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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보면 유비가 삼고초려 끝에 제갈공명을 만나고, 그는 유비에게 천하삼분지계라는 비책을 내놓는다. 유비가 당당히 천하를 놓고 경쟁하기 위해서는 조조, 손권에 이어 삼발정립의 한 축을 이뤄 강한 자와 싸우고 약한 자와 연대하며 세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유비는 그렇게 했고, 촉을 건국할 만큼 강성해졌다.

그렇다. 만약 반대였다면 비유적으로 말해서 유비는 조조에게 먹혔을 것이다. 약한 자가 약한 자와 싸우면 이 둘 모두 싸우다 지쳐 결국 강한 자의 먹잇감이 된다. 약한 자가 강한 자와 연대하여 다른 약한 자를 무너뜨리면 이제 남은 것은 강한 자에게 먹히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약한 자가 다른 약한 자와 연대하여 강한 자에 대적하면 자신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연대 세력과 경쟁하게 될 때 이와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안철수의 등장은 가히 천하삼분지계라 할 만 했다. 안철수에 대한 국민적 신망과 기대는 기득권층으로 공고화된 여야 양당 체계를 넘어 제3의 축을 형성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의 천하삼분지계는 제갈공명의 것과 달랐다. 그는 강한 자와 싸우고 약한 자와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약한 자와 싸우느라 강한 자에게 어부지리만 주었다.

안철수는 야권 지지층을 놓고 민주당과 경쟁하려 했을 뿐 새누리당 지지층을 끌어들이며 범야권의 세를 키우진 않았다. 이렇게 되면 천하삼분지계는 야권 분열책으로 변질되고, 분열된 야권의 두 축은 집권당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안철수는 결국 자신을 새누리당-민주당 양당 구도에 맞서 제3의 축으로 만드는데 실패했다.

이런 잘못된 천하삼분지계는 안철수와 민주당의 통합 선언으로 막을 내렸지만 아이러니 하에도 그 구도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통합 신당은 결국 안철수, 친노, 그리고 김한길이 이끄는 비노 세력으로 삼분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천하삼분지계가 통합 신당 내 삼분지계로 변모한 것이다.

안철수는 김한길과의 통합 선언에서 볼 수 있듯이 비노 세력과 연대하며 차기대권을 놓고 친노와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고 있다. 이는 강한 자와 싸우기 위해 약한 자와 연대하는 전략이다. 민주당-새누리당 구도에서는 약한 자와 싸우고 강한 자에게 어부지리를 주더니, 통합 신당 내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전도된 행보를 보인다? 이제 제갈공명의 천하삼분지계를 깨달은 것일까?

통합 신당이 안철수, 친노, 비노로 삼분된다 하더라도 이들은 적이 아니라, 한 배를 탄 같은 편이다. 제갈공명의 천하삼분지계는 적군을 상대로 한 계책이지 같은 편을 상대로 한 계책이 아니다. 같은 편이 적처럼 싸우면 결국 이는 외부의 적에게 먹잇감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당 내부에서는 강한 자와 싸우며 약한 자와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한 자와 연대하고 약한 자를 흡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합 신당은 힘을 모으고 화합하는 것이 아니라, 분열되고 쪼개진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문재인 사이에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졌다. 물론 이것은 비극적 단일화였다. 그 이유는 결과적으로 문재인이 대선에 실패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당시 단일화가 양측의 통합과 연대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후보는 눈물을 흘리며 후보를 사퇴했고, 선거 당일 미국으로 갔다. 만약 안철수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가 하나가 되었다면 새누리당이 대권을 잡을 수 있었을까?

통합 신당에서 이런 일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 단일화를 이뤄내고도 힘을 모으지 못한 것처럼, 당을 통합하고도 힘을 모으지 못하면 차기 대선은 희망적일 수 없다. 강한 자와 싸우고 약한 자와 연대해야 할 때 약한 자와 싸우고, 강한 자와 연대하고 약한 자를 흡수해야 할 때 강한 자와 싸운다면 천하통일이 아니라, 자멸의 길을 갈 수 있다. 통합 신당의 살 길은 안철수와 친노가 연대하는 데 있다.


#안철수#통합 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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