있군요. 종소리는 문나르 차밭으로 흘러내려 갑니다. 새로 지은 듯 한 교회는 프란시스 선교회 소속 교회인 것 같습니다. 이곳 께랄라 주는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무려 19%나 된다고 합니다. 인도 속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지요.

 타타가 생산하는 차
타타가 생산하는 차 ⓒ 위키백과

문나르 지역에서 생산되는 차는 '닐기리'라는 브랜드를 가진 홍차로 서고츠 산맥의 독특한 기후 때문에 맛이 아주 좋다고 하는군요. '문나르(Munnar)'란 지명은 드라비다어로 'Munu=3', 'aaru=강'이란 뜻으로, 이 지역은 실제로 무티라 푸라 강, 날라타니 강, 쿤다리 강 등 3개의 강이 합수되는 지역입니다.

문나르 차밭에서 우리는 다시 타타 버스를 타고 마두라이로 향했습니다. 고원지대에 펼쳐진 끝없는 차밭을 지나 문나르 다운타운 어느 호텔에서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마살라 향이 짙게 풍기는 남인도 음식을 먹다보니 어느새 내 마음도 남인도 사람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문나르 위치도
문나르 위치도 ⓒ 최오균

덧붙이는 글 | 이 여행기는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13일까지 여행을 한 내용입니다



#타타그룹#남인도 기행#문나르 차밭#인도의 부자들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이야기, 여행, 작은 나눔, 영혼이 따뜻한 이야기 등 살맛나는 기사를 발굴해서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