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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야호 유람선
도야호 유람선 ⓒ 이상기

겨우 시간을 맞춰 도야호 유람선을 타다

도야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도오 자동차도로를 타고 빨리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36번과 37번 지방도를 이용, 해안길을 따라 자연을 즐기며 천천히 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빠른 자동차도로를 탄다. 그러면 사십여 분만에 도야 호수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2시에 떠나는 유람선 시간에 맞추기 위해 버스기사가 속도를 낸다. 중간에 우수산과 쇼와신산이 보인다. 이들은 도야 호수 남쪽에 있는 대표적인 활화산이다.

버스가 서두른 탓에 우리는 2시 도야호 유람선에 겨우 오를 수 있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도야호는 얼지 않았다. 이곳의 위도라든지 최저기온 등을 고려할 때 얼어붙어야 하는데, 얼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지하에서 따뜻한 물이 분출되기 때문에 얼지 않는 것 같다. 우리가 배에 오르자 유람선은 바로 출발한다. 출발 후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한국어다. 홋카이도에는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오기 때문에, 우리말과 글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도야호 한 가운데 있는 나까지마섬
도야호 한 가운데 있는 나까지마섬 ⓒ 이상기

유람선이 가는 곳은 도야 호수 중간에 있는 섬 나까지마(中島)다. 호수 한 가운데 섬이 위치하고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이 섬은 5만 년 전 용암의 분출로 형성된 섬이다. 이 섬이 생기기 6만 년 전에 이미 거대한 분화에 의해 둘레 43㎞의 칼데라호가 생겨났다. 이것이 도야호다. 칼데라호는 용암의 대량 분출로 인해 공동(空洞)이 생기고, 거기 물이 고여 생겨난다.

도야호는 면적이 70.7㎢, 깊이가 117m나 되어 수량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대형 유람선이 다닐 수 있다. 유람선이 마치 동화 속의 성을 닮았다. 그러므로 유람선을 타고 동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배가 섬으로 나가면서 도야호 주변의 호텔과 그 뒤로 우수산이 보인다. 점점 더 앞으로 나가면서 쇼와신산도 보인다. 배는 나까지마를 향해 계속 나간다. 그러자 섬 앞 바다에 세워진 삼층탑을 볼 수 있다. 이것은 해난 사고 방지를 위해 1959년 세워졌다. 탑에는 도야호의 수호신인 하얀 용신(龍神)을 모셨다고 한다.

 조각품 '바람'
조각품 '바람' ⓒ 이상기

이곳 나까지마에는 삼림박물관이 있다고 하는데, 섬에 상륙하지를 않으니 볼 수가 없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갈매기와 잠시 논다. 일부 관광객이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자, 유람선 주위로 갈매기가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약 40분 정도 후에 배는 출발한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배에서 내린 우리는 잠시 호수 주변을 둘러본다.

가까운 곳에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람(風)'이라는 조각품이다. 여성의 옷이 바람을 받아 펄럭이는 모습을 표현한 것 같다. 우아한 옷과 강력한 바람을 대비시켰다고 하는데, 설명을 듣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 나는 닭이 꼬끼오 하며 우는 모습을 연상했다. 두 번 째 본 조각품은 '호수 건너편의 바람(湖渡る風)'이다. 일광욕을 즐기는 여인과 하늘을 올려다보는 수사슴을 표현했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 또는 공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도야호의 바람과 구름
도야호의 바람과 구름 ⓒ 이상기

나는 조각공원을 더 둘러보고 싶지만 호수 주변의 찬바람 때문에 포기한다. 이곳에는 돌로 만든 두 개의 조각 '회생(回生)'과 '돌아가고 싶은 마음(意心歸)'이 더 있다. 버스로 가기 전 나는 잠시 족탕을 둘러본다. 이곳에 발을 담그면 피로가 풀리겠지만, 시간도 없고 또 수건도 없다. 이곳에는 도야호 온천의 상징 캐릭터 '도론(洞龍)'이 있다. 호수를 떠나며 보니 도야호 팔경을 알리는 간판이 있다. 그 팔경 중 하나가 도야호 온천이다. 우리는 저녁식사 후 호텔에서 온천욕을 할 예정이다. 

니시야마(西山) 분화구 이야기

 니시야마 분화구
니시야마 분화구 ⓒ 이상기

도야호를 떠나 찾아간 관광지는 니시야마 분화구다. 니시야마 분화구는 도야호수의 서남쪽 산록에 있다. 겨울이 아니면 분화구를 산책할 수 있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눈이 쌓여 전망대로 올라가 분화구를 내려다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차는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 전망대 눈밭에 우릴 내려준다. 이곳에서 화산폭발로 인해 흩어진 니시야마 마을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니시야마 분화구는 수십 년간 정기적으로 분화한다. 그래서 사람이 모두 떠났다. 그렇지만 사람이 살던 건물의 흔적이 일부 보인다. 니시야마 분화구는 메이지, 쇼와시대를 거쳐 1977년, 2000년에도 분화한 역사가 있다. 이곳은 분화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화산을 연구하는 자연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곳은 지대가 높아 나이우라만(內浦灣)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무로란(室蘭) 안쪽 바다인 나이우라만은 겨울 바다답게 검푸르다.

