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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 호텔(델리)
 N 호텔(델리)
ⓒ 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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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헤드의 타일조각이 뚝 떨어졌다. 인도로 떠나는 날 아침. 무슨 조짐일까…? 한 달이나 집을 비운다는 불안함 때문이겠지. 늘 똑같은 냄새와 똑같은 맛의 기내식, 웅웅거리는 비행기 소음은 더 이상 여행의 시작을 설레게 만들지 못했다.

늦은 밤 도착한 델리의 호텔방 앞에서 잠시 주춤했다.

'19금?'
'19호!!'

엷은 분홍페인트가 칠해진 숙소의 벽은 서늘했고, 허술한 유리창으로 바람이 술술 들어왔다. 샤워기의 더운 물도 시원찮았다. 아무리 인도라지만 1월, 겨울이었다.
 
날이 새고, 델리를 쏘다니면서 주워 들을 수 있었다. 예전에 없던 추위라고. 서울의 초겨울 정도의 날씨이지만 난방시설이 따로 없는 인도의 실내는 견디기 힘들다.

호텔 골목 입구는 제법 붐볐다. 노점상에 모여든 사람들과 문도 없는 화장실에서 등을 보이며 소변을 갈기는 인도 남자들… 빨랫줄처럼 출렁거리는 전깃줄을 타던 비둘기들이 골목의 좁은 하늘로 푸드덕 날아다녔다.

첫날밤의 추운 기억 때문에, 해가 지고 호텔방으로 다시 기어들어가는 일이 사뭇 공포스러웠지만, 문득 서울서 준비해 온 비장의 무기가 생각났다. 아, 2천 원짜리 핫팩의 놀라운 위력이여. 배 위에 파스 붙이듯 처억 붙이고 나니 그럭저럭 따스하게 밤을 지낼 수 있었다.

델리에 머무는 동안, 앞으로 남은 길고 긴 여행일정을 고려해 알뜰살뜰 핫팩을 아껴가며
사용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던 것을. 우리 가족의 인도여정은 델리를 시작으로 점점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으니.

델리에서의 첫날밤 기억은 그렇게 끔찍한 추위로 남아 있다. ⑲금 호텔에 걸맞지 않게.

덧붙이는 글 | 2013년 1월 한달 동안 인도를 여행했습니다. 델리, 조드푸르, 아그라, 카주라호, 바라나시, 사르나트, 아우랑가바드, 뭄바이를 다녀왔습니다.



#인도#델리#인도의 겨울#인도의 호텔#핫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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