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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용산고 성심여중고 인근(한강로 16-78)에 한국마사회가 화상경마장을 열기로 해 논란입니다. 특히 성심여중고 김율옥 교장 수녀님이 '화상경마장 반대'를 내걸고 거리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김 교장 수녀님은 왜 화상경마장을 반대하는지, 추운 겨울에 왜 거리 농성을 시작했는지 직접 만나봤습니다.

- 2013년 3월에 교장에 취임하셨는데, 가장 힘든 일은 무엇입니까?
"화상경마장 입점이 가장 힘들죠. 작년 4월 말에 구의원 2명이 학교에 찾아와서 알려주는데 학교 인근 215m 떨어진 곳에 25층 건물 전체를 화상경마장으로 한다고 해서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사실 정선카지노가 생길 때 정선 고한여중에서 3년 동안 근무했어요. 그 후에 가보니 마을이 황폐화가 되었더군요. 예전에는 문을 열고 살 정도로 서로 믿고 지냈던 동네가 지금은 좀 달라졌나봐요. 돈 잃고 패가망신한 이웃도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이곳도 그렇게 되면 안 되잖아요."

"화상경마장 입점하면 교육환경 오염 우려"

- 적극적으로 반대를 하고 계신데 화상경마장이 14년 전에 원효로에 있었던 때도 이곳에 계셨나요?
"성심수녀원에 1989년에 입회했는데, 그때 입점예정지 옆 건물 두 개 층에 마사회가 영업을 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끝나는 시간에 물 밀 듯이 휩쓸려나오는데 지나가는 것도 겁이 났습니다. 그때는 전세라서 계약만료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마사회 건물이니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 교육자로서 화상경마장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14살에서 19살 아이들이 다니는 여자중고등학교의 교장입니다. 이 아이들이 날마다 보고 마시는 교육환경의 공기(空氣)가 화상경마장 입점으로 인해 오염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육을 통해 성장과 발전의 기반을 마련해온 우리나라의 모든 이들은 누구보다 교육환경에 대해 맹자(孟子)의 어머니가 일러준 교육환경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지역의 집값과 땅값이 비싸다는 것도, 그럼에도 그 지역으로 모여드는 것도 모두 교육환경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화상경마장의 입점은 그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그로 인해 생겨날 주변의 유해 교육환경의 형성이 더 큰 문제입니다. 화상경마장 입점이 교육환경을 침해한다는 것은 마사회도 이미 알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마사회가 제시하는 몇 가지 대안은 그간 화상경마장 입점으로 인하여 발생해온 문제들에 대해 당연히 해야 했던 것을 이제 하겠다는 것 뿐입니다.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고 유해환경을 막을 수 있는 예방책이 될 수 없는 것들입니다."

- 입점을 강행하려는 마사회에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마사회는 국가 공기업입니다. 기업은 국가의 중요한 재정적 기반이고, 학교는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을 길러냅니다. 공기업으로서의 마사회가 교육환경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은 기업의 이익 추구 이전에 국가기업으로서 마땅히 고려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마사회는 용산지사의 새로운 시설과 입장료 상승으로 마사회의 새로운 이미지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생선을 쌌던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나고, 향을 쌌던 종이에서는 향냄새가 배입니다. 좋은 시설로 유해환경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사회의 견해는, 비싼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마사회도 경마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보다 화상경마장 입장객의 도박중독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높은 입장료와 지정좌석제로 교육환경 침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술값을 높이면 알콜 중독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사회가 제안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건물 내 문화센터 운영은 학생과 주민들에게 화상경마장을 친숙하게 만드는 유인책일 뿐이라는 것도 함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일시적인 사탕발림이 아니라, 국가기업으로서의 마사회가 이 건물을 국민, 특히 청소년들의 교육과 문화를 위한 장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 입점 저지 활동을 하시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교육환경은 공기와 같은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오염되어도 잘 모를 수 있습니다. 마사회가 입점 후에 하겠다는 안전망은 이미 오염된 공기가 생겨나는 곳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며, 이것은 화상경마장이 위치한 모든 곳의 교육환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염될 줄 알면서 공해시설을 들여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하지만 일상 바쁜 탓에 보이지 않는 일에 마음을 쓰는 건 쉽지 않습니다. 용산 화상경마장이 성심여중고에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지만, 이 문제는 우리 학교뿐 아니라 이 근처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의 설정은 학교 주위의 교육환경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보호장치입니다. 이 법이 정하는 200m의 핵심은 그 거리의 정확성에 있지 않고 교육환경보호의 원칙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마을의 등불이라고 합니다. 화상경마장 입점으로 인한 폐해가 성심학교에만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의 삶은 물론 아이들의 가정, 주변 학교와 지역, 용산구 전체에 미칠 악영향이 큽니다. 소수의 학부모로 구성된 주민대책위의 힘이 모자라 관련 사실을 많이 알리고 연대를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어 아쉽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화상경마장 입점 반대에 힘을 모을 수 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힘든 중에도 좋은 기억 하나쯤 있으신가요?
"화상경마 도박장 입점을 막는 것은 교육자로서 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60일 넘게 이어오는 동안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사랑'의 힘입니다. 처음 우리학교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반대서명부터 시작하여 주변학교의 반대서명, 거리 기도회와 1인시위, 대규모 집회와 문화제 등 이 모든 과정에서 어머님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여름 뙤약볕과 폭우 속에서, 이제 한 겨울의 한파 속에서도 1인시위와 기도회를 하시는 어머님, 아버님들을 떠올릴 때마다 지금도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납니다.

뿐만 아니라, 일상의 분주한 일과 속에서도 든든히 힘이 되어주신 우리 학교와 주변의 여러 선생님들, 이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도와주시는 학부모님들, 동문들과 지역 성당과 교회의 신부님, 목사님들, 지역시민단체의 여러분들, 바쁘신 중에서 학교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주시고 염려해주신 교육장님, 교육감님, 서울시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들. 이 모든 분들을 만나고 고민을 나누고 협력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은 화상경마장 입점이라는 어려움의 뒤편에서 밎이한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는 참으로 교육이 학교만의 일이 아니라, 마을 전체, 국가 전체의 일이라는 것을 더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해주시는 분들을 통해 더 좋은 교육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 마지막으로 2014년 바라시는 것은?
"당연히 화상경마장이 안 들어오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 막 시작한 초임 교장으로서 성심학교가 추구해온 교육의 본래적인 일에 더 충실할 수 있으면 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위해 함께 마음 내주신 분들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 안에 건강과 평안이 가득했으면 하는 거구요. 항상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산마을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다음 아고라 청원 <교육환경, 주거환경 파괴하는 마사회를 막아주세요>에 많은 서명바랍니다.



#마사회#용산화상경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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