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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광지역 경제회생 및 워터월드 축소 철회를 위한 범주민 결의대회'에 등장산 피켓들.
'폐광지역 경제회생 및 워터월드 축소 철회를 위한 범주민 결의대회'에 등장산 피켓들. ⓒ 성낙선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광부가 되어 탄 캐고 동발 지길 어언 수 삼년 /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탄광에 묵히면 그만이지 /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검은 옷에 실려 간 꽃다운 이내 청춘 – 광부가"

강원도 폐광지역 주민들이 크게 노했다. 정부가 '강원랜드 워터월드' 개발 사업이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사업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워터월드 사업 원안 추진' 등 폐광지역 경제 회생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정부는 공공기업 구조 개혁 차원에서, 지금까지 나타난 강원랜드의 방만한 경영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폐광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그와 같은 정책이 폐광지역 주민들이 처한 현실을 잘 모르는 무책임한 대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폐광지역 주민들은 워터월드가 현재 도박사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강원랜드를 종합리조트로 변모시킬 거라는 기대를 안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감사원이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워터월드 사업에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의견을 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갈등이 일고 있다.

위터월드는 이미 시공사가 정해진 상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터 강원랜드 부지 안에 3만여㎡ 규모의 실내외 물놀이 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하지만 감사원이 최근 강원랜드를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에서 강원랜드의 부실을 지적하고 나서자, 사업 시행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집회는 그동안 폐광지역에 쌓인 한이 한꺼번에 분출하는 양상을 보였다. 주민들은 정부와 강원랜드를 향해 오랫동안 억눌러 왔던 화를 터트렸다. 주민들의 분노는 애초 '워터월드'에서 비롯됐지만, 지금은 그 불길이 폐광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 전체로 옮아가고 있다.

 "강원랜드 워터파크 사업은 원안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강원랜드 워터파크 사업은 원안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 성낙선

"강원랜드는 더 이상 우리의 희망도 미래도 아니다"

고한·사북·남면지역살리기공동추진위원회(아래 공추위)는 18일 정선군 사북읍 뿌리관 광장과 강원랜드에서 '폐광지역 경제회생 및 워터월드 축소 철회를 위한 범주민 결의대회'를 갖고, 정부가 '워터월드 사업 축소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앞으로 대정부 투쟁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공추위는 이날 집회 현장에서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강원랜드는 폐광의 절망 속에서 찾아낸 한 줄기 빛이자 희망이었다"고 말하고 나서, 그런데 지금 "강원랜드는 더 이상 우리의 희망도 미래도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탄했다.

공추위는 그 이유 중 하나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강원랜드의 방만한 경영은 근본적으로 강원랜드에 '낙하산 인사들'을 내려 보낸 정부에 책임이 있음을 강하게 피력했다. 낙하산 인사의 "무자격, 무능력, 무책임, 무원칙"이 방만 경영의 근본 원인이라는 얘기다.

공추위는 "(정부가) 리조트와 카지노 산업에 대한 전문성은 고사하고 지역 사회에 대한 이해조차 턱없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들을 최고위 경영진으로 내려 보내며 강원랜드의 부실과 방만 경영을 부채질해 왔다"고 지적했다.

 '폐광지역 경제회생 및 워터월드 축소 철회를 위한 범주민 결의대회' 현장.
'폐광지역 경제회생 및 워터월드 축소 철회를 위한 범주민 결의대회' 현장. ⓒ 성낙선

공추위는 이어서 "역대 (강원랜드) 사장들의 행보가 대부분 감옥행 아니면 선거판으로 이어진 것만 보더라도 낙하산 인사들의 자기 보신과 제 살 길 찾기 행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여실히 알 수가 있다"며, "구린 게 많고 사욕에 눈이 멀어 있으니 정부에 대한 눈치 보기는 당연한 일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지역주민 우선고용, 지역 업체 발굴과 육성, 소외계층 지원, 지역개발사업 지속 추진과 같은 (강원랜드) 설립의 기본 취지와 대의명분은 이미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한 뒤, "이것이 설립 17년차에 접어든 강원랜드의 슬픈 현실"이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무책임한" 정부를 향한 비난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공추위는 "폐광 지역과 강원랜드가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감내해 내며 마련한 소중한 재원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느냐"고 묻고는, "지금까지 국세와 각종 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무려 3조 원이 넘는 이익금을 중앙정부가 가로채 갔다"고 말했다.

