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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생명의숲국민운동>은 2012년 7월부터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단 한 번의 여행으로도 유독 기억에 오래 남는 곳이 있다. 속리산 법주사가 내게는 그런 곳이다. 속리산 법주사를 처음 찾은 1994년 5월 말. 이후 가끔 속리산 법주사 풍경이 궁금하곤 했다.

속리산 법주사(사적 503호)의 시작은 자그마치 15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제 금산사, 금강산 발연사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3대 미륵사찰이다. 오랜 역사만큼 법주사 경내에는 팔상전(국보 제55호)을 비롯해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가 많다. 이런 역사성 때문인지 법주사를 다녀온 사람들은 팔상전 같은 문화재나 거대한 미륵불이 인상 깊었노라고 말하곤 한다.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들이 많은 속리산 법주사. 원통보전 옆에서 쌍사자석등과 팔상전을 찍었다(2012.12)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들이 많은 속리산 법주사. 원통보전 옆에서 쌍사자석등과 팔상전을 찍었다(2012.12)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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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오리숲. 멀리 보이는 건물이 상가, 오리숲은 법주사 인근 상가 뒤쪽에서 시작된다.(2013.12)
 속리산 오리숲. 멀리 보이는 건물이 상가, 오리숲은 법주사 인근 상가 뒤쪽에서 시작된다.(2013.12)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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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던 '오리숲'

다른 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팔상전, 쌍사자석등(국보 제5호), 희견보살상(보물 제1417호) 같은 문화재의 존재도 법주사에 몇 번이고 가고 싶어지는 이유다. 그런데 내가 법주사를 오랫동안 기억에 품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숲 때문이다.

이 숲이 '속리산 오리숲'이라고 불린다는 걸 불과 몇 달 전에야 알았다. 산림청과 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가 2000년부터 해마다 가꾸고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숲들을 선정해 상을 주는 '아름다운 숲' 상 목록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속리산 오리숲은 '2011년(제12회) 아름다운 숲-공존상'을 수상했다.

왜 오리숲일까? 법주사 인근의 상가들이 끝나는 곳, 즉 주차장부터 법주사까지는 대략 2km. 여기에 걸쳐 있는 숲을 '오리숲'이라 불린다. 십리는 4km이고, 2km는 오리이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오래된 소나무의 항균 및 살균 효과와 정신적 안정 효과는 많이 알려져 있다. 컵에 따른 우유를 굵은 소나무 조각 위에 올려 놓았을 때와 그냥 상온에 뒀을 때 차이가 매우 크다고 한다. 그냥 둔 우유는 하루 이틀이 지나면 상하지만, 소나무 조각 위에 둔 우유는 며칠 뒤까지 상하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이는 소나무가 지닌 항균 효과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 고급 향수에는 한국산 소나무 성분이 반드시 첨가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에게 유익한 성분이 많기 때문일까.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정신적 안정이 필요한 사람이 소나무 숲에 깃들면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것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전우익 씀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우종영 씀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참고)

소나무 수피의 특징인 거북무늬는 오래 자란 소나무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속리산의 오리숲에서는 거북 무늬를 쉽게 볼 수 있다. 족히 100년은 넘었을 소나무가 많다. 특히 주차장 쪽 오리숲이 시작되는 곳에는 오래된 소나무들이 많다.

겨우살이가 유독 많이 자라는 속리산 법주사 매표소 인근의 100년된 갈참나무(2013.12)
 겨우살이가 유독 많이 자라는 속리산 법주사 매표소 인근의 100년된 갈참나무(2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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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식물인 겨우살이(2013.12)
 기생식물인 겨우살이(2013.12)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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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숲에는 소나무 외에 갈참나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참나무들도 자라고 있다. 매표소 인근에는 기생식물의 한 종류인 겨우살이가 자라고 있는 참나무들이 많다. 책에서 사진으로 많이 봤지만 내가 사는 서울·경기나 자주 가는 북한산에선 볼 수 없었던 겨우살이라 한참 동안 올려다봤다.

속리산 법주사 가는 길은 어떤 길이든 나름의 멋이 있어서 어느 계절에 가든 좋을 것 같다 (2013.12)
 속리산 법주사 가는 길은 어떤 길이든 나름의 멋이 있어서 어느 계절에 가든 좋을 것 같다 (2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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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쪽이 조각공원이 조성된 오리숲 일부. 벚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어 꽃이 피는 봄날과 단풍 물드는 계절에 더욱 아름다울 것 같다.(2013.12)
 사진 오른쪽이 조각공원이 조성된 오리숲 일부. 벚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어 꽃이 피는 봄날과 단풍 물드는 계절에 더욱 아름다울 것 같다.(2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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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혹은 법주사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선택하는 일주문이 있는 큰 길과 수정암 사이로 흐르는 계곡 옆 길(2013.12)
 속리산 혹은 법주사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선택하는 일주문이 있는 큰 길과 수정암 사이로 흐르는 계곡 옆 길(2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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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을 만나는 일, 자주해야겠구나

속리산 오리숲을 느낄 수 있는 길은 여럿이다. 상가 뒤쪽에서 시작되는 오리숲길을 따라 조각공원을 거쳐 매표소를 지나 법주사로 가도 좋고,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길(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포장된 이 길로 법주사로 간다)과 오리숲 사이에 흐르는 계곡 옆으로 걸어보는 것도 좋다.