 바다 건너 보이는 고마가다케
바다 건너 보이는 고마가다케 ⓒ 이상기

그런데 바다 건너로 눈 덮인 높은 산이 보인다. 그것이 고마가다케(駒ケ岳)다. 해발이 1,131m로 하코다테(函館) 주변에선 가장 높다. 고마가다케는 오오누마(大沼) 호수에서 보는 게 가장 멋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멀리서 보는 모습도 참 좋다. 한마디로 환상이다. 우리는 아쉽지만 이런 정도로 니시야마 분화구와 작별을 한다. 그리고 다음 행선지인 쇼와신산으로 향한다.

쇼와신산과 우수산의 형성

 쇼와신산
쇼와신산 ⓒ 이상기

쇼와신산은 1943년 12월부터 1945년 9월까지 우수산 동쪽에 생겨난 화산이다. 1944년 10월까지 17회에 걸쳐 대분화가 일어났고, 그 후로 용암이 분출하면서 조금씩 융기가 일어났다. 빠를 때는 하루에 2m가 융기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융기는 1945년 9월 20일까지 175m 일어났고, 해발로 따지면 쇼와신산의 높이가 407m에 이르렀다.

그 후 화산은 수축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현재 쇼와신산의 높이는 398m다. 쇼와신산의 외관은 붉은색이다. 이처럼 붉어진 것은 토양이 용암의 열에 의해 구워져 붉은 벽돌처럼 변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보니 지금도 수증기를 조금씩 분출하고 있다. 용암이 분출한 상층부는 온도가 높아 지금도 식물이 자랄 수 없다. 그리고 겨울에도 눈이 쌓이질 않는다. 쇼와신산과 우수산은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일본 지질 100선에 선정되었다.

 도야호에서 바라 본 우수산
도야호에서 바라 본 우수산 ⓒ 이상기

우수산 역시 높이 737m의 활화산이다. 약 2만 년 전 분화를 통해 형성되었고, 7천 년 전 정상부가 폭발하면서 현재의 대우수산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20세기에 들어서도 네 번이나 분화를 했는데, 1910년, 1944-45년, 1977-78년, 2000년이다. 1944-45년 분화가 앞에 언급한 쇼와신산 분화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우수산의 분화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소베츠우체국장 미마츠 마사오 이야기

 미마츠 마사오
미마츠 마사오 ⓒ 이상기

이러한 우수산의 분화를 관측․기록한 사람이 미마츠 마사오(三松正夫: 1888-1977)다. 그는 도야 호수변에 있는 소베츠초(壯瞥町) 우체국장이었다. 그는 1910년 우수산이 분화할 때 현지조사를 위해 방문한 화산학자 오오모리 후사기치(大森房吉)를 안내하면서 화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이쇼(大正)시대인 1917년에는 도야 호숫가에서 온천을 발견했고, 1943년 12월에는 우수산 기슭의 보리밭이 갑자기 움직이고 융기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는 매일 밭에 나가 지진회수와 높이 등을 측정하면서 쇼와신산 화산활동을 글과 그림을 통해 꼼꼼히 기록했다. 이것이 미마츠 다이어그램으로 남아 화산학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게 된다. 그는 1946년 화산활동 지역을 매입했고, 이 지역이 195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1948년에는 미마츠 다이어그램을 오슬로 만국 화산 회의에 제출,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마츠 마사오 기념관
미마츠 마사오 기념관 ⓒ 이상기

1969년 6월에는 쇼와신산 자료관이 생겼고, 이것이 미마츠 마사오 탄생 100주년이 되는 1988년 미마츠 마사오 기념관으로 확장 이전되었다. 기념관은 외부에 있는 42ha의 쇼와신산 지역과 180㎡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관 내부에는 쇼와신산 다이어그램, 기록 사진, 그림, 암석 표본, 미마츠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쇼와신산을 연구하고 기록한 도서, 신문 자료, 방송 자료 등이 소장되어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기념관이 문을 닫았다. 나는 기념관 입구에 있는 안내판을 읽어보고는 앞뒤를 한 바퀴 둘러본다. 눈 덮인 기념관은 고요하기만 하다. 나는 미마츠라는 사람의 일생을 정리하며, 재야에서 활동하는 수 많은 고수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화산학 분야에서 학술적으로 더 평가받는 사람이, 전문 화산학자인 오오모리 후사기치보다 아마추어 화산학자인 미마츠 마사오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그 쇼와신산을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산 쪽으로 이동한다.


#도야호#나까지마(섬)#니시야마 분화구#쇼와신산#미마츠 마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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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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