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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뚱뚱할 반(?, pang)은 의미 요소인 고기 육(肉)과 소리를 나타내는 반(半)이 합쳐진 형태로 뚱뚱하다는 의미이다.
▲ ? 뚱뚱할 반(?, pang)은 의미 요소인 고기 육(肉)과 소리를 나타내는 반(半)이 합쳐진 형태로 뚱뚱하다는 의미이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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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의 중국어 버전은 "뚱뚱이 한 입 먹어 된 것 아니다(胖子不是一口吃的)"이다. 한 분야의 '뚱뚱이'가 되는 것은 오랜 기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자기 수양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대학(大學)>에 마음이 넓고 몸이 풍성하다는 의미의 '심광체반(心廣體胖)'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반(胖)'은 풍채가 우람하고 크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뚱뚱한 것이 한 때는 부의 상징으로, 때론 미의 기준이 되기도 하였으나 오늘날 뚱뚱함은 그저 질병의 원인이나 다이어트의 대상쯤으로 여겨지는 것이 전 지구적 현상이 되었다.

뚱뚱할 반(胖, pàng)은 의미 요소인 고기 육(肉)과 소리를 나타내는 반(半)이 합쳐진 형태로 주로 제사에 희생으로 바쳐진 소(牛)를 반쪽으로 나누어 놓은 고기가 크다, 살지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중국에서 두 부류의 미인을 말할 때 흔히 소동파가 쓰기 시작한 '연수환비(燕瘦環肥)' 라는 말이 인용된다. 한나라 성황제의 총애를 받은 조비연(趙飛燕)은 마른 미인이고, 당 현종의 사랑을 받은 양옥환(楊玉環), 즉 양귀비는 풍만한 미인이라는 의미이다. 조비연은 바람에 버드나무가지가 흔들리는 듯 한(臨風楊柳) 날씬한 미인의 대명사로, 양귀비는 모란처럼 풍만한(富貴牡丹) 미인의 대명사로 불린다.

중국의 역사나 문학에서 칭송받는 미인은 아무래도 양귀비형보다는 조비연형이 압도적으로 많다. <홍루몽(紅樓夢)>에 나오는 임대옥(林黛玉)도 마르고 가는 허리, 눈처럼 흰 피부를 가진 버드나무형 미인이다.

백거이도 "말은 살이 쪄야 빨리 달리고, 기녀는 키가 커야 춤과 노래에 능하다(馬肥快行走, 妓長能歌舞)"는 말로 늘씬하고 키 큰 것을 높게 평가했다. 마르고 야윈 것을 아름다움으로 간주하는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영왕(靈王)은 유난히 허리가 가늘고 마른 미인을 좋아하여 궁녀들이 목숨을 걸고 살을 빼려고 애썼다고 하며 이 과정에서 굶어 죽는 여인들도 속출했다고 한다. 외모를 경쟁력으로 여기며, 광풍처럼 번지는 오늘날의 다이어트가 이미 2500년 전에도 유행한 아주 '오래된 전통'인 셈이다.

자신의 육체에 대한 당당한 주인으로서 건강하게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것은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만을 의식하여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무리하게 살을 빼는 것은 스스로 몸의 노예가 되는 일이 아닐까. 몸은 욕망을 과시하는 장소이기 이전에 우리의 정신이 깃들어 사는 소중한 집으로 더 존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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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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