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새정치연합 첫 지도부연석회의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 선언에 대해 진보정당들은 '야권 연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의당은 "야권이 힘을 모을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고 평했다. 통합진보당 역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박근혜 독재정권을 심판하는 길에 야권의 연대와 통합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손잡은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 대해서는 "이럴 거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에 입당했어야 했다" "그토록 비판하던 양당 독점체제에 투항했다"며 냉혹한 비판을 하면서도 야권의 재편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밝힌 것이다.
여기에는 '우클릭'이 예상되는 통합 신당이 출범함에 따라 오히려 진보정당의 영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있다. 국민들이 진짜 정치 혁신, 진정한 복지 국가의 열망을 담아낼 정당은 결국 진보정당이라고 판단할 거라는 기대다.
정의당은 "통합 신당의 출현이 우리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6.4 지방선거 대응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역시 "최선을 다해 지방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통합 신당 보수화... 진보 공간 넓어질 가능성 높아"통합 신당 발표 직후, 정의당 내부는 소란스러웠다. 정치 구도가 하루아침에 급변한 데 대해 정의당의 대응 전략을 짜는 것부터 급선무였다. 내부 동요를 막는 것도 큰 과제였다.
한때, 노회찬 전 공동대표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개혁이 전제 된다면 통합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정의당도 통합 신당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정의당은 "우리의 길을 간다"로 정리됐다.
▲조승수 전 의원(왼쪽에서 네번째)이 1월 28일 오전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 노회찬 전 의원 등과 함께 울산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석철
정의당 관계자는 "국민참여계의 동요가 있을까 우려했는데 이미 국민참여계는 열린우리당과 대통합신당 등을 겪으며 부침을 경험해 다들 동요가 없다"며 "우리는 '마이웨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전략 수정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은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야권이 승리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수렴하면서 새정치의 열망을 꺼트리지 않고, 진보정당의 위치도 제대로 확립하는 세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좋은 지방선거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주 초 쯤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합쳐지면 당의 정체성이 중도 보수화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거대 양당 구조가 고착화 되는 측면이 있겠지만, 한국 진보세력을 대변하는 정치의 공간은 훨씬 더 열리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거기서 정의당이 어떤 역할을 할 거냐의 문제가 남았다"고 덧붙였다.
야권의 파이를 나눠 가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하나로 뭉침에 따라 오히려 진보 영역에서는 정의당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천호선 정의당 대표가 "정의당은 흔들리지 않고 자기 혁신과 정치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정의당의 실천이야말로 진정한 새정치라는 걸 국민들께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단, 정의당은 세 곳을 거점 지역으로 보고 있다. 조승수 전 의원이 시장 후보로 출마한 울산과 황순식 과천시의회의장이 시장 후보로 나선 과천, 김성진 지역위원장이 시장 후보로 출마했으며 현역 구청장이 있는 인천(배진교 남동구청장·조택상 동구청장)이다.
이 대변인은 "울산과 인천은 정의당 소속 후보들이 활발히 뛰고 있는 곳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6.4지방선거의 통합진보당 울산 예비후보등록자 및 등록 예정자들이 2월 21일 오전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박석철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애초 세웠던 지방선거 전략 그대로 간다"며 "야권과의 연대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이 지방선거에서 강하다"며 "최선을 다해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도 현역 구청장이 있는 울산(윤종오 북구청장·김종훈 동구청장)과 인천 등을 핵심 지역으로 보고 선거에 임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진보정당들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 정당을 만들기로 했으니 진보정당의 영역이 넓어질 수 있다"며 "그러나 그 효과를 진보 정당이 가져갈만큼 정당들이 준비돼 있는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진보 진영의 유권자들은 진보정당들의 부침을 보며 냉담하게 변했다"며 "진보 쪽 시장이 비었다고 해서 그들에게 기회가 돌아갈지는 알 수 없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