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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벌써 1년 입니다. 올해 초엔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만큼 이 과제는 박 대통령 임기 내내 최우선 과제가 될 듯합니다. 대표적인 정상화 과제가 공공기관의 과도한 복지혜택을 줄이고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아 공공부문 채무를 줄이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동시에 공공기관에는 정치권에서 '낙하산 인사'가 줄줄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이렇듯 비판을 자초하게 되면 국정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비정상의 정상화'는 정상적인지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기조로 제시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어떤 흐름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비정상'의 개념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리한 10대 분야 핵심과제를 봐도 정상화하겠다는 분야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에서부터 '고비용 혼례문화'까지 너무 다양해서 어떤 기조인지 알아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정부가 이 국정과제를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 분석할 수는 있다.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 홈페이지에 정리해놓은 10대 분야 핵심과제
48개와 단기개선과제 32개(2월 22일 기준)에 각각 제시한 정상화 방안들을 분석해 종합한 결과 '당근형'보다는 '채찍형' 추진방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채찍'은 공기업과 민간부문에 집중돼 있고, 정부 스스로 개혁하는 방안은 '당근형'이거나 기존 실시 내용을 재탕한데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상의 정상화' 10대 분야 핵심과제와 단기 개선과제에서 각각 제시하는 세부 정상화  추진방안들은 229개로 정리됐다. 이 229개 정상화 방안을 각각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는지를 가이드라인 제시, 인센티브, 평가 불이익, 캠페인, 정보공개, 정보통합, 처벌강화, 단속강화, 제도 엄격화, 제도 보완, 제도 간소화, 약자 구제 등 12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를 다시 큰 3개의 범주, '자율 변화 유도형'(가이드라인·인센티브·정보공개·캠페인), '타율적 규제 강화'(처벌강화·단속강화·제도 엄격화·평가 불이익), '행정절차 개선'(제도보완· 제도 간소화· 약자구제· 정보통합)으로 묶었다.

타율적 규제 강화가 절반 넘어... 처벌강화, 단속강화

타율적 규제 강화로 추진되는 정상화 방안이 128개(55.9%)로 가장 많았다. '특혜성 가석방 요건 대폭 강화'나 '징계전력자 교장임용제청 배제 기준 강화'와 같이 기존의 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하거나 제도를 더 엄격하게 고치겠다는 '제도 엄격화'로 분류된 실행방안이 54개로 가장 많았고, 각종 특별점검, 조사강화와 같은 '단속강화'가 42개, '불성실 납세자 과태료 대폭 상향'과 같은 '처벌강화'가 29개였다.

반면, 정책 대상의 자율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정상화 방안은 28개로 12.2% 밖에 되지 않았다. 그 중 '보조금 부정수급 어린이집 명단 공표', '아파트 관리비 및 주택관리업자 평가 등 공개'등 '정보공개'형 정상화 방안이 14개, 가이드라인 제시형이 8개, 인센티브 제공은 2개였다.

행정절차와 제도를 보완·개선해 불법을 방지하고 예산낭비를 줄이겠다는 정상화 방안이 73개로 31.9%를 차지했다. '공정거래위 신고사건 우선 처리 기준 마련'과 같은 제도보완 방안이 32개, '청소년 대상 건보료 체납 독촉은 미성년 기간동안 제외'와 같은 '약자구제'형 방안이 21개, '농업보조금 통합관리 DB 구축', '기초생활보장급여 관계기관 자료연계 강화'와 같이 각 부처 보유 정보를 통합·활용하는 '정보통합'형 방안이 12개였다, '법인세 재무제표 부속서류 전자제출'과 같은 제도 간소화 방안은 8개였다.

'처벌강화'와 '단속강화'만 합쳐도 70건(전체의 30.6%)에 이른다. 처벌강화와 단속강화는 10대 핵심과제와 단기 개선과제 전 분야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지만, 특히 정부 보조금·지원금이나 실업급여 부정수급, 세금·건강보험료 체납, KTX·원전 같은 공기업 비리 등에는 여지없이 등장한다. 공기업과 일반 시민을 정책 대상으로 하는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의 주된 수단은 '채찍'이라 할 수 있다.

정부·공무원 개혁은 재탕... '정부 3.0'은 어디에?

반면, 대상이 정부부처나 공무원인 정상화 방안에선 '채찍'을 찾아보기 힘들다. 229개 정상화 방안 중 '인센티브'형이 단 2개인데 그 중 하나가 '연말 밀어내기 예산 집행 관행 개선' 과제로 절약 재원은 다음 연도 예산편성 시 인센티브 재원으로 반영한다는 방안이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직자 퇴직 후 재취업 관행 개선' 과제의 경우, 정부는 4개의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취업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것 말고는 지난 2011년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따라 현재 실시하는 내용이다. 또 '교육부 공무원 대학 재취업 관행 개선'과제도 상당 부분 자체 윤리강령 개정에 의존하고 있고, 교육부 공무원이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일하면서 내는 고용휴직을 불허하는 방안도 2011년 9월 국정감사 지적 뒤에 이미 제한돼 온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정부 3.0'이란 말로 정부혁신 공약을 내세웠고, 그 첫째가 공공부문의 정보자원을 통합하고 개방하겠다는 내용이다. 정상화 방안 중 '정보공개' 유형이 14개여서 마치 대선공약을 실천하는듯 하지만,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해 공개하겠다는 정보는 '어린이집 회계공시 의무화'와 같은 민간부문의 정보다. 당초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하겠다던 공공부문의 정보자원이나 정부 내 정책결정 과정은 아니다.

취임 직후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돼 버린 경제민주화 공약 파기도 '비정상의 정상화'에서 예외가 아니다. 정상화 방안 중에는 '본사-대리점 간 불공정행위 유형 고시', '창업 초기 기업 정부조달 입찰시 신인도 평가 우대'와 같이 경제 약자들을 배려하는 방안들도 있다. 그러나 집단소송제 도입, 재벌 금융보험사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강화 등 굵직한 경제민주화 공약들은 '비정상의 정상화'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선공약집 150쪽에 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 등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 공약도 온데간데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대통령은 최근 규제완화에 '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박 대통령은 기업을 개구리에 비유하면서 "우리는 그냥 호수에다 돌을 던졌지만 개구리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일"이라며 획기적인 규제완화를 지시했다. 특히 입지 관련 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투자를 용이하게 하라는 주문이다.

'비정상화의 정상화' 홈페이지는 추진원칙 중의 하나로 "우선 정부와 공공부문의 특혜, 불공정 등 비정상적인 기득권부터 내려놓겠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은 공기업 노조를 정상화의 방해세력으로 규정했고, 정부는 자신의 개혁은 도외시한 채 '공공부문의 기득권'이라는 말에 묻어가고 있다. 결국 비정상의 정상화 채찍은 공기업과 시민들을 향하고 있고, 규제완화라는 선물은 기업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비정상의 정상화#채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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