공추위는 또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 구조 개혁'에도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공추위는 공기업 구조 개혁은 "강원랜드의 현실을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한 것으로, "정작 감사를 해야 할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힘없고 만만한 강원랜드도 워터월드 사업"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폐광지역 경제회생 및 워터월드 축소 철회를 위한 범주민 결의대회. 거리 시위에 나선 집회 참가자들.
폐광지역 경제회생 및 워터월드 축소 철회를 위한 범주민 결의대회. 거리 시위에 나선 집회 참가자들. ⓒ 성낙선

"하루 종일 파리만 날리는 시절이 14년째 계속되고 있다"

 고한·사북·남면지역살리기공동추진위원회, 최경식 위원장.
고한·사북·남면지역살리기공동추진위원회, 최경식 위원장. ⓒ 성낙선
이날 집회에서 공추위 최경식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폐광지역에 어떠한 정책도 비전도 없는" 정부가 "지역경제 회생의 유일한 대안인 강원랜드마저 농단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강원랜드를 좌지우지하며 지역경제 회생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훼방만 놓고 있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하고 나서,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죽음을 불사하며 제2의 생존권 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또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경제 회생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으로서 지역개발과 경제회생에 대하여 무한한 책임이 있"는데도 "작금의 현실은 (강원랜드가) 지역주민 위에 군림하며 정부의 눈치나 살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집회에는 최승준 정선 군수도 자리를 함께 했다. 최 군수는 이날 집회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강원랜드가 2000년에 설립되고 14년이 지난 지금, 강원랜드는 1년 매출이 1조 2천억 원, 순수익이 4천억 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으나, "(정선의) 도한시장에 사북시장에 하루 종일 문을 열고 있어 봐야 파리만 날리는 시절이 14년째 계속되고 있다"는데 분통을 터트렸다.

그리고 집회에 참여한 주민들을 향해서는 "우리가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폐광지역지원특별법 제정 계기가 된) 3.3투쟁에 피눈물을 흘렸나"라고 묻고, "다시는 우리 후대들에게 이런 아픈 나쁜 역사를 물려지기 않기 위해서 끝까지 투쟁할 것"을 호소했다.

 '폐광지역 경제회생 및 워터월드 축소 철회를 위한 범주민 결의대회', 거리 행진에 나선 집회 참가자들.
'폐광지역 경제회생 및 워터월드 축소 철회를 위한 범주민 결의대회', 거리 행진에 나선 집회 참가자들. ⓒ 성낙선

집회는 1천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넘게 지속됐다. 집회는 뿌리관 광장에서 시작돼, 강원랜드에서 정리됐다. 주민들이 시내를 행진해 강원랜드 앞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민들은 "강원랜드가 폐광 지역의 경제 회생이라는 설립의 기본 목적을 다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는 각오다.

공추위는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1995년 폐광지역지원특별법을 제정할 당시 폐광지역 주민들이 전개했던 '3.3투쟁(사북사태)'의 맥을 이어, 박근혜 정부가 주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때까지 '대정부 투쟁'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폐광지역 경제회생 및 워터월드 축소 철회를 위한 범주민 결의대회', 강원랜드를 향해 언덕을 걸어오르는 집회 참가자들.
'폐광지역 경제회생 및 워터월드 축소 철회를 위한 범주민 결의대회', 강원랜드를 향해 언덕을 걸어오르는 집회 참가자들. ⓒ 성낙선



#강원랜드#워터월드#폐광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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