이 길에는 황토 체험 시설도 있고 제법 굵은 벚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벚꽃이 피는 4월 중순과 단풍철에 특히 고울 것 같다. 겨울나무들의 나뭇가지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난 이번 여행 중에 이 길을 걸었다.

법주사에서 되돌아 나오는 길도 여러 갈래. 법주사 경내에서 당간지주 앞으로 걸어 나오면 고려시대에 조성됐다는 마애여래의좌상(보물 제216호)이 있다. 마애불 앞에서 뒤돌아서지 말고 비구니스님들의 수행처인 수정암을 향해 조금만 더 걸어가면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그곳에서 징검다리를 건너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도 좋다.

사실 속리산 오리숲에 가기 전, 12월에 가는 게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소나무와 참나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오리숲 덕분에 '내가 왜 그동안 12월의 여행을 멀게 생각했나' 싶었다. 이젠 겨울에도 이런 여행을 자주해야겠구나 마음 먹었다.

속리산 오리숲. 멀리 법주사 일주문이 보인다(2013.12)
 속리산 오리숲. 멀리 법주사 일주문이 보인다(2013.12)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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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오리길을 만난 날은 중국발 스모그가 우리나라 일부 지역을 덮던 날, 법주사 하마비 인근 오리숲에 깃든 햇살이 맑고 아름다웠다(2012.12)
 속리산 오리길을 만난 날은 중국발 스모그가 우리나라 일부 지역을 덮던 날, 법주사 하마비 인근 오리숲에 깃든 햇살이 맑고 아름다웠다(2012.12)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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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 오리숲 일대에 조각공원이 조성돼 있고, 야영캠핑장도 있다. 게다가 조각공원이 조성된 오리숲 일부가 2010년 9월에 국립공원에서 해제되면서 주변이 엉망이 되고 있다.

"땅주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목적으로 여러 명목을 앞세워 목소리를 높였고, 나머지 사람들도 좋을 것 같아 국립공원 해제에 동참했던 것이고요. 그런데 막상 해제되고 나니 실속 없이 주변만 너무 엉망이 되어가는 겁니다. 말도 못해요. 지금은 겨울이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볼 수 없을 텐데, 봄에 한 번 와 보세요. 정말 엉망입니다. 오리숲 알죠? 심지어는 사람 다니는 길에 주차하는 사람도 있다니까요. 캠핑철이 되면 훨씬 더 심해지죠. 그래서 점점 갈수록 후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인근 음식점 주인의 걱정어린 목소리다. 그렇다면 속리산 국립공원 입장은 어떨까. 글을 쓰다가 아무래도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에 지난 21일 오후 전화를 걸었다. 속리산 국립공원 관계자도 "국립공원 해제 이후 관리가 힘들어졌다"며 "보은군청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나름의 대책을 확실하게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속리산 오리숲 일부에 조성된 조각공원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작품 '조성문-세월'(2013.12)
 속리산 오리숲 일부에 조성된 조각공원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작품 '조성문-세월'(2013.12)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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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오리숲. 조각공원이 조성된 곳이다. (2013.12)
 속리산 오리숲. 조각공원이 조성된 곳이다. (2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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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오리숲은 제12회 아름다운 숲-공존상을 수상했다. 이를 알리는 숲 인근에 야영장이 있다.(2013.12)
 속리산 오리숲은 제12회 아름다운 숲-공존상을 수상했다. 이를 알리는 숲 인근에 야영장이 있다.(2013.12)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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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또 하나. 오리숲의 가치를 알리는 안내문이나 이정표가 전혀 없다. 그래서 그 길을 아는 사람 외엔 접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참에 천년고찰과 공존해 온 오리숲 관련 안내문들을 세우면 좋겠다. 오리숲의 가치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린다면 보존을 위한 노력에 동참할 사람도 훨씬 많아지지 않을까.

속리산 오리숲에 가는 방법은 속리산 법주사 누리집(http://www.beopjusa.org)에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필자는 서울 동서울터미널서 오전 10시 10분에 출발, 1시 30분쯤에 도착했다. 3시간 30분이 걸린 것. 중간에 청주와 보은터미널서 각각 10분씩 쉬었다 가는데, 보은에서부터는 나이가 많은 시골 어르신들이 많이 탔기 때문인지 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겼다. 동서울터미널 기준 속리산까지 요금은 2013년 12월 현재 1만6900원이다.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 블로그 : forestforlife.tistory.com



태그:#속리산 오리숲, #속리산 법주사, #아름다운 숲-공존상, #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 #속리산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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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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